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송산그린시티와 안산 사동 있는 2.5㎞ 신설도로 중 약 1㎞ 구간
완공 9년째 미개통…인근 주민들 마라톤이나 자전거 연습장으로 쓰여
[미디어펜=홍샛별 기자] “어떻게 국가 소유 도로가 특정 주민들의 전유물이 될 수 있습니까? 새로운 길을 만들어 달라는 것도 아니고, 이미 만들어진 길을 쓴다는 것인데요.”(30대 자영업자 A씨)

경기도 안산의 한 미개통 도로를 놓고 주민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문제가 불거진 도로는 상록구 사동의 대로 2-23호선. 화성(송산그린시티)과 안산(사동)을 연결하는 송산교(가칭) 진입도로 왕복 6차선 약 2.5km 구간(안산쪽 위치)이다.

한국수자원공사가 공사비 70억원을 투입해 지난 2009년 완공한 뒤 관리권을 안산시에 넘겼다. 그런데 이 도로 가운데 약 1km 구간이 10년 가까이 차량 통행이 금지되고 있는 것. 도로와 인접한 P아파트 주민들의 잇따른 민원 탓이다. 

   
▲ 경기도 화성 송산그린시티에서 안산 방향으로 향하는 송산교(가칭)의 도로 표지판에는 좌회전 금지가 선명하게 표시돼 있다./사진=미디어펜


20일 화성 송산그린시티에서 안산 방향으로 향하는 송산교(가칭)로 진입하자 좌회전 금지 표지판이 눈에 들어왔다. 다리를 건너면 바로 왼쪽이 바로 2-23호선의 미개통 구간이다. 

P아파트 주민들이 단지 앞 도로 통행을 막은 건 송산그린시티 공사 차량 등 대형 차량이 도로를 오가면 소음과 분진 피해가 발생한다는 이유에서다.

이 아파트에 살았었다는 B씨는 "해당 도로는 길이도 긴 데다 폭도 넓어 마라톤 연습장으로 쓰이기도 하고 자전거 동호회가 즐겨 찾는 곳으로 유명하다"며 "이따금 영화 촬영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도로가 애초 기능을 상실한 채 마치 특정 단지의 전용 부지처럼 사용됐다는 설명이다.

   
▲ 대로 2-23호선 송산교(가칭) 삼거리부터 청석초등학교 1km구간은 2009년 이후 9년 넘게 미개통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사진 가림막 뒤쪽이 미개통 도로다. /사진=미디어펜

이에 대해 안산과 시화공단·반월공단 생활권인 송산그린시티 입주민들은 도로 미개통으로 인한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내 집 앞은 안 된다’는 님비 현상의 피해가 고스란히 이웃 주민들에게 떠넘겨졌다"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현재 송산교를 넘어온 차량이 시화멀티테크노밸리(이하 시화MTV)로 가기 위해선 약 2.5km나 우회해야 한다. 하지만 해당 도로가 개통되면 이동 거리가 1.5km나 줄어든다. 

자녀가 안산 지역으로 통학하는 경우에도 상황은 마찬가지. 취재 도중 만난 C씨는 “6살 아들이 P단지 주변 유치원에 다닌다”며 “도로만 개통됐어도 5분이면 갈 수 있는 곳이지만, 우회하면서 소요 시간이 신호 대기 등을 포함해 10분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특히 출퇴근 시간에는 한쪽 방향으로만 차들이 몰려 교통 체증이 더욱 발생한다는 게 송산그린시티 입주민들의 주장이다.

   
▲ 해당 도로 미개통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이웃 지역 주민들에 돌아가고 있다. /자료=네이버 지도


70억원 도로를 둘러싼 이웃 간 갈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지금까지 입주자는 송산그린시티 전체 예정 가구의 2~3%밖에 입주를 하지 않았지만 입주가 본격화되면 교통 문제는 더욱 심각해 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송산그린시티에서 가장 먼저 개발이 진행된 동측 지구는 9700가구 인구 2만 5000명 규모로 구성된다. 

송산그린시티 입주 예정자 D씨는 “송산그린시티는 ‘안산 생활권’을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안산 거주민들이 많이 분양을 받았다”며 “해당 도로의 개통뿐 아니라 전체적인 교통 체증 현상을 해소할 수 있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안산시는 P아파트 민원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며 책임 회피에 급급하다.

안산시 교통정책과 한 관계자는 “해당 미개통 도로는 개통을 앞두고 P아파트 주민들의 거센 민원에 사용을 하지 않는 쪽으로 결론을 냈다”며 “하지만 도로 폐쇄는 아닌 만큼 해양동 89블록 개발 계획이 올해 수립되고 도로망 체계가 다시 정립되면, 송산교에서 직선으로 해안로와 맞닿는 도로가 생기거나 미개통 도로의 개통도 이뤄질 수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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