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갈수록 볼썽사나워지고 있다. 평창올림픽에 출전 중인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대표팀이 타오르는 논란을 논란으로 부채질하고 있다. 진흙탕 싸움이 벌어졌는데, 대한빙상경기연맹(이하 빙상연맹)은 '나몰라'다.

지난 19일 빙속 여자 팀추월 준준결승이 열린 후 아직 이틀도 지나지 않았지만 스포츠 분야에서는 가히 역대급이라 할 정도의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 사진='더팩트' 제공


노선영 김보름 박지우가 출전한 한국 대표팀은 부진한 기록을 내며 준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경기야 잘 못할 수도 있고, 기록이 나쁠 수도 있다. 문제는 단체전에서는 있을 수 없는 상황이 나왔다는 것. 

마지막 두 바퀴를 남기고 맏언니 노선영이 뒤로 빠지며 갈수록 처졌는데, 나머지 두 명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골인했다. 노선영은 상당한 거리 차로 뒤늦게 들어왔고, 당연히 한국의 기록은 나쁠 수밖에 없었다.

이 경기 후 여자 팀추월 대표팀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김보름 박지우는 힘들어하며 울먹이는 노선영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말 한 마디 건네지 않았다. 인터뷰에서는 김보름이 노선영을 탓하는 내용의 발언과 조롱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이 인터뷰 후 논란이 폭발했다. 김보름과 박지우에게 엄청난 비난이 쏟아졌고 이들의 대표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기록적인 참여가 이어졌다.

사태 발발 하루도 안된 20일 오후, 긴급 기자회견이 열렸다. 회견장에 나온 사람은 백철기 감독과 김보름 둘 뿐이었다. 박지우도 없었고 노선영도 없었고, 빙상연맹 관계자도 참석하지 않았다.

김보름은 울면서 사과를 했고 경기 상황을 설명했다. 백철기 감독 역시 경기 당시 왜 그런 상황이 벌어졌는지 해명을 했다. 하지만 노선영이 빠진 기자회견은 모양새부터 좋지 않았는데다, 대표팀의 근본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된 팀워크 실종과 불화나 노선영 왕따설에 대한 명확한 없었다. 

   
▲ 사진=연합뉴스


이 기자회견이 논란을 더 키웠다. 백철기 감독은 경기 후반 레이스에서 노선영이 뒤로 빠진 것은 본인이 자청한 것이라고 했고 팀 분위기는 좋았다고 했다. 그런데 '심한 몸살'로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못했다던 노선영이 이 기자회견 후 한 방송사와 인터뷰를 하면서 백 감독의 말을 정면 반박했다. 마지막 레이스에서 뒤로 빠지는 것을 자신이 말한 적이 없고 경기 당일 워밍업 때야 들었다고 했고 팀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고 했다. 이후 백철기 감독은 노선영의 주장에 재차 반박한 상황이다.

사태가 이렇게 버라이어티하게 흘러가는 동안 빙상연맹은 쏙 빠졌다.

빙상연맹이 어처구니 없는 일로 비난 받았던 것이 한 달도 되지 않았다. 지난달, 빙상연맹의 미숙한 행정으로 노선영이 올림픽 출전 자격을 획득하지 못했다는 날벼락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노선영은 "나와 내 동생(故 노진규)을 꿈을 짓빏았다"며 분노하고 오열했다. 러시아 선수의 대회 참가 취소로 우여곡절 끝에 노선영은 이번 평창올림픽에 나설 수 있었다. 빙상연맹이 문제 해결을 해서가 아니라, 두 명의 러시아 선수가 빠져줘서 노선영의 올림픽 참가 길이 열린 것이었다.

하지만 팀추월 경기에서 노선영은 또 다시 마음의 상처를 받았다. 선수 사이(또는 선수와 감독 사이) 불화가 원인처럼 보이지만, 따지고 보면 결국 빙상연맹의 책임이다. 선수단 관리를 어떻게 해왔기에 '팀' 경기에서 '팀'이 사라진 모습을 보였는가. 실제 파벌이 존재하고 그로 인해 불이익을 당하는 사람이 있는데도 수수방관만 하고 있었는가. 

올림픽 중 대표팀 내 심각한 내분이 벌어지고 폭로전으로까지 치닫는데, 빙상연맹이 한 일이라곤 감독과 욕 먹고 있는 선수 한 명을 등 떠밀어 기자회견장에 내보낸 것뿐이다.

빙상연맹 관계자가, 아니 회장이 나와 사과해야 했다. 상처 받은 선수들을 위로해주고, 실망한 국민들에게 고개를 숙여야 했다. 근본적인 개선책을 마련하겠다는 약속이라도 해야 했다. 손 놓고 기다리면서 또 무슨 일이 벌어지기를 기다리는 것인가.

빙상연맹은 노선영을 두 번 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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