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천·노원 주민들 '안전진단' 신청 속도 내는 모습
부동산 전문가 "집값의 양극화만 부추길 수 있어"
[미디어펜=홍샛별 기자] 무분별한 재건축 사업을 막기 위한 정부의 새로운 규제안이 집값 양극화만 심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 정부의‘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강화’발표에 비 강남권인 양천·노원구의 재건축에 빨간불이 켜졌다. 사진은 목동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2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전날 국토교통부가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강화’를 발표함으로써 비 강남권인 양천·노원구의 재건축에 빨간불이 켜졌다. 

정부의 이번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 조치의 직접적 영향권에 놓인 노후 아파트 10만 가구 가운데 약 32%가 두 지역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 통계에 따르면 서울 시내에서 재건축 연한(준공 30년)이 도래했지만 안전진단을 실시하지 않은 아파트는 모두 10만3822가구다. 구별로는 양천구가 2만4358가구로 가장 많고 노원구가8761가구로 뒤를 이었다. 반면 강남 및 서초구 단지 대부분은 이미 재건축을 마쳤거나 안전진단을 받아 둔 상태다. 

이번 안전진단 기준 강화는 과도화게 완화됐던 규정 덕에 재건축 진입 장벽이 지나치게 낮아졌다는 정부의 판단이 깔려 있다. 비정상적인 안전기준의 ‘정상화’를 통해 재건축 사업을 규제하겠다는 얘기다. 

1980년대 후반 집중적으로 아파트가 들어선 목동과 상계동의 주민들은 ‘망연자실’하는 분위기다. 30년을 손꼽아 기다려 재건축 연한을 채웠더니 또 하나의 장애물이 생겼다는 입장이다. 

목동의 ‘목동신시가지아파트’ 1~7단지는 1986년 1단지 준공 이후 차례로 나머지 단지들이 지어졌다. 1단지는 올해로 33년차를 맞았지만 단지 전체가 ‘지구단위계획’으로 묶여 다른 단지가 재건축 연한 30년을 채우기를 기다려 왔다. 

상계동의 ‘상계주공아파트’도 상황은 마찬가지. 16개 단지 가운데 12개 단지가 올해 재건축 연한을 채운다. 2019년에는 전체 단지가 재건축 연한 30년을 채우게 된다. 그러나 지난해 안전진단을 신청한 5단지와 이미 재건축을 진행 중인 8단지를 제외하면 안전진단을 신청한 단지가 없다. 

이에 따라 목동 및 상계동 재건축 단지 주민들은 안전진단을 서두르는 모양새다. 정부가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을 강화한 개정안을 이르면 다음 달 말 시행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재건축 절차는 주민 10% 이상의 찬성으로 지방자치단체에 안전진단을 신청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후 해당 지자체가 현지 조사를 통해 안전진단 여부를 결정하고, 다시 안전진단 업체를 선정해 진단을 의뢰하는 순서다.   

목동신시가지아파트의 경우 긴급회의를 소집하는가 하면 단지별 안전진단 접수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목동의 한 주민은 “모든 단지에서 안전진단 접수가 가장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며 “이번 주말에는 단지 안팎에서 주민 동의서를 받는 다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목동신시가지아파트 단지의 경우 늦어도 다음 주 초에는 안전진단 신청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번 정부의 대책이 ‘애꿎은 비강남 지역 재건축 사업만 발목을 잡는 격’이라며 “집값의 양극화만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재건축의 여부를 결정하는 주거환경중심평가에서 구조 안전성 비중을 50%까지 높인 건 사실상 재건축을 하지 말라는 이야기”라며 “이 경우 이미 안전진단 등의 과정을 통과한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의 가격차이가 상당히 벌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또 “이번 정책은 안전진단 등 물리적 측면에만 치우친 것 같다”며 “재건축 규제의 경우 기능적 노후, 주거 환경 등 다양한 측면을 고민했어야 하지 않나”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미디어펜=홍샛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