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원재 자유기고가
정치인을 잘 믿지 않는다. 정치와 권력은 사람을 변하게 하고, 취하게 하고, 물들게 하는 법이다. 그 어떤 숭고한 인물이라도 그 영역에 몸을 담근 순간, 현실논리와 타협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이념, 가치, 철학 등의 초심을 지켜나가는 것이 어렵다.

전희경 의원을 보며 감동한 이유다.

사흘 전, 북한의 전범 김영철이 한국에 오는 것을 막기 위해 휴전선 근처 통일대교 위에서 연좌농성에 참가했다. 우리 국민을 무참히 살해한 김영철이 감히 한국 땅을 밟지 못하도록 밤새 길을 지키겠다는 취지였다. 겨울밤 임진강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매서웠고, 차가운 길바닥 위에 앉아 자리를 지키는 건 그야말로 고역이었다. 중간 중간 경찰 병력들이 김영철이 들어올 길을 확보하기 위해 달려들 때마다 그들과 대치해야 했기에 밤새 긴장감을 늦출 수도 없었다.

모두가 극도로 피로한 상황이었다. 특히 한국당 의원들은 그날 꼭두새벽부터 청와대에 가 항의 시위를 하고, 오전 오후 각종 행사와 일정을 소화하고서 그대로 통일대교로 향한 사람들이었다. 요기도 제대로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 고생하고 있는 사람들 중에서도 유독 돋보이는 사람이 있었다. 전희경 의원이었다.

전희경 의원은 밤새도록 본인의 자리에서 단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다. 잠시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풀 법도 한데, 그러지 않았다. 차에 가서 몸을 녹이고 오거나, 하다못해 화장실이라도 다녀올 법 한데, 밤새 그 자리에 그대로 앉아있었다. 김영철을 위해 길을 확보하려는 경찰들의 움직임이 있을 때만 달려나가 그들을 저지하고 돌아왔다.

한참 후에 합류한, 건장한 남성인 나조차도 몸이 덜덜 떨리는데, 하루종일 일정에 시달렸으면서도 한 발자국 양보하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여성 정치인의 그 뚝심, 아니 결기를 보며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더욱 놀라운 건, 시민들을 대하는 전희경 의원의 태도였다. 밤새 맨 앞자리에 앉아있었던 전희경 의원에게 수많은 사람들이 말을 걸었다. 일반 시민부터 인터넷 방송 BJ에 이르기까지. 잠시 졸 수 있는 시간도 주지 않고 다가와 이런저런 인사와 질문을 던진다. 새벽 서너시가 지나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전희경 의원은 한 명 한 명 아쉽지 않도록, 성심성의껏 대꾸를 해줬다. 오죽하면 개인 방송 BJ가 감동해, 차를 끌고 한참을 달려나가 이불을 사와서 전희경 의원을 덮어주고 갔을 정도다.

   
▲ 전희경 의원은 26일 오후 3시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에서 열린 '김영철 방한, 문 정권 규탄대회'에 참석해 연설을 하고 있다./사진=전희경 의원실 제공

동이 틀 때쯤, 본격적으로 경찰들이 압박을 해오기 시작했다. 견인차를 이용해 차를 치우고, 사람들을 끌어내어 김영철을 위해 길을 열려고 했다. 그때부터는 계속 대치 상황이었다. 육체적으로 한계였을 테지만, 한국당 의원들은 물러서지 않고 소리쳤다. 어째서 우리를 막느냐고. 북한 김영철을 막는 게 정상 아니냐고. 전희경 의원도 마찬가지였다.

"무언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왜 여러분이 우리를 막아서야 합니까? 우리는 여러분들을 위해 이 자리에 서있습니다. 국가의 부름을 받고 나라를 지키던 여러분들의 선배를 무참히 살해한 자가 대한민국 땅에 오는 것을 막기 위해 이 자리에 서있습니다. 우리는 우리들을 막고 있는 여러분도 지키기 위해 이 자리에 서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여러분도 지킬 것입니다!" 대열 맨 앞에 서서 전희경 의원이 갈라지는 목소리로 계속해서 외치던 말이다. 바로 앞에 있는 경찰의 손에 장갑이 없는 것을 보고는, 왜 혼자 장갑을 안 끼고 나왔냐고 안타까워 하며 본인의 손난로를 꼭 쥐어주기도 했다. 뒤에서 의경들의 상급자가 연신 전진하라고 명령했음에도, 감히 전희경 의원을 밀쳐내지 못하고, 전진하는 척 제자리걸음만 하는 의경들을 보며, 진정성이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움직이는가를 봤다.

한국당의 모든 정치인들이, 모든 관계자들이, 또 그 자리에 있었던 모든 시민들이 고생을 했다. 그럼에도 유독 전희경 의원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은, 전희경 의원이 절대로 티를 내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이야기를 꼭 하고 싶었다. 감동을 받았던 사람중 하나인 나라도 이렇게 글을 써서 알려야겠다는 의무감이 들었다.

정치인은 기본적으로 장사꾼이다. 본인의 이미지와 미담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팔아야 한다. 그래야 인지도가 쌓이고, 지지층이 생기고, 표를 얻고, 후원을 받는다. 그런데 전희경 의원은 그러지 않는다. 기자들의 카메라와 마이크가 있을 때 경쟁적으로 자기PR을 하는 대다수 사람들과 달리, 전희경 의원은 오히려 외곽으로 빠져 일을 챙긴다. '티'나지 않을 때 가장 열심히 한다. SNS 등에 자신에 관한 미담 등을 알리지도 않는다.

도대체 정치인이 왜 저렇게 '세일즈'를 하지 않는지, '쇼'를 하지 않는지, '티'를 내지 않는지 궁금했었다. 그런데, 깊은 새벽, 기자들도 다 집에 가고, 농성을 하던 사람들도 잠시 차로 가 몸을 녹일 때 조차도, 꿋꿋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그 모습을 보며 깨달았다. 전희경 의원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자신을 증명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게 진짜 정치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행동으로 준 감동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지지자로 만든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느릴지언정 분명 그게 정도(正道)다.

동이 트고 다음 날, 집회 참가자들이 모여들자 전희경 의원은 연설을 하고 구호를 외쳤다. 근 이틀간 밥도 제대로 못 먹고 하다 못해 화장실도 못 갔을 텐데, 어떻게 쓰러지지 않는지 신기할 지경이었다. 그 다음 날 기사를 보니, 국회 교문위에 참석해 국회의원으로서 본인의 업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또 광화문으로 향해 집회를 이끌었다고 한다. 전희경 의원은 오늘도 동분서주하고 있다.

정치인이 아니라, 사람으로서 전희경 의원을 존경하게 되었다. 애당초 우파 정치인으로서 전희경 의원에 대해서는 굳이 말을 더 할 게 없었다. 눈치 보지 않고 본인의 소신을 펼쳐왔으며, 그 누구보다도 이념과 철학이 확고하다.

'보수의 여전사'라 불리며 보수우파의 대표자성을 띠고 있는 것만 봐도, 이미 많은 사람들이 정치인 전희경의 투철함을 잘 알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래서 더더욱 전희경 의원의 '정치'가 아니라 '진정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본인의 현장에서, 묵묵히 행동하고 있을 전희경 의원을 응원한다.

혹자는 말을 많이 하고, 쇼를 하고, 티를 내는 게 정치를 잘 하는 것이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왔다. 그러나 전희경 의원의 진정성을 보며 감동한 이후로, 한낱 보여주기 식으로 얻은 민심은, 절대 진정성을 통해 얻은 민심을 이기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정치인 이전에, 사람 그 자체를 따르게 되니까. /우원재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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