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인력난 가중 우려 현실화되나"
산업계 "보완입법 촉구, 유연근무제 활성화 필요"
[미디어펜=최주영 기자]27일 주당 최대 68시간이던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줄이는 ‘근로시간 단축법’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한 가운데 산업계 희비가 엇갈렸다.

재계와 경영계는 원칙적으로 환영의 뜻을 나타낸 반면 중소기업들은 생산 차질이나 인건비 증가 등 부담은 가중될 것으로 보여 세부 보완책 마련 필요성 또한 제기되고 있다.

◇경영계 "기본적 찬성...일부 보완입법 필요"

경영자총협회는 환노위의 '근로시간 52시간 단축' 판결 직후 낸 논평에서 "오랜 기간 대법원 판결과 입법의 지연에 따른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산업 현장의 연착륙에 대한 고민이 반영된 결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환노위는 근로시간 단축 관련 기업규모별 3단계, 휴일근로 중복할증 불인정, 30인 미만 특별연장근로 허용, 공휴일 유급화 등에 합의했다. 경총은 이에 대해 일부 동의하면서도, 공휴일 유급화와 특례업종의 축소(26종→5종)는 여러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며 보완 입법을 촉구했다.

경총은 아울러 "근로시간 단축의 연착륙을 위해 탄력적 근로시간제 등 유연근무제를 활성화하고 산업안전과 특별한 비상상황에 연장근로 예외허용 조항을 신설하는 등 보완 입법이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환노위 합의에서 탄력적 근로시간 확대 적용에 대한 개선 논의를 2022년 12월까지 미뤘다는 점을 반박한 것으로 보인다.

경총은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확대 및 실시 요건 완화에 관한 제도 개선이 이번 근로시간 단축 법개정 논의에 반드시 반영되어야 한다"며 "연장근로 발생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고용노동부의 사전승인을 받아 특별연장근로를 할 수 있도록 하위 법령의 개정이 별도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일자리전략실장 명의의 공식 코멘트를 통해 "근로시간 단축 및 특례업종 축소로 인한 기업의 생산차질 및 인건비 증가, 관공서 공휴일 관련 규정 전면도입에 따른 영세기업의 부담 가중 등 부작용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추 실장은 다만  "근로시간 단축을 우리나라 노동시장에 연착륙시키기 위해 탄력적 근로시간제 등을 선진국 수준으로 조정하는 방안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일부 대기업 "'워라밸' 가능해져...적극 환영"

기업들은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의미하는 신조어)을 앞세우며 일부 대기업에서 선제적으로 시작된 근무시간 단축이 현실화되자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4대 기업의 한 관계자는 "주말에 교대로 출근하라는 방침이 정해졌다"며 "생산직원 뿐만 아니라 관리직원도 근무시간 단축이 확대되는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이미 삼성전자, LG, SK하이닉스 등이 자율적으로 52시간 근무제를 시행 중이며 현대차그룹과 다른 대기업들도 긍정적으로 검토중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각 사업부문 책임자들에게 '가능하면 주당 근무시간을 52시간 이내로 줄일 수 있도록 직원들을 독려할 것'을 권고했다. LG전자도 일부 사업부문에서 주 52시간 근무체제를 도입하는 등 근로시간 단축에 나서는 분위기다. 

SK하이닉스도 주 52시간 근무 시범운영과 유연근무제를 시행중이며 현대·기아차그룹은 생산직을 중심으로 작년부터 주간 연속 2교대(8+8시간) 근무제를 운영 중이다. 기업들은 현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의 하나가 '휴식 있는 삶을 위한 일·생활의 균형 발전'인 만큼, 잔업과 특근 등 추가 근로를 줄여 정책에 호응할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 "인력난 가중 우려 현실화되나"

다만 대기업과 연결된 2, 3차 중소 협력사나 중소기업들의 부담은 오히려 가중될 될 수 있다는 전망가 나온다. 주문 물량을 기한에 맞춰 생산하기위해서는 초과근무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의 '근로시간 단축의 비용 추정' 보고서에 따르면 근로시간이 단축될 경우 우리나라 기업 전체가 12조 원이 넘는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그 중 약 8조6000억 원이 300명 미만 사업장이고 3조3000억 원은 30명 미만의 영세 소규모 사업장이다. 보고서는 근로시간 단축될 경우 약 26만6000명의 '인력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이를 추가 고용으로 메우면 현금·현물급여 등 직접 노동비용으로 9조4000억 원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해 11월 15일부터 24일까지 중소기업 300업체 대상 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대다수가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 급격한 노동정책 변화에 기인한 부담 완화를 정부에 요구했다. 중소 산업현장에는 지금도 27만여 인력이 부족한 상태로 근로시간을 단축할 경우 중소기업에서만 추가로 44만 명이 더 필요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제단체도 이 부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경연 관계자는 "이들 중소기업은 지금도 열악한 근로 환경에 구인난을 겪고 있어 근로시간 단축 강행으로 '비용 추가 부담'과 '인력 확충 어려움'이라는 이중고를 겪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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