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증자 본사 노조 고통분담 필수, 신차배정 미래차생산 보장해야
   
▲ 이의춘 미디어펜대표
드디어 불길한 소식이 들려온다. 꺼져가는 등불같았던 군산공장이 문을 닫았다.

한국GM이 13일 군산공장을 5월까지 폐쇄하는 극약처방을 내렸다. 가동률이 20%미만으로 떨어진 군산공장의 운명은 예고된 것이었다. 군산공장에서 생산되는 모델은 준준형 크루즈, 다목적 차량 올란도등에 불과하다. 군산공장에서 일하는 2000명의 임직원들도 구조조정 쓰나미에 휩쓸리게 됐다. 군산공장 협력업체들은 도산하거나 새로운 원청업체를 찾아야 하는 극심한 위기를 겪게 됐다. 정상가동중인 부평공장과 창원공장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한국GM이 풍전등화의 위기에 몰렸다. 30만명의 일자리를 갖고 있는 한국GM의 정상화여부는 문재인정부의 자동차산업 구조조정 능력을 시험할 것이다. GM본사는 문재인정부에 벼랑끝 전술을 구사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수십만명의 일자리가 걸린 한국GM정상화이슈를 현정부가 수수방관하지 않을 것이란 기대가 깔려있다.

GM본사는 벌써부터 대규모 흥정을 하고 있다. 정상화를 위한 3조원 증자에 한국정부와 산업은행이 동참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한국GM의 지분 17%를 보유한 산은이 증자에 참여하면 5100억원을 태워야 한다. 정부로선 GM과 힘겨운 샅바싸움을 벌여야 한다. 정부로선 증자에 동참할 경우 정상화가 가능한 수준의 안정적인 생산 및 판매물량확보를 요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증자협상이 결렬되면 GM이 한국에서 완전히 철수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GM은 호주에서 정부지원이 끊기자 자회사를 철수한 전력이 있다.  
   
한국GM은 말기암환자와 같다. 독자적인 회생이 불가능하다. 자본잠식에 따른 재무구조 악화, 국내외판매부진에 따른 경영난, 철밥통 노조의 고통분담 거부 등 악재가 겹쳤다. 본사의 물량배정에 의존하는 천수답회사로 전락했다. 독자적인 생산능력과 엔진개발, 글로벌판매망이 없기 때문이다. GM본사의 글로벌 전략에 따라 운명이 결정되는 하청기지라는 점에서 미래는 더욱 불투명하다.

   
▲ 한국GM이 군산공장을 닫았다. 가동률이 극히 저조한 군산공장의 폐쇄는 예고된 것이었다. GM본사는 정부와 산은에 3조원증자, 세금감면을 요구하며 노조의 정상화협조를 촉구하고 있다. 독자적인 생산및 판매조직이 없는 한국GM의 구조적인 취약점이 드러났다./연합뉴스
 

한국GM의 정상화는 화급한 재무구조를 개선하는데 있다. 완전자본잠식상태에 빠진 극심한 수렁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간 2조원의 손실을 냈다. 지난해에도 최대 1조원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GM본사로부터 대출을 받아 연명하고 있다. 누적대여금만 벌써 3조4000억원에 이른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재무구조 개선후에 안정적인 생산과 판매물량을 확보하는 것이다. 지금은 본사의 물량배정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정부가 증자에 동참하더라도 GM본사에 대해 한국GM의 장기안정적인 생존방안을 제시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해야 한다. 신차배정을 비롯해 전기차 등 미래차 개발 생산권도 확보해야 한다. 본사가 지원한 대출금의 출자전환을 통해 부채비율을 낮추는 것도 관건이다.

GM본사는 산은의 증자참여와 저리자금대출, 외국인투자자 지정 등 세제감면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조건이 충족되면 본사에서 연간 30만대규모의 안정적인 신차물량을 주겠다는 것이다. 강성노조에 대해서도 정상화를 위한 고통분담을 촉구하고 있다.

