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학년도 정시 정리, 영어 절대평가 도입이 입시에 미친 영향과 대비 전략
거인의어깨 김형일소장의 입시칼럼 ‘입시톡톡(入試TalkTalk)’은 전년도 정시모집 원서접수가 마무리 되고 정시결과가 발표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기존 입시와는 사뭇 많이 달라진 2018학년도 정시모집 상황을 분석하고자 합니다. 영어영역의 절대평가로 대변되는 2018학년도 정시에서 과연 영어영역의 절대평가가 입시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지를 살펴보고 그에 따른 앞으로의 대비전략을 수립함으로써 올해 2019학년도 입시에서 수험생 여러분들 모두 희망하는 대학에 진학하시는데 도움 되기를 바랍니다.<편집자 주>

   
▲ 김형일 거인의어깨 연구소장 /사진=거인의어깨 제공
◇영어 절대평가로 변별력 상실? 
"…중요도는 변함없어"

지난 1월 2018학년도 정시모집은 영어영역의 절대평가가 적용된 첫 시험이었다. 영어영역의 절대평가가 실시된다는 소식에 많은 사람들이 영어가 입시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고, 특히 변별력이 줄어들 것을 우려했다. 각 대학들이 어떠한 대책을 마련할 지에 대해서도 귀추가 주목됐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난 2018학년도의 정시모집에서는 영어영역의 절대평가로 인하여 영어가 전체 입시에 미친 영향력이 크게 줄어든 것은 사실이며, 변별력 또한 크게 줄어들었다. 하지만 영어영역에 대한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이라고 봐도 되는 걸까?

2017학년도까지만 해도 수능 영어영역은 원점수 98점과 92점은 표준점수와 백분위에서 모두 큰 차이를 보여 변별력이 있었지만, 2018학년도의 경우는 원점수 98점이나 92점이 모두 동일한 ‘1등급’으로 처리되어 변별력이 크게 약화된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정시모집 원서접수를 위한 상담을 진행하며 큰 영향력이 없을 것이라고, 평가절하 되었던 영어성적 때문에 뜻밖에 당락이 뒤바뀌는 학생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정시모집에서는 각 대학별로 백분위 또는 표준점수를 기준으로 하여 제시한 ‘영역별 환산공식’에 따른 점수로 합불을 결정하게 된다. 영어영역은 절대평가로 바뀌었기 때문에 대학마다 등급별 반영 점수를 따로 발표하였다. 아래 일부 대학의 등급별 반영 점수를 살펴보자.
 
   
▲ 일부 대학 영어 등급별 반영 점수 (가나다 순)/자료=김형일 연구소장 제공

[표1] 일부 대학 영어 등급별 반영 점수 (가나다 순)

고려대와 중앙대 등은 대표적으로 등급간 감점의 폭이 매우 작은 편이다. 반면 홍익대 등은 상대적으로 등급간 감점의 폭이 꽤나 크다고 볼 수 있다.
 
그럼 이러한 차이가 어떤 결과를 가져왔을까? 실제 표본을 가지고 확인을 해 보도록 하겠다. 먼저 고려대의 A학과에 지원한 실표본의 점수를 아래 <표2>에서 살펴보자. 

   
▲ 표2 /자료=김형일 연구소장 제공
최초 커트라인으로 예상되는 16등의 성적을 기준으로 하나의 상황을 예로 생각해 보도록 하자. 고려대학교 환산점수에 따른 16등 학생의 환산 점수는 658.41점이다. 만약 K학생이 영어 1등급을 받아서 환산점수가 659.17점을 받았다면 석차 10위권이 되어 어느 정도 합격을 예상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K학생의 영어 성적이 2등급 또는 3등급이라면 어떻게 석차가 변화하게 될까? 

