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정광성 기자]국민의당 분당이 최종 단계에 들어선 가운데 중재파 7인의 거취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재파들의 선택에 따라 안철수 대표가 주도하는 통합개혁신당과 박지원 의원이 이끄는 민주평화당 중 캐스팅보터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여소야대에서 통합개혁신당과 민평당이 저마다 캐스팅보터 입지를 노리는 데 빗대 중재파를 놓고 ‘캐스팅보터의 캐스팅보터’라는 말도 나온다.

국민의당 안 대표와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는 설 연휴 직전인 다음달 13일 통합전당대회를 갖기로 29일 합의했다. 박지원·정동영·천정배 의원 등 국민의당 통합반대파도 다음달 6일 민평당을 창당키로 결정한 상태다.

문제는 양측이 확보할 의석수다. 현재 민평당 합류 의사를 밝힌 의원은 17명이다. 통합개혁신당 측은 바른정당 의원 9명에 국민의당 의원 15명을 더해 최소 24명을 확보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의당 김동철·박주선·주승용 의원 등 7명은 중재파로 분류된다.

만약 중재파가 통합개혁신당에 합류하면 통합개혁신당과 민평당 의석수는 31석 대 17석이 된다. 반면 중재파가 민평당에 합류하면 통합개혁신당과 민평당은 같은 24석이 된다.

민평당이 더불어민주당, 정의당과 손잡으면 과반 의석을 확보할 수 있다. 여소야대 4당 체제의 캐스팅보터가 되는 셈이다.

하지만 중재파도 흐트러질 가능성이 있다. 중재파는 지난 29일 안철수, 유승민 대표와의 오찬 회동 후 ‘전당대회 후 안 대표 사퇴’안을 가지고 논의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박주선·김동철·주승용 의원은 긍정적이었으나 황주홍·이용호 의원은 “안 대표가 전당대회 이전에 사퇴해야 한다”며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재파 의원들이 대오를 추스르지 못한다면 각자 입장에 따라 민평당과 통합개혁신당으로 흩어질 가능성도 있다. 다만 중재파 내부에선 양측 의원 일부를 흡수해 무소속 연대를 구성하는 방안도 여전히 제안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안철수 대표는 31일 중재파를 향해 '통합 동참 시 2·13 통합전당대회 직후 대표직 사퇴'를 공언했지만 중재파 내부에선 오히려 혼란스러운 분위기가 느껴진다.

안 대표가 일단 겉으로는 '사퇴 요구'를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하긴 했지만 이미 '조기사퇴'라는 개념과는 멀어진데다, 중재파 합류를 조건으로 내걸어 자신의 거취보다 중재파 결단을 먼저 요구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재파 내에서 비교적 강성으로 꼽히는 이용호 정책위의장도 "(안 대표가) 우리를 자꾸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이 의장은 중재파 일각에서 수용 기류를 보였던 '2·4 전당대회 직후' 사퇴론에도 비판적 입장이었다.

여기에 반대파를 이끌고 있는 박지원 전 대표는 안 대표의 사퇴론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표하며 중재파를 향해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안철수 대표가 통합절차 완료 후 대표직을 내려놓겠다는 것에 대해 "중재파 유인책"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안 대표가 중재파 의원들이 합류한다면 2월 13일 통합 전대 후 대표를 사퇴하겠다는 조건부 사퇴를 밝혔다"라며 "중재파에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와 공동대표 제안으로 해석된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리베이트 의혹 때 책임지고 뒤로 물러나 있던 때와는 다를 것. 직위와 관계없이 전면에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라고 확실하게 선을 그은 것은 지선선대위원장으로 전면에 서겠다는 의지 표현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중재파 유인책이며 지선에 주도적 역할하겠다는 것이다. 눈가리고 아웅"이라고 덧붙였다.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가 29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 식당에서 국민의당 중재파 의원들과 오찬 회동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 안 대표, 박주선 국회부의장, 주승용 의원, 유 대표, 김관영 의원./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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