정부와 GM본사간의 협상을 통해 정상화해법을 찾아야 한다. 산은의 증자참여는 국민세금을 쏟아붓는 것이어서, 노사의 고통분담과 진정성있는 자구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자구노력이 없는 정부지원은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될 것이다. 국민들도 이를 용납하지 않는다.

철밥통노조의 향후 태도가 중요하다. 노조가 지금처럼 모럴해저드에 빠져 있다면 정상화는 요원하다. 노조는 회사가 대규모 적자에 신음하는데도, 매년 고임금파업을 벌였다. 본사에서도 한국GM노조의 과격함과 이기주의에 대해 혀를 내두르고 있다. 현재의 고임금구조를 지속해서는 추가물량 배정을 할 수 없다는 강경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노조가 진정으로 벼랑에 몰린 일자리를 유지하려면 임금삭감과 구조조정, 생산성향상에 동참해야 한다. 파선위기에 있는 배가 생존하려면 일부의 희생이 불가피하다. 모두가 살려다 모두가 침몰할 뿐이다.

노조가 지금처럼 몽니를 부리면 본사의 신차배정과 증자, 산업은행의 증자동참도 힘들어진다. 국민세금을 투입하는 문제는 워낙 민감하다. 노조가 국민혈세 투입의 민감성을 의식해서 고통분담에 적극 나서야 한다. 노조가 희생이나 양보를 하지 않으면 게도 구럭도 다 놓친다.

   
▲ 한국GM은 2014년이후 3조원대 적자에 신음하고 있다. GM본사로부터 비싼 이자내는 대여금으로 연명중이다. GM이 만약 철수할 경우 국적있는 기업에 매각하는 것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정부가 GM에 마냥 호구잡히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한국GM문제는 김대중정부가 외자유치 선전을 위해 대우차를 GM에 매각하면서부터 잉태된 것이다. 김우중 전대우회장이 모든 것을 걸고 키워낸 대우차는 독자적인 엔진 및 모델생산체제를 구축하고, 글로벌 판매망을 보유했다. 대우차는 그룹유동성위기로 워크아웃에 들어갔지만, 해외매각은 신중해야 했다. 국적있는 매각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김전대통령과 이헌재 전금감위원장은 미국GM에 매각할 경우 외자유치효과를 거둘 것으로 낙관했다.

GM은 4억달러만 들고 헐값으로 대우차를 인수하는 행운을 누렸다. 김우중회장은 GM과 포드등으로부터 50억~100억달러 유치하는 방안을 모색했었다. 김우중회장이 쓰러지자, 대우차는 헐값으로 떨어졌다. GM이 거저 주워 본사를 살리는 효자로 만들었다.

대우차가 개발했던 소형차들은 중국 유럽등에서 GM브랜드로 불티나게 팔렸다. 글로벌금융위기이후 어려움을 겼던 GM은 대우차의 소형차 덕을 톡톡히 봤다. 최근엔 본사에서 한국GM에 배정한 물량을 회수하면서 극심한 위기에 빠졌다. 본사정책에 따라 운명이 결정되는 하청기지의 슬픈 운명이다.

GM본사가 한국GM 정상화의지가 있는지 묻고 싶다. 배정물량에 따라 한국GM은 언제든지 거센 풍랑의 파고를 겪어야 한다. 정부는 GM본사에 호구잡히지 말아야 한다. 차제에 한국GM을 정상화시키고, 독자적인 생산 및 판매망을 구축할 수 있는 새로운 파트너를 물색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 언제까지 GM본사에 목매야 하는가?

한국GM은 김대중정부의 실패한 외자유치를 상징한다.  GM이 철수할 경우 국적있는 기업에 경영권을 넘기는 것을 추진해야 한다. 정부가 증자협상에서 당당하게 임해야 한다. 일자리문제에 집착해 GM에 모든 것을 내주며 호구잡히는 것은 피해야 한다. /이의춘 미디어펜대표
[미디어펜=이의춘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