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5일 한미군사훈련 전까지 북미대화 견인 등 난제 산적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 ‘김정은의 특사’ 자격으로 청와대를 방문한 김여정 노동당 1부부장은 방남 사흘째 문재인 대통령과 나란히 앉아서 삼지연관현악단의 서울 공연을 관람하면서 귓속말을 나눌 정도로 가까워진 모습이었다.   

공연 관람 후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자리에서는 김여정이 문 대통령의 손을 두 손으로 꼭 쥐었다. 문 대통령이 김영남과 악수를 할 때도 손을 놓지 않았다. 김여정은 김정숙 여사에게 “늘 건강하세요. 문 대통령과 꼭 평양을 찾아오세요”라고 재차 북한 초청 의사를 전하기도 했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자신의 친여동생을 특사로 보내 문 대통령을 평양으로 초청하면서 남북정상회담 개최가 가시화됐다. 

하지만 문 대통령과 문 대통령도 김정은의 초청 의사를 전달받고 “여건을 만들자”고 말한 것처럼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지기까지 난제가 적지 않다. 게다가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된다 하더라도 북한의 비핵화를 약속받지 못할 경우 한미동맹에 균열이 생길 우려가 커진다.

청와대는 김정은의 남북정상회담 제의를 수락한 상황이다. 문 대통령이 김여정이 전달한 김정은의 친서를 받으면서 ‘여건’을 말하면서 “북미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요구했지만 그동안 문재인 정부는 남북대화를 강조해왔다. 

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북 모드는 ‘최대한의 압박과 제재’이고, 이번에 평창올림픽 개회식에 참석한 펜스 미국 부통령이 북한 고위급 인사들과 눈 한번 마주치지 않고 싸늘했던 사실을 볼 때 북미대화가 열리는 것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당장 평창 동계올림픽가 패럴림픽 이후 미뤄뒀던 한미군사훈련이 3월25일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군 당국과 미국은 연기했던 훈련을 재개한다는 입장이고, 이럴 경우 북한의 반발이 예상된다. 

북한은 이미 지난 7일 노동신문을 통해 “올림픽 이후 한미훈련을 재개하면 북남관계가 휘청일 것”이라고 위협한 바 있다. “조선반도(한반도) 정세는 또다시 엄중한 파국 상태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다”며 으름장도 내놓은 상태이다.

따라서 한미군사훈련이 재개되기 전까지 북미대화가 이뤄지거나 남한의 중재로 실제 북미관계에서 진전된 결과를 낳아야 하는 과제가 문 대통령에게 주어졌다. 

또한 남북정상회담이 국내 여론이나 미국‧일본 등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으려면 최정점에 와 있는 북핵 문제를 풀어야 하는 회담이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 이후 한미동맹 균열 등 더 큰 후폭풍을 맞을 위기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도 북한은 “핵 무력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물러서지 않고 있어 문 대통령이 ‘핵과 관련된 진전’이라는 대화 여건 조성에 실패할 경우 정상회담 자체는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최근 북한에 대한 제한적 타격인 이른바 ‘코피 터트리기’ 전략을 만지작거리고 있어 지금 모드에서 북미대화에 선뜻 나설 가능성이 매우 낮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가 우선 남북정상회담을 열고 대화로 북학 핵문제를 풀어나가겠다고 미국 정부를 설득하고 나설 가능성도 남아 있다. 마침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12일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진다면 한반도 비핵화를 향한 의미 있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며 ”나라 안팎의 이견과 우려도 있을 수 있지만, 분명한 것은 평화는 대화로부터 오는 것이고 평화를 원한다면 대화를 반대할 수는 없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도 “남북관계 역사상 분단 이후 최초로 북한 헌법상에 국가수반 김영199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북한 최고지도자의 직계가족이 우리 측 지역을 방문한 것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북한의 의지가 매우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통일부 백태현 대변인은 12일 정례브리핑에서 “향후 여건 조성 시에 남북 정상간의 한반도 문제 및 남북관계 현안에 대한 포괄적인 협의가 가능한 단초가 마련이 되었다고 보고 있다”며 “북핵 문제 해결 및 한반도 평화 정착,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서 필요하다면 여러 가지 다양한 방안에 대한 검토가 관계부처 협의를 통해서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한미 간에 긴밀히 공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역대 정부들이 저마다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했지만 김대중‧노무현 두 정부에서만 성사시켰을 만큼 그동안 정상회담으로 가는 여정은 늘 가시밭길이었다는 평가가 많다. 전두환 정부 때는 정상회담 추진 과정에서 1983년 12월 부산 다대포 간첩선 침투사건이 발생했고, 김영삼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추진은 1994년 7월 김일성 주석이 사망하면서 무산됐다. 

   
▲ 북한 '김정은의 특사' 자격으로 10일 청와대를 방문한 김여정 노동당 1부부장이 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사진=청와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