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평창동계올림픽이 9일 개막하는 가운데 북한과 미국에서 사실상 '최고위급' 인사가 방문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북미대화' 중재가 성공할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과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9일 개막하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 모두 참석하는 가운데 사전 리셉션과 개회식 등 올림픽 행사 의전 배치를 두고 긴장감 넘치는 장면이 연출될 전망이다.

정부는 올림픽을 계기로 미북 대화 성사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왔지만 정작 당사자인 미국과 북한 모두 냉랭한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미국 고위급 대표단장인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 측은 각종 행사에서 북한 인사와 마주치지 않도록 의전에 신경 써줄 것을 우리 정부에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고, 조영삼 북한 외무성 국장은 8일 펜스 측 요청에 대해 "푼수 없는 언동"이라며 "방문 기간에 미국 측과 만날 의향이 없다"고 응수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후5시 주재하는 사전 리셉션 환영행사를 비롯해 IOC·평창조직위가 오후8시 공식 개최하는 올림픽 개회식에 이들은 나란히 참석해 수미터 내 자리를 잡을 것으로 보인다.

사전 리셉션에는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내외와 김영남 북한 노동당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올림픽 개회식에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까지 자리한다.

특히 문 대통령이 주재하는 올림픽 사전 리셉션에는 개회식 참석차 방한한 정상급 인사 200여 명이 대거 참석하는데 환담을 나누는 행사장에서 펜스 부통령 내외와 김영남 상임위원장,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등이 어디 앉을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또한 참석자끼리 악수하며 사진 찍는 식순이나 서로 형식적인 인사를 나눌 때 펜스 부통령과 김 위원장이 어떤 제스처를 취하면서 의미있는 외교적 메시지가 나올 지 주목된다.

리셉션에는 북핵 문제의 실질적 당사자인 미북 최고위급 인사가 함께 자리한다는 것으로 상당한 의미가 부여될 전망이다.  

다만 미국과 북한 모두 상대방과의 직접 대화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사전에 밝혀 잠깐의 조우 이상으로 실질적인 대화가 오가지 않을 것으로 점쳐진다.

   
▲ 미국과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9일 개막하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관련 행사에 나란히 참석한다. 사진은 양국 대표단장인 김영남 북한 노동당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좌)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우)./사진=(좌)연합뉴스,(우)청와대 제공

올림픽 개회식에는 더 많은 주요 인사가 참석한다.

펜스 부통령은 이날 개회식에 북한에 억류됐다가 사망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부친 프레드 웜비어와 동행할 예정이라고 전해졌고, 북측에서는 김여정 부부장도 참석한다.

검찰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사를 놓고 현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 또한 자리한다.

IOC는 주최 측인 한국에게 개회식 의전에서의 민감한 결정들을 맡긴다는 입장이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8일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이에 대해 "간섭하는 실수를 하지 않으려 한다"며 "(IOC의 잘못된 의전은) 재앙의 레시피(a recipe for disaster)가 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평화올림픽의 기치를 내건 평창 동계올림픽 첫날 문 대통령의 '평창 다자외교'가 빛을 발할지 주목된다.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