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내수판매 반토막…쌍용차에 3위 내줘
현대차 싼타페, 기아차 K3 신차효과 '3월부터'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완성차 업체들의 2월 내수 판매실적이 전년 동월대비 두 자릿수 급락했다. 설 연휴에 따른 근무일수 감소에 한국지엠 철수설에 따른 판매 급감까지 악재가 더해졌다. 해외판매 역시 생산 감소와 중국 춘절 연휴 여파 등으로 실적이 하락했다.

2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2월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한국지엠,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 등 완성차 5사의 판매실적은 총 10만5432대로 전년 동월대비 11.9% 감소했다.

공통적인 실적 하락 요인으로는 설 연휴에 따른 근무일수 감소가 꼽혔다. 지난해는 1월에 있었던 설 연휴가 올해는 2월로 몰리면서 공장 가동일수와 영업일수가 줄어 판매가 감소한 것이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나란히 전년 동월대비 5.5%의 감소를 보였다. 현대차는 2월 국내 시장에서 5만200대를 판매했다. 지난해 월평균 1만대씩 팔리던 그랜저가 8984대 판매에 그쳤고, 풀체인지 모델의 판매가 본격화되지 않은 싼타페도 30.9% 감소한 4141대(구형포함) 팔리는 데 그쳤다. 

볼륨 모델인 아반떼는 고연비 차세대 파워트레인을 선점한 형제차 K3(기아차) 풀체인지 모델 출시 영향으로 21.0% 감소한 5807대의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기아차는 3만7005대를 판매했다. 모닝, K3, 스포티지, 카니발 등 주요 모델 판매가 모두 감소했다. 형제차 싼타페(현대차) 풀체인지 모델 출시에도 굳건한 쏘렌토(5853대, 15.8%↑)와 페이스리프트 효과가 기대 이상인 K5(3840대, 40.9%↑)가 그나마 위안거리다. 

풀체인지 모델 판매가 지난달 말에야 시작된 K3(구형포함 1975대, 3.6%↓)의 신차효과는 3월부터나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지엠은 2월 국내 시장에서 전년 동월대비 무려 48.3%나 감소한 5804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쌍용차에 3위 자리를 내줬고, 5위 르노삼성과도 큰 차이가 없다. 

한국지엠은 근무일수 감소보다 ‘철수설’ 여파가 더 컸다. 군산공장을 폐쇄하고 정부 지원과 노조 협조가 없으면 철수하겠다는 으름장을 놓고 있으니 국내 소비자들이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회사의 차를 살 이유가 없다. 

전 모델의 판매가 30~60%씩 감소한 가운데 지난해 2월 풀체인지 모델 출시를 앞두고 판매가 중단됐던 크루즈만 증가했다(그래봐야 234대다). 크루즈는 출시 1년 만에 단종을 앞둔 상태로, 판매가 부진한 올란도와 함께 재고 물량이 소진되면 국내 시장에서 사라진다. 

쌍용차는 한국지엠의 부진을 틈타 국내 완성차 3위로 올라섰다. 1·2위인 현대·기아차가 국내 시장에서는 워낙 ‘넘사벽’이니 3위만 해도 의미는 크다. 하지만 장사를 잘 해서 이 자리에 오른 것은 아니다. 2월 내수판매는 전년 동월대비 12.8% 감소한 7070대에 그쳤다.

G4렉스턴이 기존 렉스턴W보다 잘 팔렸고, 렉스턴 스포츠가 기존 코란도 스포츠보다 잘 팔렸지만, 그동안 물량을 담당해주던 티볼리 판매가 반토막났다. 전년 동월대비 42.6% 감소한 2756대에 그쳤다. 

르노삼성은 한국지엠 철수로 혼란에 빠진 소비자들을 끌어올 결정적인 차종이 없어 완성차 3위에 오를 결정적인 기회를 놓쳤다. 2월 전년 동월대비 무려 33.2% 감소한 5353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QM6가 25.1% 감소한 1883만대, SM6가 63.9% 감소한 1408대 판매에 그치는 등 주력 모델들이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뛰어난 가격 경쟁력으로 노후 모델의 한계를 뛰어넘은 SM5가 84.6% 증가한 768대의 판매실적으로 ‘역주행’한 게 그나마 위안이다.

수출 및 해외생산판매도 일제히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현대차는 8.6% 감소한 25만9948대, 기아차는 9.9% 감소한 15만8957대에 그쳤다. 설 연휴로 인한 국내 공장 가동일수 감소에 중국 춘절 연휴에 따른 판매 감소까지 겹친 결과다. 

한국지엠도 GM의 유럽 철수로 주력 수출 모델인 스파크와 트랙스의 유럽향 판매가 부진을 보이며 전년 동월대비 9.4% 감소한 3만921대의 수출 실적을 기록했다. 쌍용차도 25.5% 감소한 2020대를 수출하는 데 그쳤다. 

그동안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의 전폭적인 물량 배정에 힘입어 홀로 수출 증가세를 기록하던 르노삼성도 2월에는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전년 동월대비 15.4% 감소한 1만641대에 그쳤다. 

QM6(수출명 콜레오스)가 전년 동기대비 158.5% 증가한 3451대를 기록했으나, 북미향 닛산 로그 수탁생산물량의 경우 2월말 예정된 선적이 3월로 미뤄지며 33.1% 감소한 7146대에 그친 결과다. 

완성차 업계 한 관계자는 "설 연휴에 따른 근무일수 감소 영향은 어느정도 예상됐던 일이지만 한국지엠 사태는 돌발변수였다"면서 "앞으로도 한국지엠 사태가 해결되지 않는 한 고객 이탈은 불가피한 일이 될 것이고 그 물량을 놓고 나머지 4사간 쟁탈전도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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