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기관장 해임 건의 등 금융권 채용비리 '강경대응' 방침
[미디어펜=백지현 기자]부정 청탁 등에 따른 채용비리가 국내 주요 대형 은행에서 광범위하게 벌어진 것으로 드러나면서 향후 큰 파장을 몰고 올 전망이다.

   
▲ 사진=미디어펜


특히 금융당국이 채용비리가 확인되는 금융회사에 대해 수사결과에 따라 기관장 해임 건의 등 강력히 조치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혀온 터라, 최악의 경우 최고 경영자(CEO) 중도 사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여기다 당국이 최근 금융지주회사들에 대한 회장 선출과 이사진 구성 등 지배구조 검사에 착수한 상황에서 채용비리까지 불거질 경우 수장들의 입지가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에 두 차례에 걸쳐 신한‧KB국민‧KEB하나은행 등 국내 11개 주요은행을 대상으로 채용업무에 대한 적정성 현장검사를 진행한 결과, 총 22건의 채용비리 정황을 확인했다.

이들 은행 중에는 경영진이나 정치인 자녀를 합격시키기 위해 채용전형을 불공정하게 진행하거나, 불합격 대상인 명문대 출신 지원자를 합격시키기 위해 면접점수를 조작한 사례가 다수 적발됐다. 금감원은 이들 채용비리 의혹건을 수사기간에 이첩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우리은행 특혜채용 의혹이 불거지자 은행권에 채용시스템을 자체적으로 점검할 것을 지시했다. 은행권은 내부적으로 자체 점검한 결과 “부정청탁 및 채용사례는 없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은행권 조사 결과와 달리 이번 금감원 현장 검사를 통해 채용비리 정황이 대거 적발되면서 은행권에 긴장감이 역력하다. 특히 금융당국은 우리은행의 특혜채용 의혹이 터진 이후 금융회사 채용비리와 관련해 ‘엄정대응 방침’을 거듭 밝혀 온 터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8일 ‘2018년 업무계획’을 발표하면서 “공공기관과 민간 금융기관 채용실태를 점검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며 “채용비리가 적발된 금융기간에 대해서는 기관장‧감사 해임 건의, 검찰 수사 등을 의뢰하는 등 엄중하게 처벌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또한 금융위는 내달 금융회사의 지배구조 개선방안을 내놓는다. 금융회사의 CEO 선출 절차의 투명성을 높이고 이사회 운영의 독립성과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한 취지다. 

금융권에선 금융당국의 압박수위가 점점 높아지는 상황에서 채용비리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은행장 등 CEO 거취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앞서 우리은행장이 채용비리 의혹으로 자진 사퇴한 사례를 감안하면 채용비리 의혹이 경영진에 대한 사퇴로 이어질 가능성은 충분하다”며 “무엇보다 금융당국이 금융권에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는 상황에서 ‘채용비리 의혹’이 금융권 수장들의 사퇴압박 수단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우려가 크다”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