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적 청탁 없더라도 성립되는 '단순뇌물죄'로 수사망 좁혀…측근 줄줄이 소환
[미디어펜=김규태 기자]검찰이 다스 소송비 45억원 대납 의혹을 제3자 뇌물죄가 아니라 단순뇌물죄로 규정해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망이 점차 좁혀지고 있다.

단순뇌물죄는 부정한 청탁에 대한 검찰의 입증 없이 공무원 직무에 대한 관련성만 인정되면 명시적 청탁이 없더라도 성립된다.

앞서 이학수 전 삼성전자 부회장이 15일 '이 전 대통령 측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요구로 다스 소송비를 대납했다'는 취지로 자수서를 낸 점을 감안한 검찰은 당시 삼성의 대납 결정 이면에 이건희 회장의 특별사면을 요구하는 묵시적 청탁이 있었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학수 전 부회장은 이 회장 사면을 위해 대납을 결정했다는 점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고, 법조계는 이를 통해 검찰이 이 전 대통령을 다스 실소유주로 잠정적인 결론을 내렸다고 보았다.

삼성 측이 '이 회장을 사면해 달라'고 명시적으로 청탁하지 않았더라도 이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죄 성립이 가능하다는 게 단순뇌물죄를 적용한 검찰 입장인데, 그 전제인 다스 소유 여부에 대한 판단을 이미 내렸다는 분석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 전 부회장이 제출한 자수서 내용에 건강상태로 인해 조사가 불가능한 이 회장을 고려해 이 전 대통령을 향한 검찰 수사가 자신의 선에서 그치게 하려는 의도도 있을 수 있다고 관측했다.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검사 신봉수)는 이 전 대통령이 다스 설립부터 운영까지 실질적으로 깊숙이 관여했다는 진술을 다수 확보한 상태다.

특히 이 전 대통령의 오랜 재산관리인으로 알려진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이 15일 구속되는 등 측근들이 줄줄이 소환되어 조사를 받아 일부는 구속까지 되면서 이 전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는 다스 의혹을 비롯해 국정원 특활비 유용, 민간인 불법사찰 및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등 크게 네 갈래로 꼽힌다./사진=연합뉴스

또한 이 전 대통령의 차명재산을 관리해온 것으로 알려진 다스 협력업체 '금강' 이영배 대표는 19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가졌고 이르면 이날 밤 구속 여부가 가려진다.

검찰은 이 국장이 관리하던 이 전 대통령 차명재산에서 이 전 대통령 측으로 흘러들어간 자금 유무와 불법성 여부에 대해 파악하고자 나섰고, 이 대표가 조성했던 비자금이 세탁되어 이 전 대통령 측에게 건네졌는지도 의심하고 있다.

다만 검찰은 이 전 대통령 소환 시기를 저울질하기에 앞서 이 전 대통령 아들인 시형씨와 친형인 이상은 다스 회장에 대한 보강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는 다스 의혹을 비롯해 국정원 특활비 유용, 민간인 불법사찰 및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등 크게 네 갈래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 아들과 친형에 대한 소환 조사를 진행한 뒤 혐의 다지기를 마무리할 것으로 관측된다.

법조계는 검찰이 이 전 대통령에게 평창 동계올림픽이 끝나는 이달 25일을 기점으로 이르면 이달 말이나 늦어도 3월 초 소환 일정을 통보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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