고려대학교의 경우 영어 2등급은 1점 감점, 영어 3등급은 3점이 감점된다. 즉 영어에서 2등급을 받았다면 658.17점이 되고, 영어 3등급을 받았다면 656.17점이 된다. 실표본 예시 표를 보면 영어 1등급의 경우 석차 10위, 2등급의 경우 16~17위, 3등급의 경우 25위권 정도가 된다.

즉, 예년의 추합을 고려해볼 때 영어 2등급을 받게 되면 추합을 예상해 볼 수 있지만, 영어 3등급을 받게 되면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불합격이 되는 것이다.

학생들이 정시 다군에서 많이 지원하는 중앙대학교의 B학과에 지원한 실표본의 점수를 <표3>을 통해 살펴보자.

   
▲ 표3/ 자료=김형일 연구소장 제공
위 예시 표에서 401등의 점수는 676.72점이다. 만일 L학생이 영어 1등급을 받아서 환산점수가 이 점수가 나온 상황이고 영어가 2등급 또는 3등급일 때 어떤 변화가 발생하게 될까? 중앙대의 경우 영어 2등급은 0.5점 감점, 영어 3등급은 1.5점 감점이다. 

따라서 L군이 영어 2등급을 받았을 경우 환산점수는 676.22점으로 석차는 440등 정도가 되고, 영어가 3등급일 경우에는 환산점수가 675.22점이 되어 560등 정도의 석차가 된다. 영어가 1등급에서 2등급, 3등급으로 하락함에 따라 석차가 40등, 120등 정도씩 하락하게 되는 것이다. 

영어를 가장 적게 보는 학교들 중 하나인 중앙대에서도 영어영역의 등급에 따라 이렇게 엄청난 석차상의 차이를 보이게 되는 것이고, 이는 지원가능 여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영어 반영비율이 적은 서울권 주요대학들로 알려진 서울대, 고려대, 서강대, 중앙대의 상황이 이럴진대 영어 반영비율이 이보다 큰 대학들의 경우는 그 영향력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영어 등급에 부여하는 점수를 가산점으로 반영하는 대학뿐만 아니라 영어 반영비율에 의거하여 다시금 환산이 되는 학교들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 발생한다.

정시모집에서 대학에 지원할 경우에는 각 대학별로 설정된 환산공식에 따른 대학별 환산점수에 의해 당락이 결정되게 된다. 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실제 사례에서는 동점자도 무수하게 발생하며 소수점 단위의 점수 차에도 많은 학생들이 모여 있게 된다.

영어영역이 절대평가로 전환됨에 따라 변별력이 줄어들 것이라 예상을 했고, 학교별 반영 비중도 대체적으로 줄어서 입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은 실제 입시에서는 이처럼 뜻밖에 영어에서 좋은 등급을 취득하지 못하여 지원하고자 하는 대학을 선택하지 못하는 상황을 이번 정시 상담에서도 많이 목격할 수 있었다.

이처럼 영어 절대평가 실시로 변별력이 떨어졌다고 하여도 수능에서 영어영역의 중요도가 떨어졌다고 생각하는 것은 크게 잘못된 생각일 수 있다. 

원점수 기준 90점대 초반 학생의 경우 예전 기준으로는 2등급을 받았으나 이제는 1등급을 받을 수 있으니 ‘영어 공부할 시간에 다른 공부에 좀 더 몰입하는 것이 효율적이다’라거나, ‘영어에서 한 등급 떨어지더라도 영어 공부할 시간에 다른 과목에 더 집중하여 한두 문제 더 맞추면 영어에서 손해 보는 점수 이상의 득을 볼 수 있다’라는 이야기는 잘못됐음을 반드시 인식해야 한다.

자신이 지원하고자 하는 대학의 과목별 반영비율 비중에 따라서 학습 우선순위를 할당하는 것이 전략적 선택일 수는 있겠으나, 학습의 중요도에 있어서 차이가 나는 것은 절대로 아님을 명심하도록 해야겠다.  글/김형일 거인의어깨 교육연구소장
[미디어펜=편집국]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