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동건 기자] 윤호진 연극연출가가 성추행을 인정하고 빠르게 사과의 뜻을 밝혔지만 다른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피해자들이 그의 입장 표명에 협박을 걱정하며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

윤호진 에이콤 인터내셔널 대표는 24일 자신을 둘러싼 성추행 의혹에 대해 "최근 공연계에 불미스러운 성폭력 사건들이 불거지고 있는 것에 대해 오랜 시간 공연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참담함과 책임감을 느낀다. 나 역시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고 생각하며, 이름이 거론된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 사진=KBS1


이와 함께 28일 예정돼있던 창작뮤지컬 '웬즈데이' 제작발표회 일정을 취소했다. 해당 작품은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와 그들을 위해 싸운 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

윤호진은 "할머님들과 힘겨운 싸움을 하고 계신 분들에게 저의 개인적인 의혹으로 누를 끼쳐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저에 대한 의혹을 먼저 푸는 것이 순리라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이어 "저의 행동으로 인해 불쾌함을 느끼신 분이 계시다면 진심으로 사과드리고 싶다. 피해 신고센터나, 에이콤, 또는 주변 지인을 통해서라도 꼭 연락 주시기 바란다"고 재차 사과했다.


   
▲ 사진=SBS


앞서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실명 미공개 및 언론보도 안 된 성폭력 가해자 제보상황'이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된 가운데, 해당 글의 가해자 명단에서 'ㅇㅎㅈ'(윤호진)이라는 초성이 발견돼 논란이 일었다.

이에 윤호진이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고 연락을 부탁했으나 정작 그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피해자들은 두려움의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윤호진 측과의 연락이 곧 회유, 협박, 합의 등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것.

복수의 피해자들은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공연계 권력자에게 연락하는 것 자체가 두렵다", "뮤지컬계에서 침묵의 카르텔을 깨는 자에겐 죽음뿐", "제보자를 색출하면서 조용해질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것 아니냐"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나도 당했다'는 뜻의 성폭력 고발 캠페인 미투 운동은 법조계, 교육계, 예술계 등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며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피해자, 제보자 등을 보호하는 시스템이 취약하고, 미투 운동에 동참하는 것이 제2차 피해로 이어질 우려가 있어 이와 관련한 대안이 시급한 상황이다.

한편 윤호진은 1976년 연극 '그린줄리아' 연출가로 데뷔해, 연극 '아일랜드'를 성공시키며 호평받았다. 이후 '신의 아그네스', '명성황후', '영웅' 등의 작품을 통해 한국창작뮤지컬계 유명인사로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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