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물량 의존 천수답 한계, 독자생산 수출 국내기업 새주인 찾아야
   
▲ 이의춘 미디어펜대표
한국GM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3조원의 적자를 타개하기위해 군산공장 폐쇄에 이어 강도 높은 인건비 및 경비절감 방안을 내놓았다. 미국임원을 절반이하로 줄이고, 전무 상무 등 임원도 20~35% 감축키로 했다. 팀장이상은 임금을 동결했다. 법인카드 사용도 중지시켰다. 각종 구매물품 품의도 보류시켰다.

한국GM은 모든 경상경비를 제로베이스에서 재점검하고 있다. 문을 닫기로 한 군산공장의 비정규직 근로자 200명도 문자로 해고통보를 받았다. 정규직의 30%가량을 받던 비정규직들은 졸지에 일자리를 잃고 망연자실하고 있다. 정규직은 희망퇴직금과 위로금이라도 받지만, 비정규직들은 아무 보상이 없다. 군산경제가 현대중공업의 조선소 가동중단에 이어 한국GM공장 폐쇄로 침몰 위기를 맞고 있다. 비정규직들의 비극은 가족생계를 위한 일자리가 얼마나 소중한 지 실감케 한다.

한국GM이 생존하려면 본사 물량배정이 필수적이다. 자본잠식 상태인 한국GM으로선 최대한 경비절감과 자구노력을 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몰려있기 때문이다. 본사는 3월초 신차배정 물량을 통보할 예정이다. 본사의 방침에 따라 한국GM의 퇴출이냐 사업지속이냐 여부가 판가름난다. 

전투적인 성향을 보인 노조에 대해서도 칼을 빼들었다. 한국GM은 노조측에 임금동결, 성과급 지급 중단, 학자금 지급 등 각종 복리후생비 축소등도 불가피하다고 통보했다. 성과급 및 복리후생비 축소로 한해 3000억원의 비용을 줄일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본사에선 신차를 배정하려면 한국GM이 5600억원이상의 경비를 줄여야 한다고 최후통첩한 상태다. 

한국GM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본사는 문재인정부와 산은, 국회를 상대로 고도의 흥정을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다. 한국GM과 연관된 일자리 30만개를 볼모로 정부의 자금 지원, 세금감면, 산은의 저리자금 대출을 압박하고 있다. 자신들의 요구가 관철되면 본사에서 한국GM에 안정적인 일감을 제공할 것이라고 당근을 제시하고 있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민심과 일자리유지에 다급한 문재인정부를 상대로 고도의 정치게임을 벌이고 있다.

정부는 국민혈세 투입이 이뤄지기위해선 신차배정과 미래차의 안정적인 개발과 생산 보장, 경영정보 및 장기경영개선계획 공개, 본사 대여금의 출자전환 및 신규자금 지원등이 전제돼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 한국GM에 국민혈세를 투입하는 것은 임시미봉책에 불과하다. 장기적인 경쟁력확보를 위해선 국적기업을 새주인으로 맞아야 한다. 독자생산및 수출네트워킹을 구축해야 장기적인 경쟁력 확보가 가능하다. 현대차의 독점체제를 깨서 경쟁체제로 가야 자동차산업의 경쟁력이 강화된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정부의 대응은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한국GM사태를 종합적으로 처리할 컨트롤타워가 없다. 경제수석과 기획재정부장관 산업부장관 금융위원장 산은회장 등으로 구성된 청와대서별관회의를 없앴기 때문이다.

손이 피를 묻히는 부처나 기관장이 없다보니 배가 산으로 가고 있다. 문재인정부 산업정책의 최대 아킬레스건이 될 한국GM사태를 신속하게 처리하지 않으면 정권내내 심각한 부담을 안게될 것이다. 대부분 좌편향 시민단체 출신들이 포진한 경제팀은 과감히 손에 피묻힐 엄두를 못내고 있다. 그럴 능력도 없다. 무능한 경제팀이다. 미숙한 대처로 인해  대규모 일자리대란과 자동차산업생태계붕괴 등의 후폭풍이 예고되고 있다.

외환위기 당시는 이헌재 전 금감위원장 주도로 산업 및 금융구조조정이 전광석화처럼 이뤄졌다. 서별관회의를 통해 각종 경제현안들이 조율돼 해법을 찾았다. 컨트롤타워가 리더십을 갖고 대우차와 은행 통폐합 등의 난제를 해결했다. 문재인정부와 민주당은 야당시절 서별관회의를 맹공했다. 설마했던 대마불사 신화를 깼다.

정권이 이제와서 서별관회의를 재개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 청와대회의는 반드시 필요하다. 경제현안 해결을 위해선 정부차원의 통합 조정을 해야 한다. 한국GM같은 초대형 이슈는 정권운용차원에서도 반드시 신속한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 교활한 여우같은 GM본사를 상대하려면 청와대가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부처끼리 책임을 전가하면 GM에 우리정부와 산은이 농락당할 수밖에 없다.

