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월 1일부터 '근로시간 단축' 현실화…기업 대응 마련 고심
전문가들 "인위적 근로시간 단축 부작용 초래…보완책 마련해야"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지난달 28일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근로시간 단축'이 현실화 됐다. 업계 특성상 초과 근무가 불가피한 기업들은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인위적인 근무시간 단축에는 그에 따른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국회에서 해당 개정안 논의를 시작한지 5년만의 일이다. 또 2004년 주 40시간제 도입 이후 14년만의 변화이기도 하다.

해당 법이 통과되자 대기업과 중소기업, 노동자들 사이에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우선 공무원이나 대기업 직원들은 '워라벨'을 누릴 수 있게 됐다며 기대가 큰 분위기다. 워라벨은 개인의 일(work)과 생활(Life)이 조화롭게 균형을 유지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반면 중소기업 직원이나 소상공인, 기업인들의 걱정은 깊어졌다. 보완책 없는 근로시간 단축은 생산량을 줄일 뿐 아니라 인건비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로 인해 직원들의 총수입이 줄어든다는 것이 정설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오는 7월 1일부터 종업원 300인 이상의 사업장과 공공기관은 해당 법을 지켜야 한다. 50~299인 사업장은 오는 2020년 1월 1일부터, 5~49인 사업장은 2021년 7월 1일부터 순차적으로 적용된다.

전자업계는 정부 정책에 협조하면서도 부작용을 줄이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삼성전자는 3월부터 '근태관리 시스템'을 도입, 해당 시스템을 통해 점심식사, 커피, 흡연 등 휴식시간과 근무 시간을 뚜렷하게 구분해 실제로 일하는 시간을 52시간으로 맞춰보겠다는 계획이다.

   
▲ 홍영표 국회 환노위원장이 지난 2월 주당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 합의 법안을 통과시키고 있다./사진=연합뉴스


LG전자는 지난달 26일부터 사무직 직원을 대상으로 주 40시간 근무를 시험 적용했다. 하루 8시간 근무를 기본으로 삼되, 개인 상황에 따라 하루에 최소 4시간, 최대 12시간까지 근무할 수 있도록 한다. 직원들은 일주일에 40시간만 넘지 않도록 조절하면 된다.

SK하이닉스도 지난 2월부터 주 최대 52시간 근무제 시범운영에 나섰다. 또 LG전자와 마찬가지로 3월부터 '유연근무제'를 전사로 확대해 시행했다. 직원들은 '하루 4시간 이상, 주 40시간 근무'
라는 틀 안에서 개인의 상황을 고려해 업무 시간을 정할 수 있다.

다만 대기업의 경우 정부 지침대로 근로시간 단축을 실현할 여건이 갖춰져 있지만 그렇지 않은 중소기업, 영세사업자 등은 해당 법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업무 시간과 생산량이 비례하는 영세 업종의 경우, 생산량을 기존과 동일하게 하려면 초과된 업무 시간에 따른 인건비를 부담해야 하고, 근로 시간을 줄이게 될 경우 생산량 역시 줄기 때문에 부작용이 심각하다는 설명이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일자리전략실장은 근로시간 단축에 대해 "고질적인 장시간 근로관행을 개선하고 효율적인 근로문화를 정착시키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하면서도 "근로시간 단축 및 특례업종 축소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추 실장은 △기업의 생산차질과 인건비 증가 △관공서 공휴일에 관한 규정 전면도입에 따른 영세기업의 부담 가중 등을 근로시간 단축의 부작용으로 꼽았다.

현진권 전 자유경제원 원장은 "근로시간 단축은 최저임금 인상과 동일한 효과를 가져온다"며 "근로시간 감축으로 인해 기업의 노동 비용이 올라가면 노동 수요가 감소할 수밖에 없고, 결국 노동자의 소득만 떨어지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학과 교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처우 차이가 심각하다는 비판은 늘 제기되고 있지만, 정부 정책은 이를 더욱 확대하는 것 뿐"이라며 "보완책 없는 근로시간 단축은 결국 중소기업의 인건비 상승으로 이어지고, 종업원의 총수입도 줄게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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