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1심에서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던 이재용(50)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는 5일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고 353일 만에 석방했다.

지난 5개월간 사건을 심리해온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정형식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2시 이재용 부회장 및 삼성 전직 임원 4명의 항소심 선고 공판을 열고 "승마 지원을 일부 인정하고 나머지 뇌물 공여 대부분을 모두 불인정한다"며 이같이 선고했다.

앞서 1심 재판부가 유죄로 보았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금 및 재산국외도피 부분이 무죄로 뒤집혀진 게 형량 감형에 크게 작용했다.

다만 재판부는 이날 핵심 혐의인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에 대한 승마 지원은 1심과 마찬가지로 뇌물로 인정했다.

지난 5개월간 항소심 내내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수차례 공소장을 변경해 적용 혐의를 추가했고, 변호인단은 이를 반박하는 등 양측은 치열한 공방을 벌여왔다.

재판부는 이날 항소심 선고에서 뇌물 공여, 횡령, 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 은닉, 국회 위증 등 5개 혐의에 대해 "뇌물공여 부분을 모두 불인정하고 승마 지원에 대해서만 직무관련성 및 대가성을 인정한다"며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1심은 이 부회장의 5개 혐의에 대해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했었다.

특히 특검팀과 삼성 변호인단 간의 가장 큰 쟁점이었던 '묵시적 청탁' 여부에 대해 재판부는 "개별 현안에 대한 명시적·묵시적 청탁이 없었고 부정 청탁 대상으로의 승계 작업이 존재하지 않았다"며 "이재용 경영권 승계는 지원과 무관하다"면서 특검 주장을 불인정했다.

1심 재판부는 뇌물죄 근거로 "개별적 현안에 대한 명시적 청탁은 없었으나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간에 포괄적 현안(경영권 승계)에 대한 '묵시적 청탁'이 인정된다"고 보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이에 대해 인정하지 않았다.

   
▲ 1심에서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던 이재용(50)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는 5일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고 353일 만에 석방했다./사진=연합뉴스

그간 변호인단은 이와 관련해 "앞선 재판에서도 특검이 주장하는 개별 현안에 대해 삼성이 청탁하지 않았고 정부로부터 아무런 특혜를 받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며 "경영권 승계작업은 존재하지 않은 가공의 틀. 이 부회장이 외아들로서 경영능력을 입증하면 경영권을 얻는 만큼 무리할 이유가 없었다"고 반박했었다.

또한 재판부는 이날 선고에서 삼성이 제공한 승마지원에 대해 "삼성 승마지원은 직무관련성·대가성을 인정해 뇌물에 해당되지만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승마지원을 해줄 사적 이유가 없다"며 "최순실 딸 정유라의 말 소유권은 삼성에 있고 이에 대한 말 구입비는 인정하지 않으며 말 무상 사용에 따른 이익만 뇌물로 인정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에 대해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특혜를 요구했거나 취득했다는 증거가 없다"며 "전형적인 정경유착을 이 사건에서 찾을 수 없어 뇌물공여 부분을 모두 불인정하고 승마 사용만 인정한다"고 판시했다.

뇌물공여와 더불어 관심을 모았던 혐의인 국외재산도피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최순실 간의 승마지원 공모관계는 인정하지만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승마지원을 해줄 사적 이유가 없고 이에 대해 특혜를 요구했거나 취득했다는 증거가 없다"며 불인정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2월14일 특검의 구속영장 재청구 후 17일 법원의 영장 발부로 구속된 후 재판에 임해왔다.

이날 항소심 재판부의 집행유예 4년 선고로 이 부회장은 353일 만에 석방되고 다시 경영 일선에 매진할 수 있게 됐다.

한편 재판부는 이날 이 부회장과 함께 기소된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사장)에게도 집행유예로 감형해 석방을 선고했다.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