[미디어펜=석명 기자] 대한빙상경기연맹의 실수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출전 자격을 얻지 못했던 노선영(29, 콜핑팀)이 극적으로 구제돼 올림픽에 나설 수 있게 됐다.

국가 차원의 징계를 받은 러시아는 평창동계올림픽에 선수 개인 자격으로 출전만 허용됐다. 그런데 러시아 스피드스케이팅 1,500m 종목 여자선수 2명이 26일(한국시간) 발표된 러시아 출전 선수 명단에서 빠졌다. 이로 인해 예비 2순위였던 노선영이 올림픽 출전권을 얻게 된 것이다.

빙상연맹은 이날 "국제빙상경기연맹(ISU)으로부터 노선영이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1,500m 쿼터를 받게 됐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개인전 출전 자격을 얻음에 따라 1,500m와 팀추월에 모두 출전할 수 있는 자격을 회복했다"고 전했다.

   
▲ 사진=연합뉴스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는 이날 러시아 국가대표팀이란 명칭 대신 '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OAR·Olympic Athletes from Russia)라는 이름을 달고 개인 자격으로 평창올림픽에 출전할 169명의 선수 명단을 발표했다.

당초 러시아는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1,500m에 예카테리나 시코바, 율리아 스코코바, 나탈리아 보로니나 등 3명이 출전권을 따낸 상태였다. 그런데 이날 발표된 169명의 출전 명단 가운데 나탈리아 보로니나만 포함되고 나머지 2명은 빠졌다. 러시아 선수 2명이 제외됨으로써 예비 2순위였던 노선영에게 극적으로 출전 기회가 돌아온 것이다.

노선영은 1,500m 개인전과 더불어 김보름(강원도청) 박지우(한국체대)와 함께 팀을 이뤄 준비해온 팀추월 경기 출전권도 확보했다.

앞서 노선영은 어이없는 일을 겪었다. 올림픽 팀추월 경기에 나서려면 개인종목 출전권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는데, 빙상연맹이 이를 제대로 숙지하지 못했다. 노선영은 팀추월에만 주력하느라 개인종목 출전권을 딸 기회를 놓쳐 4년간 땀흘리며 준비해온 평창올림픽 출전이 좌절됐다.

노선영은 이 일로 대표팀을 떠나게 되자 빙상연맹의 행정 착오를 성토하며 분개했다. 특히 2년 전 골육종으로 세상을 떠난 쇼트트랙 대표선수였던 동생 노진규로 인해 마음에 맺혔던 응어리까지 더해져 눈물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노선영의 안타까운 소식에 빙상연맹을 향한 비난여론이 들끓었다.

노선영이 비록 구제돼 평창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게 됐지만, 대회를 앞둔 중요한 시기에 크게 마음고생을 한 뒤라 정상적인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노선영은 평창행 좌절 후 SNS를 통해 "나는 지금까지 시키는 대로 훈련했을 뿐인데 왜 나와 우리 가족이 이 슬픔과 좌절을 떠안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나는 더 이상 국가대표라는 사실이 자랑스럽지 않고 국가를 위해 뛰고 싶지도 않다. 빙상연맹은 우리 가족의 마지막 희망마저 빼앗았다"고 격한 심정을 밝힌 바 있다.

노선영의 마음의 상처가 올림픽 출전 길이 열린 것으로 치유될 수 있을까. 
[미디어펜=석명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