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자유는 공짜가 아니라지만 권한도 공짜가 아니니까요. 사람 찾기가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국내 A자산운용사 관계자)

6개월 넘게 공석인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자리를 채우기 위한 인선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지만 여전히 인물을 찾기가 쉽지 않은 모습이다. 권한은 많지만 책임 또한 막중해 후보자들이 매우 큰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공단이 반년 넘게 비어 있는 기금운용본부장 자리를 채우기 위한 인선 작업에 돌입했다. 공단은 내달 5일까지 기금운용본부장 공개모집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기금운용본부장 추천위원회(추천위)는 기간 내 접수된 지원서를 검토해 면접심사를 실시하고 후보자를 이사장에게 추천한다. 이후 이사장의 최종 추천안에 대해 보건복지부 장관의 승인이 나면 이사장 임명 절차를 거쳐 차기 기금운용본부장의 공식 임기가 시작된다. 

명실 공히 국내 자본시장 최대의 ‘큰손’으로 꼽히는 국민연금공단은 물경 600조원이 넘는 돈을 굴리는 기금운용본부장 책임 하에 굴리고 있다. 본부장직이 형식상으로는 기획이사, 연금이사, 복지이사 등과 동급임에도 ‘금융투자업계의 실질적인 대통령’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그럼에도 전임 강면욱 전 본부장이 사퇴한 작년 7월 이후 지금까지 이 자리는 채워지지 않고 있다. 한 사람이 감당하기에는 권한과 책임이 너무 막중하다는 견해가 업계 안팎에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정치상황에 따라 부침이 심하다는 점도 단점으로 꼽힌다.

지난 1999년 기금운용본부가 설립된 이래 7명의 역대 기금본부장 중에서 기본 2년에 연임 1년을 포함한 3년 임기를 무사히 채운 본부장은 조국준 2대 본부장과 이찬우 5대 본부장 2명뿐이다.

특히 최근 2명의 본부장은 정치상황에 따라 물러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강면욱 7대 본부장의 경우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고등학교‧대학교 후배로 2016년 임명 당시부터 ‘낙하산 인사’라는 비난을 받다가 결국 기본 임기인 2년조차 채우지 못하고 사퇴했다. 홍완선 6대 본부장 역시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안 관련 재판을 받고 있다.

이밖에도 지위나 권한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연봉 수준, 근무지가 전북 전주로 수도권과 멀어진다는 점, 임기를 무사히 마쳐도 3년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된다는 점 등이 치명적인 단점으로 손꼽힌다.

현재 정부가 스튜어드십 코드 등 국민연금의 권한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점도 오히려 ‘부담’ 요인으로 꼽히는 분위기다. 

업계 한 관계자는 “스튜어드십 코드라는 명분으로 기금운용본부장이 정부의 의도를 실현해 주는 ‘손’ 역할 밖에 못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존재한다”면서 “명분과 실리 측면에서 메리트가 너무 떨어져 있어 신임 본부장 인선이 그리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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