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원·달러 환율 뿐만이 문제가 아니다. 엔화에 대한 원화의 환율이 하락추세를 보이면서 원고 엔저 현상이 또 다시 증시의 근심을 주고 있다. 일본은 여러 산업에서 우리와 경쟁 관계에 있기 때문에 엔화 가치 절하가 미칠 영향은 지대하다.

증시 전문가들은 엔화 약세가 지속되면서 자동차와 일부 철강·화학·기계  업종의 경쟁력이 크게 둔화됐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이미 지난해 부터 엔화 약세가 진행돼 지금은 우리 기업들이 내성을 가지게 돼 우려는 조금 덜해졌다는 평가다.

19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최근 원ㆍ엔 환율이 최근 100엔당 1000원대가 붕괴되는 등 엔저ㆍ원고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달러에 대한 엔화의 환율은 지난해 이미 한때 달러당 105엔을 넘어설 정도로 심하게 약세를 보였으나 최근 100엔대로 내려 앉아 정상 수준을 찾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엔 원화에 대한 엔화의 약세가 심해진 것이다.

원·엔 환율이 중요한 이유는 양국의 글로벌 수출 경쟁력을 가늠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글로벌하게 달러화에 대한 엔화가 약세고 달러화에 대한 원화가 강세라면 공통분모인 달러화를 지웠을 때 양국 화폐의 경쟁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것이다.

   
▲ 엔화 약세로 일본 자동차 업계의 매출은 폭발적으로 일어난 반면 한국 자동차 업체의 이익은 소폭 증가한데 그친 것이다. 양국 자동차 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 관계에 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뉴시스

엔화 약세에 가장 큰 타격을 입는 업종을 꼽아보자면 우선 자동차 업종이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도요타, 닛산, 혼다 등 일본 8개 자동차 업체의 2013회계연도(2013년 4월~2014년 3월)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무려 1조8000억엔(약 18조원)이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현대ㆍ기아차는 전년보다 영업이익이 2362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엔화 약세로 일본 자동차 업계의 매출은 폭발적으로 일어난 반면 한국 자동차 업체의 이익은 소폭 증가한데 그친 것이다. 양국 자동차 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 관계에 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대신증권 오승훈 연구원은 "엔화 환율 하락은 자동차 업종이 민감한데 일본과 경쟁하고 있기 때문에 수출에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엔화는 올해도 기조적으로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엔저 현상이 극심했을 때도 일본의 경상수지 흑자폭이 형편없어 올해도 일본 정부는 엔저로 인한 경기 부양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4월 소비세 도입 이후 일본내 수요가 약해지면 아베 총리는 추가부양책을 쓸 가능성이 높고 이는 엔화 가치를 더욱 손상시킬 것이란 평가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엔화 약세가 이미 내성이 생겼고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이미 환율에 대한 대처 방법을 알고 있기 때문에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생산기지 다변화나 환율 대처 전략을 이미 수립해 놓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증권 김용구 연구원은 "엔화 약세가 이미 지난해부터 진행돼 오고 있어서 우리 수출 대기업들은 이미 내성이 생겼다"며 "개별 기업마다 생산기지 다변화 등 대처 방식을 터득하고 있어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라고 전망했다. [미디어펜=장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