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금융위원회가 정무위원회에 보고한 올해 업무계획에 초대형 IB(투자은행) 5개사를 통해 창업기업에 최대 24조원을 조달하겠다고 밝히면서 사실상 발행어음 인가 확대를 공식화 했다. 아울러 종합투자계좌(IMA) 심사에 돌입하겠다는 계획도 함께 공개했다. 업계는 환영하는 한편 당국의 계획이 실행으로 이어질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최근 올해 업무계획을 발표해 ‘초대형 IB 5개사를 통해 창업기업에 최대 24조원을 조달하겠다’고 밝혔다. 5개사란 자기자본이 4조원 이상으로 초대형IB 인가를 받은 미래에셋대우·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삼성증권·KB증권 등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들 중에서 초대형IB 사업의 핵심인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은 곳은 한국투자증권밖에 없다.

   
▲ 금융위원회가 올해 업무계획을 발표해 미래에셋대우(사진) 등 5개 초대형IB의 단기금융업 인가를 확대하고 IMA 심사기준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관심을 끄는 것은 금융위가 언급한 24조원이라는 금액이다. 이 금액은 한국투자증권 뿐 아니라 5개 증권사가 빠짐없이 단기(1년 만기) 금융상품인 발행어음을 최대한도(자기자본 200%)까지 발행해야만 달성할 수 있는 금액이다. 쉽게 말해 금융위는 이번 계획에서 24조원이라는 금액을 언급함으로써 단기금융업 추가 인가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일종의 기업 여신으로 초대형 IB의 핵심인 발행어음 업무는 금융당국이 인가를 내줘야만 하지만 현재 한국투자증권을 제외한 다른 곳은 대주주 적격성 요건 미비, 제재 이력 등 사유로 인가 여부를 따지는 심사가 중단됐다. 이런 와중에 금융위가 다시 ‘연말까지 인가 완료, 기업금융 본격화’라는 추진 일정을 발표한 것이다. 초대형IB 5개사 중 인가를 받지 못한 4개사로서는 ‘기다리던 소식을 들은 셈’이다. 

아울러 금융위는 자기자본 8조원을 넘긴 증권사가 추진할 수 있는 IMA 심사 기준을 올해 확정하겠다는 계획도 드러냈다. 고객이 맡긴 돈을 증권사가 운용하고(원금보장) 그 수익을 지급하는 IMA는 발행어음보다 파급력이 더 큰 사업이다. 수익의 70% 한도로 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에 한도가 50%인 발행어음보다 금융권에 미치는 영향력도 더 크다. 

미래에셋대우는 이미 유상증자까지 실시하며 올해 1분기 내에 자본금 8조원을 달성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위가 언급한대로 발행어음 인가가 속도를 내게 된다면 미래에셋대우로서는 누구보다 빠르게 발행어음과 IMA 사업을 동시에 추진할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이 선두를 차지한 시장구도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금융위의 이번 업무계획에 대해 ‘약속한 대로만 해주길 바란다’는 입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모처럼 금융당국이 업계의 목소리를 반영한듯한 계획을 내놨다”면서도 “계획은 어디까지나 계획일 뿐이어서 얼마나 실행될지는 지켜봐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만약 이번 계획이 공약(空約)에 그칠 경우 금융투자업계에 미칠 파장이 어마어마할 것이라는 우려도 벌써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초대형IB 단기금융업 인가에 대한 증권사들의 의지는 이미 많이 약해진 게 사실”이라면서 “이번 계획이 이행되지 않을 경우 당국에 대한 업계의 실망감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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