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빙속 황제' 스벤 크라머를 필두로 한 네덜란드 남자 빙속 대표팀이 잇따라 사과를 했다. 사과할 일은 애초에 해서는 안되는 것이어서 비판을 받고 있다.

스벤 크라머는 22일 자신의 SNS에 한글로 된 사과문을 게재했다. 전날 한 행사장에서 대표팀 동료들과 함께 무거운 청동 상패를 관객에게 건져 부상 사고를 낸 데 대한 사과였다. 

   
▲ 사진=스벤 크라머 SNS


크라머는 "안녕하세요, 한국 팬 여러분. 어제 저녁 하이네켄 하우스에서 우리팀을 대표하여 부상 당하신 팬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네덜란드 빙상팀과 저를 응원해주기 위해 오셨는데 불미스러운 사고가 생겨서 진심으로 사과드리며 부상당한 분들의 빠른 쾌유를 빕니다. 앞으로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사과의 뜻을 전했다.

크라머가 말한 불미스러운 사고는 전날인 21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빙속 남자 팀추월 경기 후 벌어졌다. 스벤 크라머, 코엔 베르베이, 얀 블록휴이센, 패트릭 로아스트 등 네덜란드 빙속 대표팀 선수 4명은 홀란드 하이네켄 하우스(Holland Heineken House)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해 팬들과 만났다.

강릉 라카이 리조트에 위치한 홀란드 하이네켄 하우스는 네덜란드 올림픽 위원회와 하이네켄에서 마련한 곳으로, 스포츠 경기를 관람하면서 네덜란드 음식과 맥주 등을 즐길 수 있는 행사장이다. 

이날 네덜란드 선수들은 주최측이 준비한 거대한 메달 모양의 청동 상패를 받았는데, 그들은 이 상패를 무대 아래 서 있던 관객들에게 그대로 던졌다. 이 상패에 한국인 관객 두 명이 맞아 부상을 당했고, 한 명은 병원으로 실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 사진=유튜브(TV NL) 캡처


이 행사장 사고 장면을 찍은 영상이 SNS와 유튜브 등을 통해 빠르게 퍼져 나가면서 논란이 커지자 크라머가 사과를 하기에 이른 것이다. 크라머는 SNS 사과문 외에도 22일 강릉 라카이 리조트 내 휠라하우스에 진행된 인터뷰에서도 다시 한 번 사과의 말을 전했다. 

크라머의 대표팀 동료이자 팀추월 경기에 함께 출전했던 얀 블록휴이센도 앞서 자신의 SNS에 사과문을 올린 바 있다. 

블록휴이센은 팀추월 경기에서 네덜란드가 동메달을 딴 후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이 나라에서 개에게 더 잘해주길 바란다(Please treat dogs better in country)"는 말을 했다. 한국의 식용 개고기 문화를 비하하는 듯한 그의 발언이 전해지자 일부 누리꾼들은 올림픽에 참가한 선수의 공식 기자회견 발언으로 적절치 않았다며 블록휴이센을 비판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블록휴이센은 자신의 트위터에 영어로 "당신과 당신의 나라를 모욕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나는 동물복지에 대해 걱정한 것"이라고 해명하며 "나는 올림픽을 즐기고 있고, 여러분의 환대에 감사드린다"는 글을 올렸다. 

블록휴이센의 '개고기' 발언과 관련해 예론 비흐 네덜란드 선수단장 역시 사과를 해야 했다. 비흐 선수단장은 22일 기자회견에서 "네덜란드 대표팀을 대표해 이 자리에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우리는 한국 문화를 존중하고 3주 동안 우리를 매우 환대해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블록휴이센 역시 사과하길 원하고 있고, 한국 문화에 대해 나쁜 의도를 가지고 있었던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한편, 빙속 최강국 네덜란드는 21일 팀추월 경기에서 남자는 동메달, 여자는 은메달에 그치며 자존심에 금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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