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수학자 꿈' 쌍둥이 형제 서로다른 특목고 입학 사연은
거인의어깨 김형일소장의 입시칼럼 ‘입시톡톡(入試TalkTalk)’은 이번 주까지 실제 컨설팅 CASE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번 주에는 지난 두 칼럼의 내용과는 좀 다른 독특한 상황을 겪은 특목고 학생의 이야기를 해 보고자 합니다. 아래 학생의 실제 CASE를 살펴보고 그에 따른 대비전략을 수립함으로써 올해 2019학년도 입시에서 수험생 여러분 모두 희망대학, 희망학과에 진학하시는데 많은 도움 되기를 바랍니다.<편집자주>

   
▲ 김형일 거인의어깨 연구소장 /사진=거인의어깨 제공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A군과 B군은 쌍둥이다. 두 학생의 어머니를 처음 만난 것은 중학교 3학년 1학기가 마무리되고 난 시점인데 일반적으로 처음 컨설팅을 하러 오는 경우는 학생과 어머니가 함께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어머님만 오시는 경우는 그리 흔한 경우는 아니다. 시기가 시기이니만큼 고등학교 진학에 대한 고민일 것으로 어느 정도 예상이 되는 상황이었다.

◇쌍둥이 형제 서로다른 특목고 입학 사연은

A군과 B군은 중학교 시절 학업성취도 뿐만 아니라 교내외 비교과 활동까지도 열심히 임했다. 자기 주도 학습을 잘 진행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학생회 임원 활동을 하며 리더십을 발휘하고, 각종 대회의 수상도 많았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두 아이의 모든 스케줄 관리로부터 시작해서 모든 것들을 어머님께서 도움을 주셨다고 했다. 

보통 쌍둥이들은 군 입대와 자대배치 까지도 동일한 배정을 해 주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어머님께서 초등학교 1학년 때를 제외하고는 학교 측에 요청해 A군과 B군이 한 반에 배정이 되지 않게 했다고 한다. 어머님에게 그에 대한 이유를 물어보니, 한 반에 두 아이가 함께 있으면 둘 중 한 명은 1등을 할 수가 없어서라고 하셨다.

A군은 의사가 되기를 희망하여 의과대학 진학을 희망했고 B군은 남다른 수학 실력을 발휘하며 각종 수학 올림피아드 대회를 수상하여 수학과로 진학을 희망했다. 그 동안의 학교생활충실도 등을 고려해보면 어느 고등학교에 진학하더라도 상당한 기대를 걸어볼 만한 정도의 상황이었다.

그러나 의사가 되기를 희망하는 A군이 물리나 화학 등의 과목은 상당한 흥미를 가지고 심화 탐구학습까지 하고 있지만, 정작 생명과학은 어려워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A군과 B군 두 학생이 진학하고자 하는 학교들은 서로 다른 특목고였는데, 어머님께서 그 학교들을 선택하신 이유를 들었을 때 필자의 걱정 또한 시작됐다. 

‘과연 두 고등학교로 진학하는 것이 A군과 B군이 원하는 것이었을까? 의사와 수학자라는 희망 전공도 정말 두 학생이 원하는 것일까?…’

◇흔들리는 1등의 위태로움 "무엇을 놓쳤나?"

첫 번째 상담은 사실상 학생들에 대한 모든 질문들에 대한 답을 거의 정해놓고 학부모가 필자에게 확인을 받는 정도로 마무리됐다. 필자의 오랜 상담 경험에 비춰볼 때 큰 어려움 없이 고교 생활에 잘 적응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혹시라도 어려운 일이 생기면 언제든 바로 찾아오시라는 부탁을 남겼다.

정확히 1년 후 고등학교 1학년이 된 두 학생과 어머님은 다시 컨설팅을 하러 방문했다. 결국 필자의 우려대로 의대 진학을 목표로 하던 A군은 생명과학 과목의 약점이 극복이 되지 않았고, B군은 수학 실력과는 별개로 UCC 제작에만 심취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쟁쟁한 학생들이 모이는 특목고에 진학을 하긴 했지만 상위권 성적을 지키는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는 처음의 믿음과는 달리 고교 입학 후 첫 시험에서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특목고는 해당 목적에 부합하는 목표를 지닌 전국 각지의 최상위권 학생들이 모이는 곳인 만큼 학생들 간 경쟁이 생각보다 힘들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진학 고교선택부터 희망 진로까지 학생들의 의견보다는 부모님의 의견이 더욱 높게 반영되어 있었던 점이다. 물론 진로 탐색의 과정을 겪으며 선생님이나 부모님으로부터 다양한 진로에 대한 조언을 받는 것도 좋지만, A군과 B군은 모두 정작 본인들이 무엇을 하고 싶은 지에 대한 목표 설정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였다.

