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올림픽에 대한 기대와 달리 북 체제 선전장
외려 3~4월 한반도 위기설 더 커질까 우려돼
   
▲ 조우석 주필
"스포츠에는 감동과 눈물이 있다. 세계가 열광하는 이유다. 오로지 땀과 눈물로 지난 4년을 다져온 선수들의 투혼이 빛을 발할 시점이다.…그리고 그 감동의 무대인 평창은 세계에 빛나는 가장 밝은 별이 돼…인류의 화합을 다지는 스포츠 한마당이 되기를 기대한다."

9일 자 조중동 중 한 곳의 사설인데, 공감할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공허한 말의 반복 때문에 손목이 오그라들 정도로 민망할 따름이다. 정확하게 말하자. 이번 올림픽만큼 썰렁하고 뒤숭숭한 축제는 일찍이 있어 본 적이 없다. 왜 그런지는 모두가 안다. 북한이란 변수 때문에 이렇게 꼬였는데, 안타깝게도 반전 가능성도 현재로선 거의 없다.

평창올림픽이 9일 개회식을 시작으로 레이스에 돌입하지만, 평창올림픽인지 평양올림픽인지 여전히 헷갈린다는 게 국민들 다수의 생각이다. 벌레소년이 만든 '평창유감'대로 "평창올림픽 개*창 났습니다."란 말에 더 공감하는 게 현실이다. 우려스럽게도 상황은 더 안 좋은 쪽으로 흘러간다.

한미동맹 이렇게 동상이몽일 수 있나

우선 한미 양국인데, 현재 서로가 다른 소리를 내뱉으니 어안이 벙벙할 정도다. 문재인 대통령은 5일 "휴전선 지척에서 세계에 평화 메시지를 전하니 정말 멋지지 않으냐?"며 남북화해에 대한 확신을 반복했다. 미국의 입장은 요지부동인데, 그건 환상이라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는 쪽이다. 펜스 부통령은 일찌감치 "북한에 대한 전략적 인내는 끝났다"는 메시지를 전하러 한국에 간다고 일러두지 않았던가.

명색이 동맹 사이인데, 이렇게 생각이 극과 극을 달릴 수 있을까? 명백한 것은 핵과 미사일을 추구하고 주민을 억압하고 있는 북한 정권의 본질을 호도하도록 내버려두지 않겠다는 게 미국의 뜻이라는 점이고, 이건 북한 김정은은 물론 문재인 정부에 보내는 경고라는 점이다.

   
▲ 평창올림픽이 9일 개회식을 시작으로 레이스에 돌입하지만, 평창올림픽인지 평양올림픽인지 여전히 헷갈린다는 게 국민들 다수의 생각이다.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8일 오후 청와대에서 만나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제는 한국 위정자들이 이런 기류를 읽지 못하고 있고, 그래서 '평창 이후'에 대한 전망도 더욱 어둡게 한다. 당장 평창선수촌 아파트에 내걸린 대형 인공기부터 민심이 등 돌리게 된 계기였다. 그건 일종의 예고편이었다. 공산주의 망령과, 우리민족끼리 거대한 쇼가 올림픽이라는 합법(合法)의 틈을 비집고 들어왔으며, 앞으로 한 달 계속 될 것이라는 뜻이다.

응원단-예술단의 그 역겨운 쇼를 신문-방송이 증폭시키며 대중의 얼을 빼놓는 과정도 불 보듯 뻔하다. 그건 언론노조가 장악한 언론 상황 때문이고, 싸구려 우리민족끼리의 신화에 정신상태가 여전히 망가진 대한민국 국민의 평균적 민도(民度) 때문이다. 그러나 남북공조 정치 쇼의 음험한 실체를 알아보는 이들의 시민적 각성도 무시 못한다.

때문에 나는 이번 평창올림픽이 어떤 거대한 역사적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본다. 국민 대각성은 물론 한반도 상황 전개의 두 측면에서 전혀 다른 상황 전개가 가능한 수령으로 작용한다는 뜻인데, 우선 '평양올림픽'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역효과가 외려 클 것으로 전망한다.

김여정 환대, 역효과도 무시 못할 듯

김일성의 손녀인 김여정이 온다고 언론이 호들갑을 떨어대고, 문 대통령이 그와 오찬을 하는 등의 정상급의 환대란 생각했던 것보다 국민 공감대의 폭이 넓지 않다는 뜻이다. 거꾸로 올림픽 하루 전 열병식에서 미국 타격용 ICBM 화성-14·15형을 공개하는 저들의 실체를 재확인하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저들과의 대화에 매달리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염증이 더욱 더 커질 수 있다. 오래 전 나의 예측대로 남북정상회담 카드가 덜컥 등장할 경우 상황이 크게 출렁대긴 하겠지만, 본질이 모두 바뀌는 건 아닐 것이다. 결정적으로 한반도 상황 전개가 우물 안 개구리 신세인 우리의 예측을 크게 뛰어넘을 것으로 나는 판단한다.

올림픽으로 세계 이목이 한반도에 쏠린 틈을 이용해 한반도 주인은 핵을 보유한 김정은이라고 선전하는 저들과 거래를 하겠다는 건 환상일 뿐이라는 국제사회 여론이 그만큼 큰 것이다. '핵 있는 평화', 즉 북핵을 내버려 둔 채 봉합하는 쪽으로 상황 관리하길 원하는 김정은에 대한 결정적 응징 쪽으로 방향이 선회할 것이란 예측은 그 때문이다.

그렇다면 요즘 대다수의 예측대로 국내는 물론 한반도 전체 상황은 '평창 이후' 3~4월에 이목이 쏠린다. 그때야말로 한반도 게임의 최대 분기점인데 코피 작전 정도가 문제가 아니다. 우리의 시민적 각성이 높아지면서 반문명-반인류의 악마 체제인 평양을 최종적으로 압박-제거하려는 미 행정부의 북폭에 대한 기대가 더욱 더 커지고, 그게 한반도 최후 계임의 종결을 지을 가능성은 더욱 커져만 간다. 원컨 원하지 않컨 평창올림픽은 그래서 더욱 더 지켜볼만한 게임이 됐다. /조우석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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