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오승환(36)이 텍사스 레인저스 유니폼을 입는다. FA 신분인 오승환은 텍사스와 계약기간 '1+1년(2년째는 구단 옵션)'에 옵션 포함 총액 925만달러의 조건으로 계약하기로 합의했다. 7일(현지시간) 실시하는 메디컬 테스트를 통과하면 텍사스 레인저스의 일원이 된다.

그동안 오승환의 새 둥지가 어느 팀이 될 것인지 초미의 관심사였는데 텍사스로 결정이 됐다. 국내 팬들에게는 더욱 흥미로운 상황이 만들어졌다. 텍사스는 추신수가 있는 팀이다. 두 한국인 메이저리거가 팀 동료로 한솥밥을 먹으며 뛰는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올 시즌 텍사스 경기에서 8회쯤 추신수가 득점타나 홈런을 때려 텍사스가 리드를 잡고, 9회 오승환이 마운드에 올라 경기를 마무리하는 장면이 벌써부터 상상된다.

   
▲ 사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텍사스 레인저스 SNS


오승환과 추신수는 1982년생 동갑내기 친구 사이다. 오승환은 텍사스의 입단 제의를 받고 추신수와 상의를 하며 많은 조언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메이저리그에서 한국인 선수가 한 팀에서 같이 뛰는 것은 오승환·추신수가 4번째다. 이전에는 김선우·김병현(2005~2006, 콜로라도 로키스), 서재응·구대성(2005, 뉴욕 메츠), 서재응·류제국(2007, 템파베이 레이스)이 같은 팀 유니폼을 입은 적이 있다.

하지만 오승환과 추신수처럼 투타에서 핵심 전력으로 평가되는 선수들이 함께 뛰는 것은 처음이다.

오승환이 텍사스행을 결정한 데는 '마무리 투수'로 뛸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텍사스는 제프 배니스터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후 최근 3년 연속 확실한 마무리가 없어 시즌 중간에 마무리투수가 바뀌곤 했다. 2015시즌에는 네프탈리 펠리스에서 숀 톨리슨으로, 2016시즌엔 톨리슨으로 시작했다가 샘 다이슨으로 마무리가 바뀌었다. 지난해에도 다이슨에서 알렉스 클라우디오로 클로저가 교체됐다.

오승환은 세인트루이스에서의 지난 두 시즌 동안 '파이널 보스'란 별명답게 마무리로 활약했다. 

메이저리그 진출 첫 해였던 2016시즌 셋업맨으로 시작했다가 능력을 인정받아 마무리로 중용되며 76경기(79.2이닝) 등판해 19세이브(14홀드 4블론세이브), 평균자책점 1.92를 기록하는 빼어난 성적을 냈다. 2017시즌에는 62경기(59.1이닝)에 등판해 20세이브(7홀드 4블론세이브)로 어느 정도 제몫은 해냈지만 평균자책점이 4.10으로 치솟았다. 시즌 후반 구위가 떨어지며 마무리에서 밀려난 것이 아쉬움으로 남았고, 이런 영향으로 이번 FA 계약이 예상보다 늦게 성사됐다.

하지만 텍사스에서 오승환은 충분히 마무리를 맡을 수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마무리를 맡았던 클라우디오는 좌완 사이드암이어서 우타자를 상대로는 약점이 있었다. 다른 마무리 후보들도 있지만 한-미-일 무대에서 특화된 마무리투수로 풍부한 경력을 쌓은 오승환에게 먼저 기회가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오승환은 한-미-일 통산 396세이브를 기록 중이다.

텍사스라는 새로운 팀에 대한 적응은 추신수가 있어 상당한 도움이 된다. 오승환과 추신수가 함께 이끌어갈 텍사스가 올 시즌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오승환이 행보와 함께 국내 팬들에게는 매우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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