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이상호가 평창 동계올림픽의 새로운 영웅이 됐다. 불모지나 마찬가지였던 한국 동계스포츠 설상 종목 사상 첫 올림픽 메달리스트의 영광을 안았다. '배추보이'가 일궈낸 기적같은 일이다.

한국 스노보드의 기대주 이상호가 24일 평창 휘닉스 스노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스키 스노보드 남자 평행대회전에서 결승까지 올라 결국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결승전에서 스위스의 강호 네빈 갈마리니에 불과 0.43초 뒤져 금메달은 놓쳤지만 은메달을 따낸 것만 해도 새 역사다.

한국이 동계올림픽 설상 종목에서 처음 따낸 메달이다. 스노보드 평행대회전 종목에서 은메달은 아시아 선수 가운데 최초이기도 하다.

   
▲ 사진=연합뉴스


이상호는 '배추보이'로 유명하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아버지의 권유로 스노보드를 시작했지만 훈련할 곳조차 마땅찮았다. 강원도 정선 사북의 고랭지 배추밭을 개량한 눈썰매장에서 스노보드를 타며 기량을 키웠다. 배추밭에서 시작된 소년의 꿈이 이렇게 평창 설원을 훨훨 날아올라 너무나 값진 메달로 결실을 맺은 것이다.

이번 평창올림픽 개막 전부터 이상호는 이 종목 메달 유망주로 꼽혔다. 지난해 열린 2017 삿포로 아시안게임에서 2관왕에 올랐고, 터키에서 열린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에서 은메달을 획득해 기대감을 끌어올렸다. 이후 평창 올림픽 준비에 올인하면서 이날만을 바라보고 눈 위를 달리고 또 달렸다.

하지만 이렇게 큰 일을 해낼 줄은 몰랐다. 전통적인 강호인 유럽 선수들이 총출동하는 올림픽 무대에서 얼마나 높은 곳까지 올라갈 것인지 장담할 수 없었다. 그런데 이상호는 해냈다. 이번 올림픽이 열린 평창에서 멀지 않은 곳의 고랭지 배추밭에서 스노보드에 몸을 실었던 소년이 올림픽 시상대에 우뚝 서는 감동적인 스토리가 완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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