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호 사단 '사업지원TF'…과거 미래전략실 역할 할까
삼성전자 미래 위한 결정…제3자가 왈가왈부해선 안돼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일 ‘국정농단 주범’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 자유의 몸이 되자 삼성전자 측은 크게  ‘안도’하는 분위기다.  삼성 측은 뇌물 혐의 일부가 유죄로 판결난 부분에 대해서는 다소 아쉬워하면서도 집행유예로 "일단 신병이 풀려났다"는 점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삼성 관계자는 이날 선고 직후 1심에서 인정됐던 핵심 혐의 대부분이 무죄로 인정되자 "진실이 통해 다행스럽다"면서 "삼성의 공식 입장은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밝혔다.

삼성그룹 계열사 임직원들은 이 부회장이 거의 1년여 만에 영어의 몸에서 풀려난데 내심 크게 환영하며서도 일각의 부정적 여론을 의식한 듯 겉으로는 평온한 모습을 보이는 등 '표정관리'를 하는 분위기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이 부회장이 경영에 복귀할 경우 그동안 미뤄졌던 인사 등 조직재정비 작업이 어떤식으로 전개될지에 큰 관심을 보였다.  

오랜 수감생활 끝에 풀려난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서초사옥이나 용산구 한남동 자택 중 한 곳으로 이동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지난해 1월 구속 영장 청구가 기각됐던 당시, 서울구치소에서 나와 곧바로 서초사옥 41층 집무실로 출근해 현안에 대해 논의한 바 있다. 다만 이번에는 피로가 누적된 만큼 한남동 자택으로 돌아가 휴식을 취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한 임원은 "이 부회장이 당분간은 한남동 자택 등에서 머무르며 몸을 추스리지 않겠느냐"면서 "당장의 경영 복귀 보다는 그동안의 경영 공백을 조기에 정상화하는 방안과 함께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글로벌 기업의 책무를 다하는 전략을 함께 고민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연합뉴스


정현호 사단 ‘사업지원TF’…과거 미래전략실 역할 시작할까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사장단 인사를 통해 ‘사업지원TF’ 조직을 신설, 미래전략실 출신 정현호 사장을 수장으로 임명했다. 해당 조직이 신설되자 해당 조직이 삼성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게 될지 관심이 모아졌지만 삼성전자 측은 이런 전망마저 상당히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에 휘말린 미래전략실은 부정적 이미지를 안은 상태에서 해체돼야 했다. 때문에 이에 대한 오명을 벗지 못한 채 ‘포스트 미전실’에 이목이 집중될 경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게 삼성전자의 입장이다.

그럼에도 재계 안팎에서는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았던 미전실이 어떤 형태로든 부활할 것”이라는 예측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특히 지난해 11월 미전실 출신 정현호 사장이 복귀하며 ‘사업지원TF’를 맡게 되자 이 같은 추측은 더욱 부각됐다.

전자 계열사 간 이슈 대응과 협력, CEO 보좌역할 등을 담당할 사업지원TF 조직이 과거 미전실의 역할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측은 사업지원TF가 과거 미전실의 역할을 일부 담당하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삼성전자 계열사 간의 '사업 지원'을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라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삼성전자 미래 위한 결정…제3자가 왈가왈부해선 안돼

경제 전문가들은 삼성전자 측의 반응을 이해한다는 입장이면서도 조직의 미래를 위한 결정을 두고 제3자가 왈가왈부해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최근 삼성전자가 기록한 호황이 이 부회장의 부재에도 건재해서 그런 것이 아닌, 수년 전 미래를 내다보고 투자와 기술개발을 감행한 총수의 ‘결정’ 때문이라는 점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컨트롤타워’ 부재에 대해 우려를 보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래전략실의 존재가 지금의 삼성을 만든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에 대한 평가는 별도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지 ‘사업지원TF’와 연결 짓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덧붙였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래전략실은 정치적 소용돌이로 느닷없이 해체된 것일 뿐 미전실 자체가 잘못한 것은 없다”며 “미래전략실이 있었기 때문에 삼성 그룹이 지금의 역사를 만들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럼에도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사업지원TF'가 미니 미전실로 불리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며 “그럴 필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에서 필요에 따라 조직을 없애고 새로 만드는 것에 대해 제3자가 왈가왈부 할 이유는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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