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당 본부 앞 김정은 직접 마중…본인 이미지와 평가 잘 알고 있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청와대는 8일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특별사절대표단이 지난 5~6일 1박2일 동안 평양에서 겪었던 비하인드 스토리를 말하면서, “남북합의 6개 항은 문 대통령이 준 숙제에 대한 김정은의 답안이 온 것”이라고 밝혔다.
 
납북합의 6개 항목은 특사단과의 접견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언급한 내용으로 만들어진 것이지만 앞서 문 대통령이 북한 김여정 특사와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을 접견했을 때 제안한 내용들에 대해 김정은 위원장이 답변으로 내놓은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날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지난달 초) 문 대통령은 김여정 특사와 2시간 50분동안, 김영철 통전부장을 1시간 남짓 만나면서 6개 항목 내용을 다 얘기했다”며 “그것을 이미 다 전해들은 김정은 위원장이 숙성된 고민을 거쳐 답안을 내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어 “문 대통령이 김여정 노동당 1부부장과 김영철 통전부장을 접견했을 때 한반도 비핵화를 언급하면서 방법론까지 제시한 바 있다고 밝힌 바 있다”며 “6개 항목은 문 대통령의 축적된 노력과 김정은 위원장이 무엇을 답해야 할지 고민한, ‘숙성된 고민’이 합쳐져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특사단은 “북으로서도 쉽지 않을 몇가지 난제를 말끔하게 풀어가는 점에서 김정은의 리더십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대북특사단이 귀환하기 직전 일부 언론보도를 통해 잠시 논란이 됐던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메모를 언급하면서 “한미군사훈련 문제를 어떻게 풀까 고민해서 4~5가지 정도 내용을 미리 본인이 메모해서 간 것”이라며 “정 실장이 몇마디 말을 꺼내자 김정은 위원장이 본격적으로 말문을 열고, 6개 항목을 얘기하는 바람에 정 실장은 준비해간 메모를 말할 필요도 없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때 김정은 위원장은 특사단에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 “이해한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이를 전한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어떤 어려움, 뭘 이해했다는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또 ‘김정은 발언 이후 정 실장이 항목 내용을 바꾸거나 추가한 것이 없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그것까지는 모르겠다”며 “(김정은이) 이해한다는 표현을 몇차례 썼다고 한다. 그 중 하나가 한미군사훈련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대북특사단은 김정은 위원장을 직접 만난 느낌에 대해 ‘솔직하면서도 담대했고, 배려하는 모습을 많이 느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사례를 들자면 정의용 안보실장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겠다고 말하고 친서를 전달하기 위해 큰 사각 테이블을 오른쪽으로 돌자 김정은도 같이 일어서서 테이블을 왼쪽으로 돌아서 중간에서 마주서서 친서를 주고받게 됐다. 그 장면이 그렇게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사례로 김정은 위원장은 특사단을 접견장소인 노동당 본부 현관 앞에서 마중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특사단이 노동당 본부 현관 앞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김정은 위원장과 김여정 1부부장이 눈앞에 서있었다”며 “특사단과 김정은 위원장은 현관을 들어서자마자 곧바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접견 장소로 이동했다”고 말했다.  

김정은은 또 농담을 섞어서 말하는 등 여유 있는 모습이었다고 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김정은 위원장이 우리 언론이나 혹은 해외언론을 통해 보도된 자신에 대한 평가나 이미지에 대해서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것에 대해서 무겁지 않은 농담을 섞어서 여유 있는 반응 보였다고 한다”고 전했다. 

김정은과 특사단의 접견은 한시간 남짓 걸렸다고 한다. “그 정도로 순탄하게 매끄럽게 마무리됐다”는 설명도 나왔다. 특사단이 김정은 접견을 마치고 10분 정도 쉬었다가 바로 옆방인 만찬장으로 이동했더니 이번에는 김정은과 리설주 부부가 이들을 맞았다고 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특사단이 만찬장으로 이동하기 위해 접견실에서 밖으로 나가자마자 바로 문 밖에 김정은 위원장과 부인 리설주가 기다려있었다”며 “이들은 특사단 한명 한명과 손을 잡고 인사를 나눴고, 만찬은 화려하고 극진하다기보다 세심하고 정성어린 대접이었다”고 평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만찬에 합석한 김여정 1부부장도 특사단과 구면이어서 그런지 친숙한 태도로 많이 챙겨주었다”면서 “만찬에서는 와인으로 건배한 뒤 주로 평양술을 마셨고, 온반도 나왔다”고 말했다. “온반과 옥류관 냉면은 지난 서울에서 북측 특사단을 맞은 우리 정부 관계자들이 ‘맛보고 싶다’고 말한 대로 이번에 평양에서 접대를 받은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 밖에 대북특사단은 경호에서도 세심한 배려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빈급 경호”를 언급한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특사단이 고방산 초대소에 머물 때 한 개 층을 다 썼는데 경호원이 모습 드러내지 않고 양쪽 입구만 지킬 뿐 안에는 안 들어았다고 한다. 숙소에 머무는 동안에도 특사단이 1층에 커피를 마시러 내려가거나 밖에 나가서 경내 산책을 할 때에도 전혀 단속하지 않았다. 북한의 자신감을 느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이 밖에 “고방산 초대소에는 KBS, MBC, YTN 등 국내 뉴스 채널과 드라마 채널이 방송됐으며, 미국 CNN, 중국 CCTV 등 전 세계 방송을 골라볼 수 있었다”고 한다. “인터넷도 다음, 네이버 등 국내 포털사이트가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서 특사단은 평양 고방산 초대소에서 국내 뉴스를 실시간 검색했다”고 한다.

   
▲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이끄는 대북특사단 5명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5일 접견하고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다./사진=청와대 제공