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정광성 기자]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행 사건으로 더불어민주당이 위기에 봉착했다. 민주당은 이로 인해 100일도 남지 않은 6.13 지방선거의 역풍 막기에 전력투구하는 모습이다. 

안 전 지사는 지난 19대 대선에서 민주당 경선에서 2위를 차지하며 차기 대선 유력 주자로 떠오른 인물이다. 젊고 개혁적인 이미지와 통합의 메시지를 앞세우며 합리적 보수의 지지도 얻었던 안 지사는 이번 사건으로 인해 ‘정치인 안희정’은 몰락했다.

지난 5일 터진 안 전 지사 성폭행 파문은 정치권에 '메가톤급'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안 전 지사의 측근들과 민주당은 대혼란에 빠졌다. 민주당은 추미애 대표가 대국민 사과했고, 중앙당 윤리심판원은 제명을 결정했다.

민주당은 안 전 지사 성폭행 파문이 보도된 직후 밤늦게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안 지사에 대한 출당 및 제명하겠다고 했다. 추미애 대표는 즉각 국민에게 사과하고 고개를 숙이며 진화에 나섰다.

추 대표는 긴급 최고위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 안 지사에 대한 뉴스 보도에 대해 당 대표로서 피해자와 국민 여러분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그 결과 안 지사에 대해선 출당 및 제명 조치를 밟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민주당은 안 전 지사의 성폭행 파문이 당과는 무관하다는 점을 강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야당의 공세가 이어지고 있어, 민주당의 계획대로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야권의 공세 수위가 높아지자 민주당 '젠더폭력대책 태스크포스(TF)'는 6일 안 전 지사에 대해 "형법과 성폭력방지특별법 등 관련 법에 의한 엄중 처벌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남인순 TF 위원장은 국회에서 긴급대책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안 지사의 성폭력 사실을 접하고 의원으로서 정말 참담함을 넘어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여파는 이번 6.13 지방선거 출마 예비후보들에게 직격타를 가했다.

안 전 지사의 친구로 6.13 지방선거 충남도지사 출마를 준비하던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은 안 전 지사의 성폭행 사건으로 모든 정치 활동을 중단했다.

안 전 지사의 절친으로도 알려진 박 전 대변인은 입장문을 통해 "안 지사의 친구이기에 더욱 고통스럽다"며 "이 시점부터 충남도지사 예비후보로서의 모든 선거운동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특히 박 전 대변인 선거사무소 외벽 등에 설치됐던 현수막들이 철거됐는데 현수막에는 안 전 지사와 찍은 사진이 실려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지사와 함께 찍은 사진이 걸려있던 박 전 대변인의 페이스북 프로필도 교체됐다.

안 전 지사의 성 추문 여파는 박 전 대변인 뿐만 아니라 충북도교육감선거 예비후보로 등록한 황신모 전 청주대 총장은 6일 오후 자신의 저서 출판기념회를 위해 준비됐던 안 전 지사의 축하 영상 메시지를 빼야 했다.

다만 해당 저서에는 안 지사가 직접 쓴 추천사가 실렸다. 책 2000권이 인쇄되자마자 안 전 지사 성 추문이 터져버린 것이다. 황 예비후보 측은 일단 추천사가 실린 채로 책을 출판기념회에 내놓을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안 지사의 성 추문 사건은 100일도 남지 않은 6.13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의 큰 역풍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박상철 경기대학교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 사건이 지방선거에 미치는 영향이 꽤 클 것이다. 촛불혁명 이후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질이 틀려졌다"면서 "전 세계적으로 미투 운동이 확산하고 있는데 이것이 우리나라에선 폭발력이 더 강하다"고 말했다.

이어 "안희정이라는 인물이 가지고 있는 폭발력이 강하고 내용도 전형적이다. 이로 인해 민주당이 충격이 클 것이다"면서 "하지만 야당도 이에 대해 안심할 문제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이번 사건을 극복하기 위해선 당이 확 바뀌어야 한다. 여성의 참여를 늘리고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했다.

   
▲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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