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마지막 한 가닥 기대마저 채워주지 못했다. '못 하더라도 팀워크를 보여달라'고 했더니 '못하는 팀워크'만 보여줬다. 논란의 한가운데 놓인 한국 빙속 여자 팀추월 대표팀의 현재 모습이다.

여자 팀추월 대표팀은 21일 열린 7-8위 순위결정전에 나서 폴란드에 패했다. 참가 8개팀 가운데 최하위인 8위가 한국이 받아든 최종 성적표다.

   
▲ 사진='더팩트' 제공


질 수 있고, 최하위도 괜찮다. 논란을 촉발시켰던 준준결승에서와 같은 '팀 정신 실종'만은 보고싶지 않았다.

한국은 준준결승 때 뛴 멤버가 그대로 출전했다. 노선영 김보름 박지우가 같이 스타트 라인에 섰다.

경기는 무난하게 진행됐다. 한국 선수들은 약속된 대로 순서를 바꿔가며 레이스를 펼쳤고, 후반에는 힘들어 하는 선수를 뒤 선수가 밀어주기도 했다. 세 명이 뭉쳐 달리며 서로 거리가 벌어지는 장면도 없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기록을 줄여 보겠다는 의지도, 상대를 이겨 보겠다는 투지도 전혀 보이지 않았다. 처음부터 줄곧 뒤지고 있는데도 누구 한 명 치고나가 스피드를 끌어올리려는 시도도 없었고, 마지막 바퀴 스퍼트해 남은 힘을 쏟아붓는 모습도 없었다. 아무리 최하위 결정전이라고 해도, 태극마크를 달고 승부에 뛰어든 국가대표의 모습은 없었다.

   
▲ 사진='더팩트' 제공


굳이 해석해 보자면 '보여주기식 뭉쳐서 함께 가기'였다. 한국의 이날 기록은 3분 07초 30. 준준결승 때 3분 03초 11보다도 오히려 4초 19나 뒤졌다. 열심히 뛰지 않은 결과다.

이틀 전 열린 준준결승을 통해 여자 대표팀은 심각한 내분 양상을 보였다. 레이스 도중에는 막판 노선영을 홀로 뒤에 떨궈놓고 두 명만 만저 들어와 '팀' 경기의 기본을 내팽개쳤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는 처진 선수를 탓하는 발언을 했다. 비난이 쏟아지자 기자회견을 하고 사과와 해명을 했는데, '팀'이 나오지 않고 개인만 나왔다. 해명과 반박, 재반박이 이어지며 논란은 더 심해졌다.

이런 와중에 이날 순위 결정전이 열렸고, 선수들은 출전해 실망스런 경기를 했다.

속이야 어떻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기를 바랐는데, 여자 팀추월 대표팀은 끝내 마지막 기대마저 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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