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17일간의 대장정을 끝냈다. 맹추위와 강풍 속에서도 대회가 열린 평창과 강릉 일대는 뜨거운 열기에 휩싸였다. 대한민국 전역은 스포츠가 전하는 감동적인 장면에 열광했고, 한국 선수들의 선전과 투지를 응원했다.

이번 평창 올림픽은 역대 동계올림픽 사상 유례가 없는 성공적 대회로 평가 받는다. 전세계를 놀라게 만들 만한 특별한 사건 사고가 없었다. 강풍으로 설상 종목 일부의 일정이 변경된 외에는 경기 운영이 매끄러웠고, 경기 외적으로도 전체적인 대회 운영은 합격점을 넘어섰다.

   
▲ 폐회식에 참석한 대한민국 선수단. /사진='더팩트' 제공


대한민국 선수단도 좋은 성적을 내 국민들의 응원에 보답했다. 금메달 수에서 목표치보다 부족했을 뿐 총 17개(금5, 은8, 동4)의 역대 동계올림픽 최다 메달 획득을 했다. 전통적 강세 종목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에서는 값진 메달이 쏟아졌다. 스켈레톤 윤성빈의 금메달, 봅슬레이 4인승 은메달, 스노보드 이상호의 은메달, 컬링 여자 은메달 등 이전에는 한국대표팀이 메달 근처에도 못가봤던 다양한 종목에서 시상대에 오르는 감격적인 장면도 연출됐다.

메달권에 들지 못한 많은 선수들도 국내에서 열린 올림픽을 빛내기 위해 저마다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며 또 다른 의미에서 감동을 전했다.

하지만 모든 것이 다 완벽하게 만족스러울 수는 없다.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은 평창올림픽에도 '옥에 티'는 있었다.

북한의 갑작스런 대회 참여로 비롯된 정치적인 여러 논란은 일단 예외로 치자. 아직도 논란은 계속되고 있으며, 이에 대한 평가는 좀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하기 때문이다.

대회 전, 평창 올림픽을 얼룩지게 했던 것은 자원봉사자 홀대 문제로 대표되는 미흡한 준비 상황이었다. 국내 개최 올림픽에 동참해 조금이라도 도움이 돼 보겠다는 순수한 의도로 참여한 자원봉사자들에게 제대로 지원을 하지 않아 반발을 불러 일으켰고, 대회가 임박한 시점에서 다수 자원봉사자들이 일을 포기하는 난감한 사태가 벌어졌다.

   
▲ 강릉 선수촌 개촌식 당시 자원봉사자들이 추운 날씨 속 행사에 참여해 비둘기를 날리고 있다. /사진='더팩트' 제공


대회조직위원회의 빠른 수습 노력과, 언 손을 녹일 틈도 없는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열정 하나로 자기가 맡은 일에 성의를 다한 자원봉사자들 덕분에 대회가 무리 없이 진행된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폐회식에서 토마스 바흐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이 연설을 하면서 따로 자원봉사자들에게 감사를 표한 것은 직접 눈으로 확인한 이들의 노고를 진심으로 치하한 것이었다.

또한 대회 전 평창과 강릉 일원에서 올림픽 관계자들의 집단 식중독이 발생해 위생 문제가 도마에 올랐고, 불편한 교통 문제가 걱정을 사기도 했다.

대회가 시작되고 나서는 이런 저런 망언이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개막식을 중계하던 미국 NBC 방송 해설자가 일본 강점기가 한국의 경제나 기술 발전에 기여를 했다는 식의 망언을 해 공분을 샀다. NBC는 사과를 할 수밖에 없었다.

국내 방송의 개막식 중계에서도 김미화의 부적절한 발언이 논란이 됐다. MBC 개막식 중계 객원 해설위원으로 참가했던 김미화는 아프리카 선수단 입장 때 눈 구경은 처음 해봤을 것이라는 등 비전문가적인 발언으로 물의를 빚어 사과를 해야 했다.

네덜란드 빙속 대표 블록휴이센 선수는 공식 인터뷰에서 한국의 개고기 식용 문화를 비하하는 듯한 발언을 해 비난을 샀다. 블록휴이센 역시 비난의 뜻은 없었으며 동물복지를 걱정했던 것이라며 사과했다.

금지 약물 복용 선수가 나온 것도 '클린 대회'에 오점을 남겼다. IOC는 이번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유례가 없는 강력한 반도핑 정책을 폈다. 4년 전 소치올림픽 개최국이자 동계스포츠 최강국 러시아가 국가 차원의 대표선수 도핑에 관여했다며 이번 대회 출전을 금지시킨 것. 러시아 선수들은 개인 참격으로 출전할 수는 있었지만 약물 관련 의혹이 있는 선수들에게는 아예 출전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빅토르 안(한국명 안현수)도 명확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와 관련된 제재로 이번에 평창에 오지 못했다.

개인 자격으로 참가한 러시아 선수들으 국가명과 국기 등을 사용할 수 없었고, '러시아에서 온 올림픽 선수'라는 민망한 이름을 달고 경기에 나서야 했다. 그런 와중에 또 다시 러시아 선수들 가운데 도핑테스트에 걸린 사례가 나왔다. 컬링 혼성 2인조에서 동메달을 딴 알렉산드르 크루셀니츠키가 금지약물 양성 반응이 나온 데 이어 봅슬레이 선수 나데즈다 세르게예바도 도핑에 걸려 충격을 안겼다.

   
▲ 갈등과 불화로 논란을 산 빙속 팀추월 여자 대표팀. /사진='더팩트' 제공


대한민국 선수단으로 좁혀 보면, 여자 빙속 팀추월 대표팀에서 나온 불화가 옥에 티를 넘어 분노의 불길로 타올랐다. 경기 중 동료들이 노선영을 이른바 '왕따'시킨 사건, 그리고 이어진 김보름의 인터뷰가 불씨가 된 논란은 청와대 청원으로까지 번져 수십만명이 참여하는 대형 이슈가 됐다. 김보름은 경기를 앞두고 사과 기자회견까지 해야 했고, 고질적인 파벌 싸움으로 그 원인을 제공한 빙상연맹에 대해서는 비난의 십자포화가 쏟아졌다.

김보름은 여자 매스스타트에서 혼신의 역주 끝에 은메달을 따내고도 빙판에 엎드려 사죄의 큰절을 하는 착잡한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올림픽은 끝났지만 빙상연맹이 중심에 있는 이번 사태는 불씨가 여전히 남아 있어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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