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국내 증시에서 코스피와 코스닥이 기록적인 상승세를 이어감에 따라 증권사들의 작년 실적에도 상당히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작년 증권사들의 순이익이 전년 대비 80~90% 증가했을 가능성이 설득력 있게 나오고 있다. 에프엔가이드는 국내 10대 증권사 중 상장사 6곳의 올해 연간 순이익 추정치를 1조 8104억원으로 잡으면서 전년 대비 93.8%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 1일 미래에셋대우는 올해 영업 목표치로 연결세전이익 기준 ‘1조원 이익’ 시대를 선언하며 업계의 시선을 모았다. 작년의 6647억원에서 약 50%가 늘어난 이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다.

실제로 미래에셋대우는 작년 당기순이익 5049억원을 기록했다고 지난달 31일 변동 공시했다. 이는 2006년 순이익 4461억원을 기록한 이후 10여년 만에 사상 최대 실적을 다시 쓴 것이다. 세부 내용을 보면 영업이익 6278억원, 세전이익 6647억원의 실적을 달성했다.

오는 8~9일 쯤 실적 발표를 예정하고 있는 한국투자증권 역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대하고 있다. 현재 키움증권은 한국투자증권의 지주사인 한국금융지주의 작년 당기순이익 금액을 전년 대비 86% 증가한 5040억원으로 추정했다. 

NH투자증권의 올해 예상 연간 순이익 역시 3586억원으로 전년 대비 50%가 넘게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삼성증권은 지난달 25일 작년 연결기준 매출 4조 4847억원, 영업이익 3600억원, 당기순이익 2714억원의 실적이 예상된다고 발표했다. 2016년과 비교했을 때 영업이익은 70.1%, 당기순이익은 55.8% 늘어난 금액이다.

증권사들의 호실적은 작년 초까지만 해도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이다. 전통적인 수익모델인 증권사 브로커리지(주식 수수료) 수익이 점점 줄어들면서 패러다임 전환이 시급해 보였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위탁매매 수수료율은 2000년 0.209%에서 지난해 3분기 역대 최저인 0.073%까지 떨어진 상태다. 금융투자협회 자료에 의하면 국내 증권사의 작년 3분기 누적 브로커리지 수익은 약 1조 8993억원으로 전년도 2조 710억원 대비 약 8.3% 줄었다. 2015년과 비교했을 때는 약 27%나 줄어들어 감소율이 매우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작년의 경우 ‘험난한 한 해’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지만 코스피와 코스닥의 기록적인 상승이 모든 것을 상쇄시켰다. 거래대금 증가폭이 워낙 커서 수수료율 하락에 따른 수익 감소분을 압도했기 때문이다.

작년 4분기 일평균 거래대금은 약 11조 7800억원으로 불과 7조 1400억원에 그쳤던 전년 동기대비 65.6%나 폭증했다. 올해는 지난 한 달간 일평균 거래대금이 무려 15조 8000억원에 달해 ‘열풍’ 수준의 투자 열기를 실감케 했다.

증시 활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지만 증권사들로서는 차기 수익모델을 준비할 시간을 번 셈이다. 물론 우려의 시선도 없지는 않다. 업계 한 관계자는 “증시 상승세가 꺾이고 나면 다수 증권사들이 동시에 힘들어지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면서 “초대형IB(투자은행) 등의 굵직굵직한 정책들이 멈춤 없이 추진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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