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황영기 제3대 금융투자협회장이 “영원한 금융투자인으로 남고 싶다”는 이임사와 함께 협회장 자리에서 내려왔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투센터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자신의 ‘20년 금융사’를 회고했다. “은행, 보험, 증권, 자산운용 등 거의 모든 금융업을 거쳐봤다”고 전제한 그는 “반도체나 철강, 조선 등 산업 분야에선 한국에서 세계 최고 기업들이 나왔지만 금융에선 아직 글로벌 베스트 기업이 없다”는 말로 아쉬움을 표현했다.

   
▲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 /사진=금융투자협회


이임사에서 황 회장은 금융산업의 본질에 대해서도 본인의 가치관을 요약해서 드러냈다. 그는 “금융투자산업은 은행에서 거절당한 저신용 경제주체들에 모험자본을 공급해 혁신을 끌어내고, 가장 효율적으로 자원을 배분하는 역할을 한다”면서 “투자은행(IB)은 세상이 변화하게끔 돈의 흐름을 바꾸는 자극제가 될 수 있는데, 근본적인 변화가 없다면 앞으로도 금융에선 글로벌 베스트 기업이 나올 수 없다”고 소신 발언을 이어갔다.
 
정부의 역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황 회장은 “정부는 멀리서 업계가 뛰어노는 걸 보다가 결정적일 때 들어와서 ‘치(治)’ 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투자자 보호, 시스템의 안정, 건전성 등 세 가지를 확보하기 위해 규제는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사전에 커다란 벽을 쳐놓으면 자율과 창의가 뛰어놀 공간은 좁아지고 좁은 규제의 틀 안에서 자란 산업의 체력은 허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황 회장이 협회장으로 일한 3년간 국내 금융시장은 초대형 투자은행(IB) 도입, 비과세 해외투자펀드, 일임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등 선진형 자산관리상품을 경험했다. 장외주식시장(K-OTC) 활성화의 발판을 마련한 것도 황 회장의 업적으로 손꼽힌다.

26개 증권사와 블록체인 컨소시엄을 구성해 블록체인 인프라를 만든 점, 이를 기반으로 세계 첫 공동인증 서비스 체인(Chain) ID라는 혁신 시스템을 선보인 점도 주요 성과로 언급된다.

마지막으로 황 회장은 “오늘 이임식이 협회장을 마치는 자리가 아니라 개인적으로 1975년 1월 8일 130여 명의 낯선 (삼성물산) 입사 동기들과 시작한 43년 1개월의 긴 사회생활을 끝내고, 새로운 생을 여는 출발점이기도 하다”고 벅찬 소감을 마무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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