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국내 자본시장 ‘큰손’인 연기금들이 정부 정책에 호응해 코스닥 투자 확대 채비를 마쳤다. 새롭게 출시된 KRX300 지수를 신규 적용하는 방안이 고려되는 한편. 기획재정부는 코스닥 투자를 확대할 경우 평가에 유리하도록 기금평가 지침을 개선했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자본시장의 대표적인 ‘큰손’인 연기금들이 코스닥 투자확대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한국거래소의 신상품 출시는 좋은 계기가 됐다. 지난 5일 거래소는 코스피 232개, 코스닥 68개 기업으로 구성된 새로운 지수 ‘KRX300’을 출시했다. 내달 말쯤에는 KRX300을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와 KRX300 지수 선물을 상장할 예정이다.

   
▲ 사진=연합뉴스


기획재정부 역시 코스닥 투자를 확대할 경우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도록 기금평가 지침을 지난달 개선했다. 연기금으로서는 코스닥 투자유인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작년 한 해 약 16조원을 운용한 사학연금은 KRX300을 벤치마크 하는 새로운 위탁운용 유형을 만드는 방안을 최근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학연금은 운용자금의 약 25%에 해당하는 4조 2028억원을 국내 주식에 투자 중이다. 이 중에서 국내 주식의 코스닥 투자 한도는 20%로 꽤 높다. 

반면 현재의 코스닥 비중은 2.5% 정도에 불과해 향후 투자 확대 범위가 상당히 넓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사학연금의 경우 코스닥 투자 한도에 여유가 있는 편이라 의사결정 과정이 수월할 것”이라며 “별도의 자산운용위원회 의결 없이도 코스닥 투자 확대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공무원연금공단 역시 발빠르게 KRX300 활용 방안을 고민 중이다. 작년 말 기준 공무원연금공단의 운용자산은 7조 2563원이고 이 중 국내 주식 비중은 2조 422억원이었다. 코스닥 비중은 역시 5% 수준에 불과해 잠재력이 높은 편이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새롭게 나온 KRX300을 기존 코스피200과 비교하는 작업이 진행 중”일면서 “성과 검증 차원에서 일부 시험 투자가 먼저 진행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연기금 중에서 가장 큰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역시 국민연금관리공단이다. 국민연금의 운용자산은 물경 615조원으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규모다. 현재 코스피를 벤치마크로 삼고 자산운용전략을 펴고 있다. 그러나 KRX300을 주식 투자의 하위 유형 중 하나로 신규 적용한다면 자산운용 기준을 바꾸는 작업 없이도 코스닥 비중 확대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 가지 변수는 현재 공석인 기금운용본부장 인선이다. 본부장 인선이 결정되면 국민연금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겠지만 문제는 이 자리에 대한 주목도가 워낙 높다는 점이다. 신임 본부장으로서는 막중한 부담감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새 기금본부장은 스튜어드십 코드 등 정부가 추구하는 ‘정의’를 실현해 주면서도 투자 성과 역시 좋아야 한다”면서 “업무 강도나 부담감에 비해 처우는 상대적으로 좋지 않은 편이라 인선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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