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값 매각 논란 딛고 국내 3위 건설기업 지위 확보하나
[미디어펜=홍샛별 기자] 호반건설의 대우건설 인수가 현실화되고 있다. 호반건설은 시공능력평가 순위 13위, 대우건설은 3위다. 이 때문에 "새우가 고래를 집어삼켰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지난 31일 대우건설 지분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호반건설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산은과 호반건설은 이달 중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정밀실사와 주식매매계획(SPA) 체결 등을 거쳐 오는 7월께 본 계약을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

   
▲ 대우건설 본사/사진=대우건설


◇본계약까지 남은 과제는?

가장 먼저 헐값 매각 논란을 들 수 있다. 업계에서는 산업은행이 대우건설을 너무 싼값에 넘겼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호반건설은 약 1조 6000억원의 돈을 들여 산업은행이 보유한 대우건설 지분 50.75%을 순차적으로 사들인다는 계획이다. 산은이 대우건설 지분 인수 및 유상증자에 투입한 자금이 3조 2000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절반 수준에 되파는 셈이다.  

이를 두고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1일 “국민혈세 공적자금 3조2000억원 투입해 반토막 1조6000억원에 팔아제끼려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며 “이 정권과 호반건설은 대체 무슨 관계이냐”라고 정부와 호반건설의 정경유착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호반건설은 경영 능력에 대한 세간의 의구심을 없애는 데에도 힘을 쏟아야 할 상황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호반건설이 자신보다 덩치가 큰 대우건설을 인수하고 경영해 나갈 수 있냐’는 회의적인 시각이 팽배하다. 실제 2016년 기준 대우건설의 매출액은 10조9857억원으로, 호반건설(1조2000억원)의 약 10배에 달한다.

해외 사업 경험이 전무하다는 점도 이 같은 우려를 키우고 있다. 현재 호반건설은 전체 매출의 90%를 주택사업에서 올리고 있다. 반면 대우건설은 주택사업뿐 아니라 국내외 플랜트, 원자력 발전소 시공, 토목까지 다양한 사업을 추진해왔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호반건설이 인수 이후 대우건설의 장점인 해외 사업 규모를 대폭 축소시키는 게 아니냐’는 비판적인 견해까지도 내놓는 실정이다.

대우건설의 기존 임직원을 얼마나 잘 끌어안는지 여부도 인수 성패를 좌우할 핵심이다. 대우건설 내부에서는 직원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우건설 임직원은 주인이 바뀔 때마다 기업의 핵심 자산들이 계속 매각됐던 전례 때문인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양새다.

◇인수 후 건설업계 판도는?

호반건설의 대우건설 인수가 마무리되면 건설업계 판도 변화는 필연적이다. 호반건설과 대우건설의 지난해 시공능력평가액은 각각 2조4521억원, 8조3013억원에 이른다. 둘을 합치면 금액이 10조7534억원으로 뛰어 올라 2위인 현대건설(13조7107억원)을 바짝 뒤쫓아 3위로 우뚝 서게 된다. 4위 대림산업(8조 2836억원)과도 무려 177억원의 격차가 벌어진다. 

업계에서는 탄탄한 자금력을 갖춘 호반건설과 우수한 인력과 사업 노하우를 가진 대우건설이 운명 공동체로 엮이면서 막강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주택 건설 위주의 그룹 사업에 국한됐던 호반건설이 플랜트와 발전소 시공 능력 등을 갖춘 대우건설을 통해 사업 다각화를 꾀할 수 있을 것으로도 예측되는 상황이다.
[미디어펜=홍샛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