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의지 빠진 ‘지배구조 개편’ 성과 낼까
"기업 지배구조 개편 정부 개입 옳지 않아"
[미디어펜=조우현 기자]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대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자발적 개편’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해당 작업에 손도 대지 못한 삼성이 어떤 개선안을 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기업의 지배구조에 간섭하는 것은 엄연한 ‘시장개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SK, LG, 롯데 등 10곳의 기업이 공정위가 요구하는 ‘자발적 개선방안’을 제출했다. 삼성의 경우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 등으로 아직 이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한 상태다. 

현재 공정위는 합병과 관련한 기업의 순환출자 가이드라인을 변경하는 내용을 담은 예규를 마련했다. 지난해 12월 예규안을 발표했고, 현재 전원회의 의결만 남겨두고 있다. 

예규가 확정되면 삼성SDI는 보유하고 있는 삼성물산 지분의 전량(404만2783주, 2.11%)을 매각해야 한다. 규모는 약 5300억원이다. 또 삼성생명(7.55%)과 삼성화재(1.3%)가 보유한 삼성전자의 지분을 정리해야 한다.

   
▲ 삼성 로고가 붙어있는 유리문./사진=연합뉴스


삼성은 현재 기업의 ‘의지’와 관계없이 정부의 요구에 응하기 위해 ‘지배구조 개편’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은 ‘순환출자 고리 해소’다.

김정호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는 “삼성의 경우 순환출자 고리를 끊기 위해 삼성 탈레스, 삼성토탈, 삼성종합화학을 매각했었다”며 “계열사를 매각해서 좋아진 것이 무엇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LG그룹은 진즉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는데 이를 통해 매출이나 투자, 고용이 늘어났다고 볼 수 있냐”고 반문, “순환출자 금지 정책은 주객이 전도된, 목적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외국의 어느 나라도 순환출자를 문제 삼지 않는다”며 “최근 정부는 순환출자 대신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할 것을 유도하고 있지만, 1986년 공정거래법 개정 당시에는 지주회사 설립을 금지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 일본, 유럽 등에서는 기업의 지배구조는 기업이 자율적으로 결정해야할 사항으로 인식해 지주회사의 설립과 운영 등에 대한 규제를 별도로 도입하고 있지 않다”며 “순환출자로 가든 지주회사체제로 가든, 기업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삼성에 부여된 과제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것이라고 말한다. 반도체 호황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냈지만 ‘성장’에 대한 불안감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이재용 부회장의 부재로 대규모 M&A가 멈춘 상태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해결해야 할 현안이 많은데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삼성의 미래”라며 “지배구조라는 국내 이슈도 해결해야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투자자들에게 삼성의 성장 가능성 등 비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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