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참가 독려…시민 불복종운동으로 전환
통일한국 길목에서 알곡-껍데기 가르는 계기
   
▲ 조우석
"'나라를 주십시오. 아니면 죽음을 주십시오.' 이 절규는 나라를 구하기 위해 순교자들이 부르짖던 피의 함성이었으며 3.1절 자유 대한민국 수호 국민대회에 참여하는 기독인 눈물의 함성입니다. 나라가 없으면 가정도 기업도 교회도 없습니다."

광화문 일대에서 예고된 3.1절 태극기 집회 참가를 독려하는 기독교 단체의 의견광고(2월 23일 조선일보)인데, 그게 그토록 마음을 붙잡을 줄 미처 몰랐다. "문재인 정부는 하나님과 싸움을 걸었는가? 하나님과 싸워서 이긴 역사는 없다!"는 카피도 좋았다. 신자가 아닌데도 빨려들었다. 신자-비신자 따질 것 없이 '평창 이후'를 보는 인식이 같기 때문이다.

1년 전 태극기 집회에 기독교 신자가 많았지만, 교회가 공식적으로 참가 독려를 했던 건 아닌데 비해 현재는 총동원령이 내려진 듯한 분위기다. 집회가  크고 강력해질 것이란 예측은 그런 이유 때문인데,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둘러싸고 갈등하던 시민사회-자유한국당도 전과 달라졌다.

그걸 암시하는 게 김성태 원내대표다. 복당파인 그는 23일 의총에서 "세상이 미쳐 돌아가도 이럴 순 없다"며 친북·종북 문재인 정부를 정면에서 때렸다. 통일전선부장 김영철의 방한을 두고 "이렇게 내놓고 북한과 거래하는 문 대통령은 심판 받을 수밖에 없다"는 말까지 했다. 이 모든 게 3.1절 태극기 민심이 국가위기에 변수가 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본래 나는 '평창 이후' 3~4월이야말로 한반도 엔드 게임의 최대 분기점이라고 예견했다. 평양이 무너지느냐 서울이 깨지느냐의 진실의 순간에 당신은 어디에 서있을 것인가를 물어왔는데, 기대 이상으로 민심의 각성이 이뤄지고 있다는 징후다. 당장 점검할 건 세 가지다.

첫째 소아병적 할거주의나 소모적 노선투쟁은 자멸을 낳을 뿐이란 점이다.반 문재인-반 김정은은 모두 우리 편이라는 전략적 인식이 우선이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우남의 명언 그대로인데, 국가위기 종식에 털끝만큼이라도 도움되는 세력과는 기꺼이 손 잡는 것이야말로 최선의 행동윤리가 아닐 수 없다.

앞서 기독교 세력의 참여와 제1야당 자유한국당과의 협조도 그런 맥락이지만, 우파 시민사회도 1년 전과는 또 달라진 모습이다. 신망 높은 고영주 변호사와 전광훈 목사의 역할이 큰 탓인데, 3월 1일 대한문 앞이나 혹은 동화면세점-교보문고-청계광장 앞에서 갖는 집회가 결국엔 거대한 태극기 물결로 하나가 될 것이란 기대감도 더욱 커졌다.

   
▲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통일선전부장)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25일 오후 평창 진부역에 도착, 출구로 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두 번째 점검 요소는 이번 태극기 집회는 1년 전과 성격이 다르다는 점이다. 당시는 탄핵 무효란 구호 위주였지만, 지금은 문재인 정부의 "총성 없는 적색 쿠데타"(조선일보 2월 20일 의견광고)에 대한 시민 불복종 운동으로 성큼 진화했다. 시민사회 단결을 돕는 건 역설이지만, 출범 1년이 채 안 돼 '주사파 정부'로 각인된 문재인 정부다.

핵 포기 없는 대북 지원과, 공산주의-사회주의 개헌 등이 결국엔 대한민국 해체로 간다는 위기의식이 그만큼 지배적인 상황이 지금이다. 국가의 문을 닫을 수도 있는 초유의 위기 앞에 "걸을 수 있는 사람은 모두 광화문으로 나오라"는 독려가 강력하게 힘을 받고 있는 양상이다.

문 정부에 대한 거부감은 2030세대를 포함한 모든 세대에 걸쳐있고, 중소기업-대기업 종사자에서 자영업자를 망라한다. 때문에 이번 태극기 집회는 1년 전 집회의 연장이 아니고 제2차 태극기 집회가 맞다. 뭐가 다른가? 단순한 탄핵 반대에서 국가 정체성 수호와 자유민주주의 수호 의지 표출이 핵심이다. 벌써 등장한 "문재인 아웃, 김정은 아웃", "문재인 정부 비선실세는 김정은"이란 구호 등장도 그 맥락이다.

세 번째 점검 요소는 '3.1절 집회 이후' 문제이다. 당연히 국가위기 종식이란 목표가 이뤄질 때까지 매주 연속 태극기 집회가 열리는 게 답이다. 중앙콘트롤타워 구성과 태극기 세력 조직화도 필수다. 그 점에 대한 보장이 없는 단순한 집회와 해산의 반복이 되풀이되어선 결코 안 된다.

다행히도 22일 열렸던 3.1절 국가회복 원로회의에서 이점에 대한 합의가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이점 고무적이지만, 아쉬운 건 지도자 그룹의 등장에 우린 목마르다. 저변에서 우익-우파의 에너지와 현 정부에 대한 불신이 저토록 부글거리는데, 이런 정치사회 에너지를 하나로 통합해주고 방향을 제시해줄 지도자가 없는 상황이다.

현상황을 방치했다가는 기성 제도권의 언론-정치권-시민사회 모든 부문에 걸친 혁명적 재편이 불가피하다. 상식이지만 태극기 집회의 원형은 근대적 시민운동이던 구한말 만민(萬民)공동회이다. 서울 종로에 그토록 많은 이들이 모였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는데, 그걸 무대로 청년 이승만을 포함해 박은식-장지연-신채호 등이 등장해 우리 근현대사를 떠받쳐줬다.

태극기 집회는 만민공동회보다 규모와 의의가 크면 컸지 작지 않다. 대한민국 정통이념인 자유민주주의 수호라는 점이 그렇고, 남북한 70년 이념전쟁의 마지막 결전장의 주인공이 태극기 시민이기 때문이다. 거대한 체제전쟁에서 알곡과 껍데기가 갈라질 것도 분명하다. 자연스럽게 지도자 그룹이 형성될 것이란 기대도 그 때문이다.

그런 뜻 깊은 3.1절 99주년을 앞두고  "나라를 주십시오. 아니면 죽음을 주십시오."라는, 조금 전 그 기도의 절박함을 재확인한다. '평창 이후' 3~4월 이 진실의 순간 당신은 어디에 서있을 것인가도 되물어본다. 논란의 여지없이 태극기 물결로 넘실대는 광화문 현장이 답이다. /조우석 언론인

   
▲ 3.1절 태극기 집회 참가를 독려하는 기독교 단체의 의견광고(2월 23일 조선일보). /사진=조선일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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