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검찰이 KEB하나은행 을지로 본사를 압수수색한 가운데 하나금융지주의 전반적인 경영활동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하나금융투자 등 최고경영자(CEO) 연임 여부를 곧 결정해야 하는 계열사들이 많아 경영 불확실성이 전반적으로 높아졌다는 지적이다.

9일 은행권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검찰이 지난 8일 오전 KEB하나은행 본사를 압수수색 했다. 이날 서울서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정영학)는 KEB하나은행 본사로 수사관 16명을 투입해 하나은행 서버와 인사부, 행장실을 중심으로 수색을 펼쳤다.

   
▲ KEB하나은행 본사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이 진행 중인 가운데 하나금융그룹 전체의 경영 불확실성도 높아졌다. /사진=연합뉴스


이번 압수수색은 KEB하나은행과 관련된 인사 의혹에서 비롯됐다. 금융감독원이 KEB하나은행 채용절차에 비리 정황이 있다는 내용을 검찰에 이첩시키면서 수색이 진행된 것이다. 이미  인사 관련 자료를 확보한 검찰은 주로 채용 과정에서 어떤 부당한 행위가 있었는지를 밝힐 것으로 보인다.

이미 KB국민은행이 압수수색을 경험한 터라 KEB하나은행의 수색도 시간문제라는 예상은 있어왔다. 그럼에도 실제 수색이 진행되자 KEB하나은행과 지주사 하나금융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다른 무엇보다도 KEB하나은행은 하나금융의 주 계열사인 만큼 이번 문제가 커질 경우 전 계열사는 물론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거취마저 불분명해질 수 있다.

문제는 하나금융의 다수 계열사들이 현재 주요 임원들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는 점이다. 김병호 부회장, 이진국 하나금융투자 사장, 정수진 하나카드 사장, 권오훈 하나생명 사장 등의 임기가 오는 3월 끝난다.

2월도 중순으로 향하고 있고 설 연휴까지 겹친 상태라 서둘러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구성해야 하지만, 이번 압수수색으로 모든 일정이 연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KEB하나은행의 인사 문제가 회장은 물론 전 계열사의 문제로 확장될 위기에 놓인 것이다.

하나금융투자의 경우 나쁘지 않은 경영성과를 거뒀음에도 모회사의 경영 불확실성 때문에 뜻하지 않게 피해를 볼 가능성이 커졌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금융당국과 불편한 관계를 만들면서까지 세 번째 연임에 사실상 성공한 상황에서 이른바 ‘김정태 라인’들의 연임까지 무사히 진행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우려가 높다. 이진국 사장은 경쟁사인 신한금융투자에서 김정태 회장이 직접 발탁한 인물이다.

실적만 놓고 본다면 이진국 하나금융지주 사장은 충분히 연임을 낙관할 수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16년 3월 23일 취임 후 약 2년의 시간동안 하나금융투자는 비은행 계열사로서 하나금융지주 내에서의 입지를 꾸준히 늘려 왔다. 

작년 3분기 실적 기준 하나금투의 지주 내 이익 기여도는 6.0%를 기록해 1년 만에 거의 2%포인트 가량 상승했다. 연간 자기자본이익률(ROE) 또한 6%를 기록해 업계 평균을 뛰어 넘었고, 기업금융(IB) 부문에서도 작년 4분기에만 3조원에 가까운 딜을 추진했다. 

평소와 같은 상황이었다면 어렵지 않게 연임을 낙관할 수 있었겠지만 최근의 뒤숭숭한 분위기는 모든 예측을 어렵게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자의건 타의건 하나금융과 금융당국이 부딪히는 그림이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면서 “채용비리가 있었다면 당연히 조사와 처벌을 받아야겠지만 어느 한 계열사의 문제가 그룹 전체로 번지는 상황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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