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동건 기자] 이윤택 연출가의 기자회견 준비를 고발한 오동식이 또 다른 가해자로 알려졌다.

배우 오동식은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나는 나의 스승을 고발합니다"라는 글로 시작하는 장문의 글을 게재, 성추행 논란 이후 기자회견을 준비하며 리허설까지 한 이윤택의 민낯을 폭로했다.


   
▲ 사진=오동식 페이스북


해당 글에는 이윤택에 대한 미투운동이 시작된 12일 극단의 상황부터 19일 진행된 기자회견을 준비하는 과정이 상세히 묘사돼 있다.

이윤택은 자신으로부터 강간당한 뒤 낙태했다며 피해를 호소하는 익명의 게시글을 읽고 바로 그 사람의 실명을 이야기했으며, 피해자를 '이상한 아이', '개방적이고 남자와 아무렇지 않게 잔다'라고 표현하며 변호사에게 형량에 대한 질문만 던졌다고.

또한 성추행 논란이 불거진 뒤 노래 가사를 만들 듯 사과문을 작성했으며, 기자회견에 대비해 불쌍한 표정을 연습했다고 밝혔다.

오동식은 해당 글을 통해 1년 전 이윤택을 고발하는 글을 올렸다가 삭제한 동기 'ㅇㅅㅈ씨'의 이야기를 언급하기도 했다. 미투운동에 참여한 여성 시인의 이야기를 보며 연희단거리패 내에서도 ㅇㅅㅈ씨를 떠올리며 걱정을 시작했다는 것.

하지만 이 글에 자신을 'ㅇㅅㅈ' 본인이라고 밝힌 이가 오동식을 비판하는 댓글을 달았다. 그는 "1년 전 글을 썼고, 그 글을 스스로 내린 ㅇㅅㅈ, 본인이다"라며 "(오동식) 오빠 글을 보면서 마음이 진짜 너무 복잡해져서 할 말이 없다. 난 아직 그 안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양가적인 감정이 있다. 다만 오빠가 이 글을 쓰는 이유가 오빠 혼자 살아남기 위해서는 아니었으면 좋겠다. 오빠가 저지른 잘못들에 대해서도 언젠간 털어놓고, 그들에게 사과했으면 좋겠다. 이윤택이 제일 개XX지만, 그 시간에 있었던 나와 오빠 우리 모두 다 개XX야. 우리는 응보의 대가를 받아야 해"라고 오동식에게도 잘못이 있음을 폭로했다.

이어 원선혜 조연출이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오동식의 폭행과 폭언을 추가 폭로하며 상황은 반전되기 시작했다. 내부고발자 오동식 역시 갑질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증언이 나온 것.


   
▲ 사진=원선혜 페이스북


원선혜는 2017년 상반기 국립극단 '디아스포라전'의 한 작품에 조연출로 참여해 영상 오퍼를 맡았다가 오동식에게 폭언과 폭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그는 "공연 첫날 멀쩡하던 프로젝터에 문제가 생겼고, 무대감독에게 전달한 뒤 문제를 해결하는 중이었다. 그 때 연출이 와서 '영상이 왜 안되냐'고 묻고 '모르겠다'고 말하자 욕설을 내뱉었다"면서 "순간 XX년은 나의 이름이 됐고, 영상과는 전혀 상관없는 폭언을 들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연출은 더 화가 났는지 급기야 주먹으로 내 명치를 밀치며 몰아세웠다. 무대 감독과 크루가 말리자 발길질을 했다. 무대 크루가 뒤에서 그를 붙잡고, 감독이 내 앞을 막아줘서 발길질에 맞지는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원선혜는 이 글을 준비하던 중 오동식이 이윤택 폭로글을 올렸으며, 그 전까지도 글 공개를 망설이다가 오동식의 글을 읽은 뒤 공개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이윤택의 민낯을 낱낱이 폭로하며 성추행 피해자들의 증언에 힘을 실어준 오동식이 또 다른 폭언·폭행 가해자로 드러나며 그에 대한 여론도 분분한 상황.

이 가운데 오동식은 폭로글에 이어 "저는 방조자이고 가해자이고 공모자입니다. 사과합니다"라는 두번째 글을 게재했다. 그는 "원선혜씨 사건은 사실이다. 공연 진행상 원선혜의 작업에 익숙지 못한 부분이 있었고 그 부분을 폭언과 폭행으로 보여준 것은 제 잘못"이라며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고 사과했다.

[미디어펜=이동건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