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군분투 '삼성' 바라 보는 국민 시각 여전히 '싸늘'
대한민국 경제 순위 세계 상위권임에도 '민도' 바닥
   
▲ 조우현 산업부 기자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이재용 부회장이 이끌어갈 삼성의 모습이 궁금하다. 세상은 또 바뀌었다. 과거에는 수익성 있는 사업에 빨리 뛰어들어 ‘추격자’로 사업을 성공시켰다면, 이제 시장 선도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할 자리에 올랐다. 연이어 터진 사상 최대 실적과 더 이상 오를 곳이 없어 보이는 삼성전자가 앞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훗날 지금을 돌아보며 이재용 부회장의 선택이 선견지명이었다는 말을 하게 됐으면 좋겠다. 모두 다 고개를 갸우뚱 했지만 총수의 ‘고독한 결정’으로 해내고야 말았고, 삼성이 또 한번 우뚝 설 수 있었다는 그런 일화 말이다. 이는 전적으로 이재용 부회장의 몫이다. 그리고 누구보다 이 같은 상황을 인지하고 있는 것도 그다. 어깨가 무거울 것 같다.

상황은 녹록지 않다. 삼성전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검찰의 수사 대상에 올랐다. 덕분에 이 부회장의 경영 복귀 시기도 갈피가 잡히지 않는다. 언제가 됐든 그가 ‘새 시대’를 선포할 것이라는 전망이 하루가 멀다 하고 제기되고 있다. 25년 전 이건희 회장이 했던 ‘신 경영 선언’ 같은 비전이 있을 거란 기대다.

   
▲ 지난해 촛불집회에 참여한 시민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얼굴에 '재벌해체'가 쓰여진 공을 바라보고 있다./사진=미디어펜


다만 고군분투하는 삼성을 바라보는 일부 국민들의 시선이 그대로라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대한민국 사회에선 ‘기업은 노동자를 착취해서 돈을 번다’는 그 옛날 마르크스 사관이 여전히 유효하다. 여론의 뭇매가 ‘잘 나가는 삼성’에 가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경제는 세계 순위권 안에서 놀고 있지만 ‘민도’가 그에 미치지 못한 결과다.

이 부회장이 집행유예를 선고 받자 목소리 큰 사람들이 ‘삼성유착판사’, ‘나쁜 판결’ 같은 말을 만든 것도 ‘민도’가 그러해서 가능한 일이다. 여당의 공식 싱크탱크가 법원의 판결을 공개 비판한 일도 있었다. 이 부회장에게 집행유예 판결을 내린 판사도 마녀사냥에 시달려야 했다. 삼권분립의 존재를 무시한 월권행위가 버젓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막장도 이런 막장이 없다. 

어떤 일에도 굴하지 말아야 한다. 반(反)기업정서라는 특유의 한국식 정서를 극복해야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여론에 끌려 다닐 시간이 없다. 대한민국 경제 성장과 궤를 같이한 삼성이지만 이제 대한민국을 벗어나 세계의 경제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의미다. 다시 한 번 마누라, 자식 빼고 다 바꿀 각오로 임해야 한다.

삼성은 명실상부 글로벌 기업이다. 삼성의 무대는 좁게는 대한민국, 넓게는 전 세계다. 남보다 앞서 좋은 상품을 만들어 이윤을 창출하고, 부가가치를 제고하는 기업인의 역할을 무시하는 곳에 자비를 베풀 여력이 없다. 그건 ‘사회 공헌’이 아닌 ‘사회 악(惡)’을 창출하는 일이다. 사회공헌이란 명분으로 자행된 ‘삼성에 총 겨누는 곳’에 대한 지원을 끊어야 한다. 

‘한 나라의 국력은 그 나라에 내세울만한 민간 기업이 몇 개 있느냐로 가늠하는 게 적합하다’는 말이 있다. 몇 안 되는 ‘내세울만한 기업’을 이렇게 홀대하는 나라에서 삼성만 바뀌라고 하는 것이 미안해진다. 어쩌면 마누라, 자식 빼고 바꿔야 할 대상은 삼성이 아니라 삼성을 대하는 대한민국일지도 모른다. 지금 대한민국은 그런 사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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