한국GM의 생존을 위해선 노조의 전향적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 노조가 지금처럼 총파업으로 맞서면 최악의 결과를 초래한다. 아예 한국에서 철수하는 블랙스완이 일어난다. 30만명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끔찍한 재앙이 초래된다. 노조가 엄혹한 현실을 직시하지 않으면 자신들의 일자리만 잃게 된다. GM입장에선 한국공장은 전세계공장중 한 개에 불과하다. 장기판으로 치면 말이나 상이다. 경영환경 변화나 수익성 악화시 얼마든지 희생시킬 수 있다. 사석(捨石)카드에 불과한 것이다.

노조가 슬기롭게 대처하면 회생방안이 있다. 희망퇴직 임금동결 수용, 생산성 향상에 적극 화답하면 GM이 한국에서 철수하는 것을 재고할 것이다. 노조가 고통을 분담해야 정부도 국민세금인 증자에 참여할 명분을 얻게 된다. 

쌍용차노조원들은 2009년 1월 대주주였던 중국 상하이기차의 법정관리 신청과 2600여명의 인력구조조정에 반발해 공장 점거와 옥쇄투쟁으로 맞섰다. 당시 민주노총 노조원들은 76일간 공장점거 를 통해 해방구를 만들었다. 공권력이 투입되는 등 옥쇄파업의 대가는 컸다. 구속자가 60여명이 넘었다. 회사는 차량생산을 못해 적자가 누적됐다.


   
▲ 한국GM의 폐쇄및 철수위기는 김대중정부의 외자유치 정책의 참담한 실패가 가시화한 것이다. 대우차를 헐값에 GM에 매각하면서 글로벌하청기지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국내 자동차산업의 생태계를 유지하고, 30만명의 일자리유지를 위한 신속한 대책이 필요하다. 범부처차원의 컨트롤타워 부활도 시급하다. 카젬 카허 한국GM사장./연합뉴스


쌍용차는 마힌드라라는 인도회사를 새로운 주인으로 맞이한 후에야 신차개발 및 생산 등을 통한 정상화의 기틀을 맞이했다. 근로자들은 경영정상화를 더욱 어렵게 만든 민노총을 대거 이탈했다. 사측과 협조적인 새로운 노조를 만들어 노사협력문화를 만들어갔다. 한국GM노조도 민주노총과 연대해 무조건 총파업으로 나가는 것은 최악의 패착카드에 불과하다. 노사고통분담으로 회사를 살리고, 일자리를 지키는 것이 최우선과제이기 때문이다.

노조가 여야정치인과 정부관계자 만난다고 해법이 찾아지는 것이 아니다. 지속가능한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생산성을 올려야 철수설이 사라진다.

한국GM 사태는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한다. 본사의 경영실패도 문제지만, 적자속에서 고임금파티를 즐긴 노조의 모럴해저드도 회사를 위기로 몰아넣었다.

한국GM사태는 정치논리로 풀어선 안된다. 노조를 살리기위한 국민혈세 투입도 절대 안된다. 노사 모두 뼈를 깎는 자구노력과 구조조정이 필수적이다.

한국GM은 독자생존이 불투명하다. 위기가 일시적으로 해소돼도 언제든지 위기가 불거진다. 가장 중요한 것은 독자적인 연구개발 및 생산, 글로벌 판매망 구축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한국GM은 본사 정책에 매달려야 하는 취약한 연결고리를 갖고 있다. 

차제에 한국GM에서 경영권을 넘겨받는 것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내셔널기업을 새 주인으로 찾아주는 게 장기적인 경쟁력확보 측면에서 유리하다. 한국은 현대기아차 독점상태에 있다. 일본과 미국 독일은 3개국적회사가 경쟁하면서 자국자동차산업을 이끌고 있다. 한국도 현대기아차의 독점체제에서 경쟁체제로 가야 한다.

외환위기 당시 김대중정부가 대우차를 GM에 매각한 것은 불행을 잉태한 잘못된 결정이었다. 이헌재 금감위원장의 섣부른 금융논리가 산업정책을 압살시켰다. 미국 최대 자동차회사에 매각해서 성공적인 외자유치라고 자랑했지만, 18년만에 파탄이 났다. 성공했다는 구조조정과 외자유치는 참담한 구조조정 및 외자유치 실패로 전락했다. 자동차산업이 가지는 국가제조업의 전략적 특성을 간과했다.

일자리정부를 자처한 문재인정부는 컨트롤타워를 부활해야 한다. 범부처차원의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 30만명의 일자리대란을 피할 최선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 이대로가면 자동차산업에서 일자리쓰나미가 발생한다. 정권의 명운을 가르는 중대 산업정책이다.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있는 일자리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자동차산업을 넘어 한국제조업을 매력적인 투자처로 만들기위한 대대적인 경쟁력강화대책이 요구된다. 과감한 규제혁파와 기득권노조를 깨기위한 노동유연성 제고, 세제 감면 등 조세경쟁력강화 등이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

지금처럼 기업하기 힘든 경영환경이 만들어지면 GM만이 아니라 국내외기업들이 잇따라 한국이라는 링에 타올을 던지고 떠나갈 것이다. GM을 먹튀로 비난할 게 아니다. 모든 기업들이 그럴 개연성을 갖고 있다. 국가경제를 위한 지도자의 리더십이 절실하다. /이의춘 미디어펜대표

[미디어펜=이의춘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