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금메달이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은메달이라고 자랑스럽지 않을 이유가 없다. 빙속 남자 팀추월 대표팀 이승훈(30) 김민석(19) 정재원(17)이 함께 값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들 3인방은 21일 열린 남자 팀추월 결승전에서 노르웨이 팀과 맞붙어 아쉽게 패하며 은메달을 따냈다. 앞서 열린 준결승전에서는 뉴질랜드 팀을 제쳤다. 이로써 한국은 이 종목에서 2014 소치 대회에 이어 올림픽 2연속 은메달을 수확했다.

   
▲ 사진='더팩트' 제공


한국 대표팀은 올림픽에 세 차례나 출전한 베테랑 이승훈과 두 젊은 피 김민석 정재원으로 구성됐다. 

당연히 이승훈이 중심이 돼 대표팀을 이끈다. 2010 밴쿠버 올림픽 2관왕(1만m 금, 5천m 은)을 따내며 한국 빙속 장거리 간판스타가 된 이후 이번 평창 올림픽까지 세계 정상금 기량을 유지해온 이승훈이다. 성실한 훈련의 대명사와 같은 이승훈을 새까만 후배 김민석 정재원이 곁에서 보고 배우면서 성장해왔다는 것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김민석은 1500m 깜짝 동메달로 차세대 스타를 예약했다. 팀추월에서 보여준 듬직함은 한국 빙속의 미래 전망을 밝혔다. 정재원은 한국의 올림픽 도전사에서 빙속 부문 최연소 메달리스트가 됐다.

이번 대회에서 이들은 예선(준준결승)과 준결승, 결승 세 차례 레이스를 펼쳤는데 모두 '아름다운 호흡'을 보여줬다.

초반에는 김민석이 리드를 하고, 후반은 이승훈이 앞장서 속도를 끌어올린다. 정재원은 힘든 내색 없이 선배들과 호흡을 맞추며 열심히 쫓아간다. 이승훈이 바람막이가 돼 길을 열어 나가고, 막내가 후반 지친 모습을 보이면 김민석이 뒤에서 밀어준다. '팀' 경기에서 볼 수 있는 진수다.

   
▲ 사진='더팩트' 제공


무엇보다 돋보인 것이 '신구조화'다. 이승훈의 나이 만 30살이다. 김민석과 정재원의 나이를 합쳐도 36살밖에 안된다. 30대에 접어든 코치같은 선배가 두 10대 후배와 팀을 이뤄 함께 감동적인 레이스를 펼쳤다.

은메달을 딴 후 맏형 이승훈은 "나에겐 든든한 동생들이었다. 앞으로 듬직한 선수가 되어줄 거라 믿는다"고 했다. 막내 정재원은 "형들이 안 밀어줬으면 레이스가 엄청 힘들었을 것이다. 형들 덕에 최연소 메달리스트가 됐다. 정말 감사하다"고 했다.

레이스만 찰떡 호흡인 게 아니라 선후배 사이 오고가는 말도 이처럼 감동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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