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평창 동계올림픽이 끝났지만 한국과 일본에서 여자 컬링 인기는 사그라들 줄 모른다. 양국의 여자 컬링 열풍에는 묘한 공통점이 있어 더욱 주목된다.

지난 25일 막을 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컬링에서 한국은 은메달, 일본은 동메달을 각각 차지했다. 아시아 두 팀이 컬링의 본고장 유럽과 북미의 강팀들을 상대로 선전하며 기대 이상의 좋은 성과를 냈다. 한국과 일본은 맞대결에서 1승 1패를 기록했는데, 예선에서는 일본이 이겼지만 더 중요한 준결승에서는 한국이 설욕전을 펼치고 결승 티켓을 따냈다.

대회 기간 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은 최고 인기를 누렸다. 경기 수 자체가 많아 잦은 중계로 많은 국민들이 컬링에 익숙해지고, 잇따른 승전보에 더욱 응원에 빠져들었다. 더군다나 경북 의성에서 함께 고생하며 올림픽 무대에 오른 '팀 킴' 멤버들의 사연과 함께 스킵(주장) 김은정의 '안경 선배' 매력과 '영미'를 외치는 경기 장면은 전 국민을 열광하게 했다.

   
▲ 사진='더팩트' 제공


일본 역시 비슷한 분위기였다. 평창 올림픽 중계방송 가운데 가장 높은 인기를 누린 종목은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경기였다. 일본의 간판스타 하뉴 유즈루가 2014 소치 올림픽에 이어 금메달 2연패를 달성하는 장면을 지켜보기 위해 일본 국민들은 TV 앞으로 집결했고 평균 시청률 33.9%, 최고 시청률은 46%에 이르렀다고 한다.

그 다음으로 높은 인기를 누린 종목이 여자 컬링이었다. 한국과의 준결승, 영국과 치른 동메달 결정전 시청률이 나란히 25%대를 기록할 정도였다.

당연히 일본 내에서 여자 컬링 대표팀의 인기도 크게 치솟았다. 국내에서도 배우 박보영을 닮았다고 해서 화제가 된 스킵(주장) 후지사와 사츠키를 비롯한 대표선수들은 이번 대회를 통해 전국구 스타로 떠올랐고, 귀국 후에도 각종 방송 및 광고 출연이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일본대표팀에는 삿포로 출신들이 많아 그들끼리 나누는 대화 중 '소다네'('그래~, 그렇지'라는 뜻의 삿포로 사투리)가 자주 등장한다. 이 말이 일본에서 대유행어가 되며 팬들이나 언론이 여자 컬링 대표팀을 부를 때 '팀 후지사와' 대신 '소다네 재팬'이라고 칭할 정도가 됐다.

마치 한국에서 김은정 스킵이 친구이자 동료인 김영미를 향해 '영미'를 외치는 것이 폭발적인 호응을 얻으며 대유행어가 된 것과 마찬가지다. 한국 대표선수단 해단식 때 도종환 문체부 장관이 "내 건배사는 '영미'"라고 해 화제가 됐듯이, 지난달 27일 일본 여자 컬링 대표팀의 환영 행사 때는 참석자들이 다같이 '소다네'를 합창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동계스포츠 가운데 아시아권에서 별로 관심을 받지 못하던 컬링이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 단번에 인기 종목으로 발돋움했다. 여자대표팀은 은메달, 동메달도 나눠 가졌다. '영미'와 '소다네'로 대표되는 한일 컬링 열풍이 동아시아를 컬링의 새로운 부흥의 땅으로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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