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금융당국이 최근 채용비리 문제와 관련해 강공을 펼치면서 증권사들을 포함한 계열사들의 경영 불확실성도 높아지고 있다. 정작 최근 10년간 금융당국의 중징계를 받고 물러난 금융지주사 CEO‧은행장들의 절반 정도는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모회사가 받는 의혹만으로도 손해를 봐야 하는 증권사들의 불만이 쌓여가고 있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금융사들에 대한 당국의 제재 수위가 점점 올라가고 있다. 지난 8일 검찰이 서울 을지로 KEB하나은행 본점을 압수수색한 일은 최근 불거진 일련의 채용비리 의혹을 당국이 절대로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사로 받아들여진다.

   
▲ 사진=연합뉴스


KEB하나은행 이외에도 우리은행, KB금융지주 등이 채용비리 문제로 홍역을 치렀거나 치르고 있다. 이광구 전 우리은행 행장의 경우 우리은행 민영화라는 숙원과제를 이루는 업적을 달성했음에도 채용비리 문제에 휘말려 재판까지 받는 처지가 됐다.

KEB하나은행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도 당국의 ‘진짜 타깃’은 따로 있다는 예측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몸통’은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문제라는 의미다.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김 회장의 연임 문제에 대해 비판적으로 언급했음에도 연임을 강행한 점이 갈등의 도화선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최근 10년간 금융당국의 중징계로 물러난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의 절반 정도는 이후 검찰수사나 재판 등을 통해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문화일보가 2008년부터 2017년까지 최근 10년간 금융당국에서 ‘문책 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받은 금융 지주 회장과 은행장의 징계 현황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체 9명 중 4명(44%)이 결국엔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금융당국의 ‘저격 성공률’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의미다.

통상 CEO들은 의혹을 받는 단계에서 사임하는 경우가 많다. 업계 한 관계자는 “법률은 피의자에 대해 무죄추정 원칙을 적용하지만 금융사 CEO들은 ‘유죄추정’ 원칙을 적용 받는다”면서 “나중에 가서 무혐의였다는 게 밝혀져도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난 뒤라 안타까운 경우도 많았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문책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받은 사람들 이후 3~5년간 금융권 임원으로 취업할 수 없게 돼있다. 금융당국이 눈 밖에 난 CEO를 내치는 수단으로 경고장을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과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에 대해서도 이번 채용비리 수사의 칼끝이 결국엔 김 회장을 향하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문제는 계열사 CEO들이다. 

모회사 수장이 불명예 퇴진이라도 하는 경우 해당 인사와 가까운 자회사 CEO들의 거취 또한 불분명해지는 경우가 많다. 이진국 하나금융투자 사장의 경우에도 김정태 회장이 직접 영입한 인물이라 이번 조사결과의 영향에서 완벽하게 자유롭지 못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금융사들의 채용이나 시행 중인 정책에 위법한 부분이 있다면 당연히 징계를 받아야 한다”면서도 “금융사들에 대한 당국의 징계와 제재가 행여 다른 의도로 해석되는 일이 있다면 결과적으로 서로 간의 신뢰가 상실되는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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