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유진 기자] 미국의 통상압박에 이번에도 우리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카드를 내밀었다.

   
이미 예측됐던 일로 장기간 대응책으로선 최선의 방책이지만 단기적으론 뾰족한 묘수가 되지 못해 기업들만 동분서주하게 됐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16일(현지시간) 무역확장법 제 232조에 근거해 한국과 중국, 인도 등 12개국 철강 수입제품에 최소 54%의 관세율을 부과하는 방안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권고했다.

철강 수입이 안보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며 수입 제한에 나설 것을 적극 요청한 것이다.

권고안에는 철강 수입제품에 최소 24%의 관세율을 추가로 부과하고, 대미 철강재 수출량을 2017년의 63%로 제한하는 안건이 담겨져 있어 철강 업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지난해에만 철강 물량(374만t)이 전년 대비 19만t 줄어든 상황에서 고관세가 현실화되면 수출량이 줄어들고 수익성도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재 업계는 미국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는 상황으로 우리 정부는 WTO 제소 방안만 내세워 기업으로선 한숨이 날 노릇이다.

WTO 제소 결과가 나오기까지 2~3년의 시간이 걸리고, 승소로 판정나더라도 피해보상이 적절치 못해 결국 상처만 남는 싸움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이 팽배하다.

실제로 미국은 지난 2000년 2월 탄소강관에 세이프가드를 발령했고 우리 정부는 같은 해 6월 WTO에 제소하는 대응을 취했다.

이 기간 한국 수출품은 2000년에는 19%, 2001년에는 15%, 2002년 11%의 추가관세를 물면서 수익성이 과거에 비해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이후 WTO는 제소 2년 만인 2002년 2월 미국의 조치가 위법하다고 최종 판정했지만 국내 기업의 상처는 또 추가됐다.

미국이 시간끌기 전략을 통해 세이프가드 시한인 3년을 채운 뒤인 2003년 3월 조치를 해제했기 때문이다.

이번 조치로 대미 수출 물량 비중이 높은 강관 업계는 벌써부터 수익 하락을 걱정하고 있다. 하지만 WTO 제소를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한숨만 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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