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금융권 채용비리 의혹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금융당국이 NH투자증권의 발행어음 인가 심사를 전격 보류했다. 초대형 투자은행(IB) 사업의 핵심인 발행어음 사업은 당분간 한국투자증권의 ‘독주’ 체제로 이어질 전망이다. 증권사들은 발행어음이 아닌 다른 사업모델을 가동시키는 쪽으로 방향을 바꿔 잡고 있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 측은 지난 5일 NH농협금융지주에 대한 수사가 완료된 후부터 NH투자증권에 대한 발행어음 인가심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NH투자증권 사업심사에 대한 보류 의사를 밝힌 셈이다.

   
▲ 금융당국이 NH농협금융지주에 대한 지배구조 문제를 조사하면서 NH투자증권 단기금융업 인가심사도 보류됐다. /사진=연합뉴스


이 사안은 최근 금융당국이 검찰에 수사의뢰를 한 채용비리 문제와 연결돼 있다. 현재 당국은 부산은행·KB국민은행·대구은행·KEB하나·광주은행 등을 상대로 CEO 해임건의와 채용비리 수사의뢰를 한 상태다.

사안은 단순히 은행 취업 문제에서만 그치지 않고 있다. 채용비리 혐의가 상당수 사외이사들과 연관돼 있었던 만큼 당국은 금융지주사들에 대한 전반적인 수사를 전개한다는 방침이다. 필연적으로 금융지주사들의 지배구조 문제가 재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NH투자증권의 경우 지분의 49.1%를 NH농협금융지주가 보유하고 있다. 이와 같은 연관성 때문에 NH투자증권의 사업인가에도 제동이 걸리게 됐다. 업계에서는 이변이 없는 한 NH투자증권이 한국투자증권에 이어 두 번째로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을 것으로 봤기 때문에 NH투자증권의 타격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지난 정부에서 야심차게 출범시킨 초대형 IB의 핵심사업인 단기금융업은 한투 독주체제로 당분간 굳혀질 전망이다. 더 이상 ‘다음 타자’로 꼽을 수 있는 회사도 없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초대형 IB 인가를 받은 증권사만 5개사임에도 ‘경쟁’이 존재하지 않는 기이한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삼성증권의 경우 실질적 대주주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5일 집행유예로 석방되긴 했지만 그렇다고 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낙관하는 분위기는 전혀 아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석방됐을 뿐 무죄 판결을 받은 게 아닌데다 (이 부회장의) 집행유예에 대한 반발 여론이 굉장히 거센 상황”이라고 지적하면서 “삼성증권으로서는 재인가에 대한 기대감을 갖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증권사들은 단기금융업이 아닌 대안을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당국의 인가가 필요 없는 부동산 계열의 신사업이나 항공기금융 등의 모델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규제 철폐’를 천명한 새 정부의 표어가 무색해졌다는 데에는 업계 다수의 견해가 일치하고 있다.

업계 또 다른 고위 관계자는 “농협금융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해서 NH투자증권 신사업까지 막는 식이라면 어떠한 개혁도 해내길 힘들 것”이라면서 “개별 증권사들이 어떻게 할 수도 없는 문제를 놓고 무조건 징벌하듯 빗장을 치는 것은 전형적인 정부의 ‘갑질’에 다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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