그도 그럴것이 A군과 B군은 중학교 때 까지는 무엇이든 도전하면 최상의 결과를 이뤄내다 보니 정작 본인이 가장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고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은 또 무엇인지에 대한 깊은 탐색의 과정을 놓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상황에서 쟁쟁한 경쟁자들 속 그동안 내내 차지해왔던 1등을 처음을 놓치는 상황마저 맛보게 되니 충격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A군은 다니던 학교를 자퇴하고 1년 정도 쉬고 싶다는 말을 했고, B군은 공부는 뒷전으로 둔 채 음악 관련 UCC를 제작하여 인터넷에 올리는 데에만 심취해 있었다.

최상위권 학생이라고 하더라도 분명히 설정된 목표를 가지고 꾸준하게 정진하지 않는 이상 언제든 이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한다. 항상 큰 어려움 없이 1등을 누려왔기에 더 충격도 컸을 것이다. 어느 분야가 되었건 나보다 더 나은 실력을 가진 사람은 언제나 존재한다는 것은 사실 살면서 누구나 깨우치게 되는 이치지만 이제 갓 고등학생이 된 A군과 B군에게 그런 세상의 이치까지 이해하기를 바라는 것은 지나친 어른들의 욕심일 뿐이다.

필자는 가혹한 시간을 보낸 두 학생과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저마다의 지난 시간들을 되돌아볼 수 있도록 안내해 줬다. 부모님의 의사나 주변의 시선과는 상관없이 정말 본인들이 하고 싶은 일들을 하나씩 생각해 보도록 했고, 그러한 목표를 이루어가기 위해 함께 병행되어야 할 일들에 대해 컨설팅을 진행해 나갔다.

그 과정에서 A군과 B군 모두, 자신보다 잘 하는 다른 경쟁자들을 마주치게 된 충격보다는 부모님이 자신들에게 거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훨씬 컸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성장하며 누구나 한번 쯤 생각해 봄직한 장래 희망에 대해서도 본인들의 의사는 간데없이 주변의 이야기가 어느 순간 자신들의 이야기로 변해 있었다.

◇분명한 목표설정·자아성찰 조언

입시컨설팅은 단순히 진학 가능한 대학이나 지원학과를 추천해주는 것 뿐만 아니라 입시라는 큰 목표를 설정해 두고 학생 개개인이 희망하는 대학, 학과에 진학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제시해 주는 것이다. A군과 B군의 상황에서는 입시라는 큰 목표를 설정하기 이전에 이미 흔들려버린 두 학생의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다행히 그리 오래지 않아 부모님의 기대와 주변 시선에 대한 부담감으로부터 어느 정도 자유로워졌으며, 자신들의 현재 상황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두 학생 모두 가지고 있는 잠재적 능력이 많은 만큼, 그것들을 어떠한 방식으로 어디에 활용할 수 있을지를 찾는 탐색의 과정을 자신을 되돌아보는 '자아 성찰'을 권고했다. 고등학교 1학년 과정은 진로탐색의 시간인 만큼 조바심을 갖지 말고 차분하게 하고 싶은 것들을 찾아보도록 주문했고, 그 결과 A군의 경우는 본인이 좋아했던 물리학으로, B군의 경우는 컴퓨터를 이용한 영상 편집에 남다른 흥미를 느껴서 컴퓨터공학으로 목표를 수정하게 됐다.

두 학생은 다니던 학교를 포기한다거나 전학을 하겠다는 생각도 접을 수 있었고, 흔들렸던 시간들이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향한 풍부한 밑거름이 되도록 긍정적인 마음을 갖도록 했다. 무엇보다도 자신들이 직접 찾은 자신만의 목표가 생기고 나니 한결 밝아진 표정과 더불어 해야 할 일들을 본인 스스로 찾아 가는 모습이 대견해 보였다. 대학입시까지 남은 2년 가까이의 시간동안 얼마나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줄지 한편으로 기대도 된다. 글/김형일 거인의어깨 교육연구소장
[미디어펜=편집국]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