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시민단체 첨예한 대립
보편요금제 도입 여부 불투명
[미디어펜=김영민 기자]통신비 인하 방안을 놓고 정부, 업계, 학계, 시민단체 등이 100여일 동안 논의했으나 의미 있는 결론은 만들어 내지 못했다.

정부 5개 부처, 이통사, 제조사, 시민단체, 전문가 등 총 20명으로 구성된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는 지난해 11월 10일 1차 회의를 시작으로 보편요금제 등 굵직한 현안을 논의했다. 매달 2~3회 진행된 이 회의는 지난 9일 8차까지 마쳤고 조만간 9차 회의를 마지막으로 협의회 활동을 마무리한다.

   
▲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가 지난 9일 8차 회의에서 보편요금제 도입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의에서 다뤄진 방안 중 핵심은 보편요금제와 단말기 완전자급제다. 이동통신 요금제와 휴대전화 유통구조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면서 보편요금제와 단말기 완전자급제에 대한 도입 요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보편요금제는 2만원대 요금제에서 음성통화와 데이터를 보편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본적인 수준으로 제공하는 것을 말하며, 현재 음성통화 200분, 데이터 1기가바이트(GB) 이상을 제공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보편요금제 도입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8차 회의까지 이해관계자들의 첨예한 대립이 이어져 아무런 소득을 얻지 못했다.

이통사들은 수익 감소를 이유로 보편요금제 도입만은 절대 동의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해 왔다. 보편요금제 도입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방편으로 일부 요금제 혜택을 늘리고 있다.

이에 시민단체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8차 회의에서는 시민단체가 "이통사들이 보편요금제 도입에 반대만 하고 있다"며 회의 중 퇴장하기도 했다.

정부는 이통사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보편요금제 도입을 강행한다는 의지다. 이를 위해 오는 6월 법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통사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아 현실화 여부는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다.

휴대전화를 이통사가 아닌 유통매장에서 직접 구입하고 이통사에서는 유심칩만 사서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은 물건너 가는 분위기다.

완전자급제 도입 대신 자급제 단말기 출시를 확대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완전자급제가 도입될 경우 선택약정할인제도를 통해 요금할인을 받고 있는 가입자들의 혜택이 없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은 완전자급제 도입을 찬성하며 도입 이후 선택약정할인 혜택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휴대폰 제조사인 삼성전자는 단말기 완전자급제가 도입될 경우 판매량 감소를 우려해 반대하는 입장이다.

과기정통부는 자급제 단말 확대와 함께 유심 요금제 등을 활성화 해 단말기 유통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다.

결국 100여일 동안 진행된 협의회 활동은 큰 소득 없이 이해관계자들의 입장만 재확인하는데 시간을 소모했다.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는 이번 협의회를 통해 합리적 결론을 기대했으나 큰 소득 없이 마무리되면서 통신비 인하 정책 수립에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평가다.

한편 협의회는 이달 말 마지막 9차 회의를 열고 그동안 논의된 내용을 정리해 보고서로 만들어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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