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결국 드는 생각은 '하기 나름'이다. 

평창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각 종목 국가대표 선수들은 이 대회 하나만 바라보고 수 년간 땀과 눈물을 흘렸다. 더군다나 국내에서 개최돼 전국민의 눈이 쏠린 이번 대회는 태극마크를 달고 뛴다는 것에 대한 의미가 다른 올림픽 때와는 더욱 각별할 것이다.

22일 쇼트트랙 3종목 결승이 열렸다. 쇼트트랙은 한국이 세계 최강이고, 대한민국 선수단의 전통적인 메달밭이다. 기대가 컸고,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최소 금메달 2개는 딸 것으로 기대했지만 남자 500m에서 임효준과 황대헌이 획득한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가 전부였다.

   
▲ 사진='더팩트' 제공


아쉬운 장면이 많았다. 믿었던 여자 1000m는 심석희와 최민정 두 에이스가 나란히 결승에 올랐지만 레이스 도중 서로 부딪히며 함께 넘어져 아깝게 메달을 놓쳤다. 남자 5000m 계주에서는 임효준이 미끄러지는 실수를 해 4개팀 중 꼴찌로 들어왔다.

비록 메달은 따내지 못했지만 심석희 최민정을 탓하거나, 임효준을 나무라는 분위기는 없었다. 선수들이 '경기 후' 보여준 감동적인 장면 때문이다. 심석희는 함께 넘어졌던 최민정의 부상 걱정을 하며 등을 다독여줬고 아쉬운 결과를 서로 격려했다.

임효준이 자신의 실수로 경기를 망친 데 대해 자책하자 김도겸 곽윤기 등 동료들이 어깨를 감싸안으며 다독여줬다. SNS를 통해 따로 자책하지 말라며 응원해주기도 했다.

메달 소식을 전한 것 이상으로 감동적이었다. 국민들의 격려와 성원도 쇄도했다.

비교되는 장면이 떠오를 수밖에 없다.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대표팀. 준결승에서 7위를 해 결승 진출에 실패했고, 순위 결정전에서도 져 참가 8개국 가운데 최하위 8위를 했다. 

팀추월 대표팀에는 한국 스포츠 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엄청난 비난이 쏟아졌다. 물론 부진했던 성적 때문이 아니었다. '경기 후' 보여준, 실망을 넘어 분노를 유발한 장면 때문이었다.

준결승에서 노선영이 혼자 처져 들어오며 기록을 까먹었다. 팀이 함께 움직여야 하는 경기임에도 뒤에 처진 선수를 외면하고 먼저 들어왔던 김보름 박지우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노선영을 탓하는 듯한 발언과 행동을 했다가 논란을 촉발시켰고 비난의 십자포화를 맞았다. 다음날 감독과 김보름만 참석해 '미봉책'이 된 기자회견을 통해 해명과 사과를 했지만 여론은 싸늘했다. 오히려 기자회견 때 감독이 한 말을 노선영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반박하고 재반박이 이어지면서 폭로전 양상까지 보였다.

7-8위 순위결정전에서 대표팀은 굳은 표정으로 '뭉쳐서(?)' 경기를 했지만 결과도 좋지 않았고 선수들 사이 냉랭한 분위기는 여전했다. 

   
▲ 사진='더팩트' 제공


쇼트트랙 대표팀은 종목의 일정이 모두 끝난 22일 경기 후, 관중들이 다 빠져나가고 텅 빈 링크를 단체로 다시 찾았다. 4년 간 노력한 열정을 쏟아부었던 경기장에서 화기애애하게 기념촬영도 하며 잊지 못할 평창올림픽의 소중한 추억을 '동료애'로 가슴에 담았다.

빙속 여자 팀추월 대표팀은 마지막 순위결정전을 치르고 경기장을 빠져 나가면서 서로 외면한 채 눈길도 마주치지 않았고 서로 격려하는 말 한 마디 없었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평창올림픽의 악몽을 '불화와 갈등'으로 국민들의 가슴에 못박았다.

쇼트트랙 대표팀은 맞았고, 빙속 여자 팀추월 대표팀은 틀렸다. 스포츠맨 정신에서, 국가대표나 팀이라는 측면에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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