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정광성 기자]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박주선·유승민 바른미래당 대표가 23일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만나 예상과 달리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회동을 했다.

바른미래당 신임 대표들이 홍 대표를 예방한 자리였다. 기념사진을 찍으며 박 대표가 “이러면 다른 당에서 자유한국당하고 바른미래당이 연합한다고 하니까 (신경이 쓰인다)”고 농담하자 홍 대표와 유 대표도 웃음을 터뜨렸다.

특히 홍 대표와 유 대표는 지난해 5월 대선 후보로 맞붙은 이후 공식석상에서 대화하는 게 처음이다.

먼저 홍 대표는 모두 발언에서 “정부가 이젠 경제문제까지 저런식으로 하면 평창(올림픽) 이후에 나라가 어려워질 것”이라며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한국에 통상압박을 하는 배경은 대북정책”이라고 말했다.

홍 대표는 “북한을 제재하듯이 국제적인 공조체제에 벗어나면 한국도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시그널을 주고 있다고 듣고 있다”며 “그렇다고 이 정부가 대북정책의 기조를 바꿀 생각은 전혀 없는 것이고, 그렇게되면 평창올림픽 이후 경제압박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김영철 북한 노동당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평창올림픽 폐막식에 참석하는데 대해 홍 대표는 “국민감정이 용납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우리가 다른 문제는 좀 생각을 달리 하더라도 5000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이 걸린 이런 문제는 기조가 맞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유 대표는 “홍 대표님 말씀 잘 들었다”며 “오늘 아침 회의에서도 천안함 (침몰의) 주범인 김영철이 북한 대표단 단장으로 와서는 절대 안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철회하라고 강력하게 요구했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홍 대표가 ‘방남’이라는 표현 대신 ‘방한’을 써야 한다고 강조하는 데 대해 “전 오래전부터 일관되게 방남이란 말 안 쓰고 방한이라는 말을 써왔다”고 호응했다.

박 대표는 “홍 대표와 같은 동료 검사로서 호형호제하고 잘 지냈다”며 “정당 대표로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만나니 금석지감(옛날과 현재가 달라 세월의 무상함을 느낌), 만감이 교차한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동료’란 표현에 박 대표를 바라보며 “선배시죠”라고 첨언했다.

자유한국당은 홍준표 대표를 예방한 바른미래당 유승민 대표가 서로 악수하고 있다. 두 대표가 공식석상에서 만난 대화한 건 지난해 5월 대선 이후 처음이다. 임현동 기자

하지만 두 당의 대표들은 개헌에 대해 입장 차를 드러냈다.

홍 대표는 “같은 야당이지만 (개헌에 대해선) 생각이 좀 다르다”며 “바른미래당이 개헌을 6월에 하자고 하는데, 개헌은 시기의 문제가 아니고 내용의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제왕적 대통령제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에 논의가 집중돼야지 개헌의 시기에 집중되선 안된다”며 “지방선거에 곁다리 개헌을 하게 되면, 전국적인 선거 이슈는 정권심판론인데 그게 희석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홍 대표 말씀대로 개헌은 시기보다 내용이 더 중요하다. 국정농단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제도적 보장을 해야한다는 것에 절대적으로 공감한다”며 “그러나 내용이 중요하다는 명분 하나만으로 자꾸만 무한정 시일을 지체하는 것도, 적기를 놓치고 있다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홍 대표가 “(김성태 원내대표 말대로) 10월까지 하자”고 말하자 박 대표는 “국민의 기대는 높은데 자꾸 (개헌시기가) 미뤄지다보니 다른 분야에서 우리가 해야될 역할에 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것 아닌가 싶다”며 “가급적 빨리 합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 대표도 “당연히 개헌 시기보다 내용이 더 중요하다”면서도 “다만 국회가 충분히 단일안을 마련할 수 있다면 6월 지방선거 때 (동시 투표를) 못할 이유도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홍 대표도 이 대목에선 고개를 끄덕였다.

유 대표는 “앞으로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서로 건전하게 경쟁하고 또 협력할 건 협력하자”며 “문재인 정부가 안보ㆍ경제 위기에 있어서 불안하고 무능한 모습을 보이는 데 대해 같이 힙을 합칠 때는 확실히 합치자”고 말했다.

   
▲ 유승민 바른미래당 대표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모습./사진=양당 대표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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