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권성문 KTB투자증권 회장과의 합의로 경영권 갈등을 정리한 이병철 부회장이 중국 기업과 손을 잡고 지분 확보에 나섰다. 최대주주 자리를 넘겨받기 위한 포석이지만 KTB투자증권의 아시아 시장 진출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경영권 갈등으로 홍역을 치렀던 KTB투자증권의 내분이 수습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갈등의 주체였던 권 회장과 이 부회장의 ‘합의’가 일단 대세를 안정 국면으로 결정지었다. 현재는 이 부회장 위주로 지분을 정리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 사진=연합뉴스


KTB투자증권은 지난 4일 이 부회장이 권 회장의 보유주식 1324만 4956주(18.76%)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903만 5051주(12.79%)에 대한 매수인을 새롭게 지정했다고 공시했다. 이 부회장이 매수인으로 지정한 곳은 중국 기업인 엠파이어오션인베스트먼트(Empire Ocean Investments)와 알파프런티어(Alpha Frontier) 등이다. 

엠파이어오션인베스트먼트는 부동산과 금융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판하이 홀딩스 그룹의 계열사로 알려져 있다. 알파프런티어는 온라인게임과 금융업을 영위하는 쥐런 그룹 계열사다. 

이 부회장과 중국 2개 기업에서 인수해야 할 주식 대금은 662억원으로, 인수 주식 1324만 4956주 중 엠파오션인베스트먼트가 602만 5378주(301억원), 알파프런티어가 300만 9673주(150억원)를 인수하게 된다. 이 부회장은 420만 9905주(211억원)을 인수한다. 이번 거래는 이달 말경 종료될 것으로 추정된다.

거래 이후 이 부회장은 총 지분율 20%로 최대주주가 된다. 판하이측은 8.53%로 2대 주주, 쥐런측은 4.26%로 3대 주주가 된다. 이 부회장이 최대주주가 되는 한편 KTB투자증권의 2대·3대주주로는 중국 기업이 들어오는 셈이다. 거래 종결 시점은 2월 말께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권 회장 지분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중국 기업이 들어오게 된 경위는 ‘우선매수권’ 때문이다. 계약에 의하면 우선매수권을 사용해 권 회장의 지분을 인수할 때에는 이 부회장과 이 부회장이 지명하는 자가 매수주체가 되도록 명시돼 있다. 이에 이 부회장이 상호협력할 수 있는 파트너로서 두 회사를 끌어들인 것으로 보인다. 

이들 두 회사는 경영참여는 하지 않는 단순 지분투자 목적으로 이번 거래에 참여했다. 그럼에도 KTB투자증권의 중국 진출에는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KTB금융그룹은 KTB네트워크의 상해 사무소를 통해 중국에서 ‘한중 시너지 펀드’ 등 3000억 규모의 펀드를 굴리고 있다. 

이미 KTB금융그룹은 중국투자를 기준으로 했을 때 국내 벤처캐피털(VC) 중 가장 큰 규모로 움직이고 있다. 중국기업들의 이번 지분투자로 보다 체계적이고 광범위한 중국 진출사례가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길었던 경영권 분쟁이 완벽하게 끝난다는 점 또한 KTB로서는 중요한 포인트다. 이 부회장은 권 회장이 작년 12월 매수한 389만 8270주도 사들여 최대주주로서의 입지를 확고하게 만든 뒤 KTB투자증권 경영을 ‘이병철 체제’로 확정 지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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