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항공기 결항시 최대 600달러 배상"
취소수수료·감편 등 불가피..'규제 지나쳐'
[미디어펜=최주영 기자]국적 항공사들이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항공운송 관련 소비자 보상 기준 강화에 대해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공정위가 보상 기준 강화에 따른 책임을 항공사에만 전가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적항공사들은 최근 공정위의 소비자 분쟁 해결 기준 개정안과 관련, 항공기 지연 최소화와 정시성 관리를 위한 TF팀을 구성했다. 일부 항공사는 공정위 개정안에 따른 보상기준을 반영하기 위한 고객 매뉴얼을 개편하는 등 관련 부서에 협조를 요청한 상황이다.

   
▲ 인천공항에 항공기들이 계류돼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앞서 공정위는 지난달 28일 항공운송 불이행과 관련한 항공사들의 보상 규정 강화를 담은 개선안을 발표했다. 

주요 개정 내용을 보면 항공(국내·국제여객) 위탁수하물의 운송 지연시 현재는 수하물을 분실·파손한 경우에만 보상하고 운송이 지연되는 경우에 대해서는 보상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았으나, 위탁수하물 운송이 지연되는 경우에도 몬트리올 협약(제22조제2항)에 준해 배상하도록 했다. 

항공기가 불가항력적 사유로 운송불이행 또는 지연되는 경우 항공사의 입증 없이 면책이 되도록 규정하고 있었으나 불가항력적인 사유여도 항공사의 입증이 있는 경우에 한해 보상책임이 면제되도록 ‘과실추정원칙’도 도입했다. 

국제여객의 운송불이행(결항) 시 대체편이 제공된 경우에는 시간에 따라 100~400달러를 배상하도록 하고, 대체편이 제공되지 못한 경우에는 400달러를 배상하도록 정하고 있었는데, 이를 각각 200~600달러, 600달러로 항공사의 배상범위를 확대했다.

이에 따른 항공기 지연으로 인한 보상은 기존 대비 2배 이상 높아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항공사들은 특히 기상악화, 공항 사정 등 불가항력적인 이유로 항공기가 예정대로 운항을 못할 때 항공사가 명확한 규명을 해야 한다는 항목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천재지변과 같은 기상악화는 언제 발생할 지 모르는 사안인 만큼 항공편 지연·결항 원인으로 지목될 만큼 큰 강제성은 없다는 설명이다.

또 면책을 입증할 방법과 절차 등 구체적인 기준 마련이 없는 상황에서 보상 규정을 강화하면 고스란히 피해는 항공사가 부담할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 국토부가 지난 25일 발표한 '2017 항공교통서비스'에 따르면 항공기 결항사유 중 62%(1,081건)는 기상악화 영향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또 접속으로 인한 결항은24.87%( 436건)을 기록했다. 국제선의 경우도 기상으로 인한 결항이 70.7%로 가장 높았고, 접속으로 인한 결항은 27건이며, 정비 결항이 15건, 기타 사유로 인한 결항이 30건 발생했다.

예를 들어 국내선의 경우, 평균 탑승률이 높은 김포~제주 노선의 구간 운임이 5만6000원에서 최대 11만5000원까지 발생하는데 기상악화로 결항할 경우 항공사가 소비자(1인당) 보상액이 최대 60만원에 달한다는 점에서 부담이 증가할 전망이다.

앞서 지난달 항공업계는 한국항공협회를 통해 이같은 보상 규정 강화 타당성을 재검토 해줄 것을 공정위에 요청했지만 결국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18일까지 관련 업계의 의견을 수렴한 뒤 강화된 개정안을 내놓는다는 계획이었지만 결국 이전과 다르지 않은 수준의 개정안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항공업계가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취소수수료 인상, 감편 조치를 취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항공기 지연 및 결항 대부분의 이유는 기상, 점검, 접속관계이지만 항공사가 안전 운항을 위해 앞으로 이같은 조치가 불가피했다는 점을 적극 소명하더라도 인정받기 힘들어졌다"며 "보상액 증가에 따른 항공사 비용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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